[풀인터뷰] 손학규 “이재명·윤석열과 연대? 권력에 붙기 위해 나온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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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인터뷰] 손학규 “이재명·윤석열과 연대? 권력에 붙기 위해 나온 것 아냐”
  • 진행 윤진석 기자/정리 조서영 기자
  • 승인 2022.01.07 15:0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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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선 후보 (무소속)
“文 방역 실패…전문가 의견 아닌 정치적 판단 때문”
“싸운의 정치 계속하면 나라 무너져, 위기의식에 출마”
“대선 목표…대통령제 폐지 후 의회 중심 다원주의”
“대통령 되면 개헌 생각 없어져…李·尹 기대 안 해”
“이재명·윤석열 모두 대통령다운 대통령 아니라고 봐”
“윤석열 感 없고, 이재명 돈 뿌린 것 말고 뭐 있나”
“제3지대 통합? 기대 안 해…권력 구조 개혁이 먼저”
“정치란 잘 살게 하는 것…아이와 저녁 있는 삶 꿈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진행 윤진석 기자/정리 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인터뷰는 3일 서대문구에서 70분간 진행됐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웃으면 휘어지는 눈매에 크지 않은 목소리. 다른 후보에 대한 날 선 비난은 피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신중을 기하던 그는 신사였다. 그러나 언론인들이 좋아하는 정치인이자, 국민들에겐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감으로 일찌감치 인정받고도, 여전히 조직과 세력이 없는 혈혈단신이기도 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대선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딱 두 가지다. ‘통합’과 ‘개헌’. 진영 논리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는 그의 오랜 신념이자, 지금껏 일관되게 걸어온 길이기도 했다.

네 번째 대권 도전을 통해 전할 그의 메시지는 국민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손학규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3일 서대문구에서 70분간 진행됐다.

 

자영업자와 K-방역


- 참 건강해 뵙니다. 특별한 건강 비결은요.

“마음 편히 잘 먹고, 운동도 좀 하죠. 운동은 특별한 거 없이 산에 가요. 개인적으로는 막걸리 마시는 게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날 식사 자리에도 막걸리 한 병과 함께였다. 장소는 서대문구 소재 사무실 근처의 서대문원조통술집. 인터뷰를 하던 날(3일)은 1961년 11월부터 61년 동안 운영한 식당의 마지막 영업일이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인터뷰를 하던 날은 61년 동안 운영한 서대문원조통술집의 마지막 영업일이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사무실이 이 근처인 줄 압니다. 추억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돼지갈비 좋고, 목살도 좋고, 막걸리도 맛있고 해서 자주 왔죠. 여기 와서 저녁 먹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다가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민심을 듣던 장소였습니다.”

- 인터뷰 장소를 60년 전통의 통술집으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가게 주인 할머니가 여기서 스물세 살부터 장사했어요. 조그맣게 하다가 가게도 넓히고. 근데 코로나 이후로 단체가 안 되니 2층을 열어본 적이 없대요. 얘기 들어보니 2년 동안 밀린 가게 세를 견디지 못했더라고. 그래서 할머니가 갖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서 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전세 얻어서 사신대요. 이게 코로나 시대 서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거죠. 마음이 아픕니다.”

- 코로나가 자영업자들의 무덤이 된 듯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코로나 사태를 문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필요는 없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됐다는 점에서는 책임이 크죠. 정부가 처음부터 코로나 전담 병원을 확보했어야 했어요. 그걸 전혀 안 하고 있다가 위드 코로나 하고 확진자가 하루 7천 명이 넘으니까 감당이 안 된 거죠.”

- 손학규식 해법을 제시한다면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에 내가 국립암센터를 만들었어요.”

당시를 예로 들며 말을 이어나갔다.

“병원은 완공됐는데, 운영 체계가 안 잡혀있었어요. 그래서 각 대학교, 건강관리공단 등에서 전문가들을 모셔서 운영 체계를 만들었고, 그래서 지금 성공적으로 암센터가 운영되는 거예요.”

- 그런 것들이 필요하단 거죠.

“네.”

이 말도 덧붙였다.

“그때 일하면서 알게 된 의료진들 말 들어보면, 문 정부는 매뉴얼이 없었어요. 전문가들 의견을 듣지 않고 정치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던 거죠.”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그해 11월, 손학규 전 대표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됐다. 국립암센터뿐만 아니라, 문민정부 시절 가장 큰 과제였던 한약분쟁 등을 풀어나간 바 있다.

 

4번째 대선 목표, 대통령제 개헌


손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선 세 도전은 경선에서 탈락해 본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2017년 19대 대선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패배했다.

지난해 11월, 그는 “무한 권력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할 대통령”을 내세우며 20대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는 그를 정계로 이끌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평생을 의회주의자로 살며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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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대표는 “대통령제와 양당제가 아닌, 의회 중심의 민주주의로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7공화국 개헌을 위해 나온 거죠.

“선진국 반열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치 체제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싸움의 정치, 대결의 정치, 무한 투쟁의 정치를 극복해야죠. 대통령제와 양당제가 아닌, 의회 중심의 민주주의로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해요.”

- 의회 중심 다원주의는 의회가 성숙하지 못하면 도루묵인 듯합니다. 지난번 위성 정당 출현만 봐도 회의론이 많은데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회의원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 체제가 없습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청와대 명령에 따르다 보니, 본인들의 정치적 입장은 없어요. 조금만 빗나가면 이를테면 금태섭 의원처럼 출당되지 않습니까. 청와대의 뜻과 어긋난 개인의 정치적 양심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죠.

야당은 정권을 잡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니까 모든 게 정권 투쟁으로만 가죠. 청와대와 여당에서 얘기하는 건 무조건 반대하니 싸움의 정치가 될 수밖에요. 그런데 만약에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면 국회의원들의 자세가 달라지지 않겠어요. 지금은 청와대가 모든 걸 하니까 따라가는 형태지만, 정당 간 합의로 정책이 이뤄진다면 분명 변할 겁니다.”

- 제도를 바꾸면 변화가 뒤따를 거라 보는 건가요.

“그럼요. 청와대 중심의 대통령제에서는 아무리 국회에 좋은 사람을 뽑아도 달라지지 않아요. 세대교체를 한다며 젊고 개혁적인 사람을 뽑더라도 제도 안에 묶이기 때문이죠.”

- 촛불 정국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서도 개헌을 추진할 듯했지만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대통령이 되고 나면 개헌할 생각이 없어져요. 문 대통령도 한때는 개헌하겠다며, 4년 중임제 대통령제를 내놨어요. 그런데 4년 중임제도 현재 5년 단임제와 권력 구조 면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그대로 가져가죠.”

 

여야 후보와의 연대 vs 3지대 통합?


그가 주장하는 대통령제 폐지는 혼자서 이뤄내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자연스레 손 전 대표의 다음 행보로 질문이 옮겨 갔다. 개헌을 담보로 한 여야 후보와의 연대나, 권력 구조 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제3지대의 통합을 염두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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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대표는 여야 유력 후보들 간의 연대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지난 11월 29일 출마 당시, 앞으로 100일간 많은 변화가 올 거라고 했습니다. 현재 70여 일 앞두고 있습니다.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나요.

“생각보다 어렵죠. 군소 후보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손학규의 비전과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알릴 기회가 적습니다.”

- 지지율에 반영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개헌을 담보로 여야 유력 후보들 간 연대를 통해서 이뤄낼 생각은 없나요.

“하하”

대신 이 말을 해왔다.

“어제(2일) 이재명 후보가 기재부의 예산권을 청와대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어요.”

- 아, 네.

“그렇지 않아도 모든 권한이 청와대에 집중돼있는데, 예산 편성권까지 청와대에서 장악하겠다고 한 겁니다. 깜짝 놀랐어요.”

야당에 대해서는.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 경우는 개헌을,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겠다 했지요. 그런데 나는 과연 윤 후보가 대통령 됐을 때 그걸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별 기대를 않는 눈치였다.

현재 3지대 후보에는 손 전 대표 외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있다. 어쨌든 여야 후보 리스크가 커지면서 제3지대 판도 열리는 듯한 분위기다.

- 공감하나요.

“지금은 3지대가 큰 관심을 못 얻고 있어요. 의회 중심의 내각 중심의 정치 체제면, 연립 정권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잘 안 되는 거죠.”

손 전 대표는 “권력 구조 개혁을 위해 3지대를 통합해 힘을 모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결국 1당이나 2당과 합쳐서 정권에 붙어 뭐 좀 해 먹겠다는 것밖에 안 됩니다.”

- 그래도 다른 후보들과 만나서….

“안철수 후보는 애초에 그런 데 관심이 없을 거고. 심상정 후보도 정의당이라는 이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 외엔 다른 관심이 없어요. 민주당과 연합해서 뭘 좀 얻을 수 있는가에만 신경 쓸 수 있고요. 김동연 후보도 이번 선거가 아닌 그 다음을 바라보고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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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대표는 “정치 지도자의 소명은 우리나라 정치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라 강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정치는 현실이잖아요. 연대나 통합 없이 혼자 뛰어 무슨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정치 지도자의 소명은 우리나라 정치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겁니다. 대통령이 되느냐 안 되느냐, 연대할 것이냐 마느냐, 어느 권력에 가서 붙을 것이냐 등을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그럼 뭐가 의미 있나요.

“중요한 건 가치예요. 이렇게 싸움의 정치를 계속하면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긴 하지만, 충분히 성과가 있다고 봅니다.”

 

손학규, 그가 지켜온 가치


‘가치’. 그가 걸어온 길은 결국 이 단어 하나로 설명됐다. 남 비판을 잘 못하고, 늘 신사적인 태도로 정치를 대하는 것은 그가 지향해온 ‘통합’이란 가치 때문이었다. 싸움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는 철학이었다. 지금껏 보수·진보·중도 정당을 거치며 당적을 바꿔온 것 역시 ‘개혁’의 기조를 지키며,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7공화국이란 새판을 짜기 위한 일관된 흐름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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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대표는 정치란 “국민 잘 살게 하는 것”이라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돌아보니 정치란 무엇이던가요.

“국민 잘 살게 하는 거죠. 어렸을 때는 우리가 워낙 못 살았으니 나라와 국민이 잘 살길 바랐습니다.”

-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내놓은 것도 그 이유였을까요. 워라벨 시대인데, 나름의 꿈이 실현됐다고 보는지요,

“제도적으로는 이뤄졌죠. 주 52시간 경우 그 이상 일하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개선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저녁 6시에 퇴근하고 이를 개인의 발전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쓰나요?”

고개를 저었다.

“못합니다. 돈이 없으니까 퇴근 후 밤에 배달을 하거나 대리 운전을 하거나, 또 다른 알바를 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주 52시간제와 최저 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우려한 거예요.”

균형이 맞지 않는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듯했다.

-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연하게, 단계적으로, 또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해야 합니다.”

- 이번 대선에서는 ‘아이와 저녁이 있는 삶’을 핵심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해법이 무엇인가요.

“저출산 문제까지 포함한 의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운명과 직결된 문제입예요. 앞으로 100년 뒤면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모든 국가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우선 결혼하는 청년들의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집 마련과, 출산 후 양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환경을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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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대표는 “이제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나왔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이제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어떤 대통령이 대통령다운 걸까요.

“우리는 철저하게 세계 속의 한국이기 때문에, 확실한 국가 미래 비전을 갖고 있고, 세계를 아는 대통령이어야죠. 또 국격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갈등을 통합하고, 경제 성장을 이뤄낼 사람이 필요해요. 그리고 편 가르기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통합에 앞장서는 대통령이어야죠.”

그 점에 비춰 여야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궁금했다.

“후보들의 가정 문제나 개인사를 거론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검찰에서 26년 있다가 바로 대통령 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감은 있어야 할 거 아닌가요. 세계를 알 기회도 전혀 없잖아요.”

- 이재명 후보는요?

“경기도지사를 했다고 하지만, 4년 동안 경기도에서 사실상 대선을 준비한 거지, 다른 걸 한 게 없죠. 국민들이 그동안 해온 실적을 보고 뽑아줬다고 하는데, 돈 뿌린 것 말고 뭐가 있습니까.”

- 정치 경륜으로 볼 때 둘 중 누가 될 것 같은지요.

“그런 얘기를 내가 하기가….”

- 안철수 후보도 약진하고 있는데요. 어느 쪽이든 단일화 가능성 있을까요.

“특별히 얘기할 게 없어요.”

안 후보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인터뷰는 끝을 맺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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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2022-01-08 12:10:11
부산에는 함 안내려 오시나요 ?
부산기자님들과도 만남 하루 빨리
가져주세요ㅡ

이규희 2022-01-07 21:41:32
삼포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아이와 저녁이 있는 삶 꼭 이뤄주시길 기원합니다
손학규 화이팅!!

정치도사 2022-01-07 17:51:45
그때 한나라당 탈당 안했으면 대통령 됐을텐데...

무영탑 2022-01-07 15:51:34
화이팅 !

김미숙 2022-01-07 15:31:13
전 이번엔 손학규로 소신투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