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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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되던 날
  • 윤종희 기자
  • 승인 2022.01.19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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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지난 해 8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날 때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일부에선 낯선 구호가 메아리쳤다.

‘이~재~용, 이~재~용’

이 부회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왜 그의 가석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재~용’을 연호했을까? 당장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기업인에 대한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 이후 정치권의 무능력이 부각된 마당이다. 그만큼 재계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게 사실이다.

삼성이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기에 그 총수인 이 부회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을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요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난 삼성전자 주식 투자자들 때문이라고.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나선다면 삼성전자 등의 기업가치도 더 오를 것이고, 덩달아 주가도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이 '이~재~용' 연호 밑바닥에 깔려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다고 특별히 삼성이 나아질 수 있느냐라고 반문한다. 한 개인의 영향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원론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
시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지난 해 8월 이 부회장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만약,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삼성전자 등의 기업가치가 예상만큼 올라가지 않으면, 소위 개미주주들을 비롯한 대다수 주주들은 이 부회장에 대해 실망할 것이다. 이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좋지 않은 인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당연히 지난 해 8월과 같은 ‘이~재~용’ 연호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시장이라는 게 이렇게 냉정하다.

다만, 이 부회장이 경영을 잘 못해 성과를 내지 못할까라는 물음에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이병철-이건희와 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피로 연결된 후계자이기에 기업에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아무리 피로 이어진 후계자라고 해도, 사람이 되먹지 않으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감옥에서 맹장염에 걸린 상태에서도 특별 대우를 받지 않겠다며 참다가 장이 썩어 잘라내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그 인품을 인정해줘도 될 듯싶다.

한 때 전문경영인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 기업 경영을 자녀들에게 맡기는 것과 완전 대조되는 선택이었다. 그 이유로 기업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꼽혔다. 뭔가 개혁적인 느낌이었고, 전문가가 경영을 한다고 하니 그 성과도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당연히 주주들의 마음도 부풀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전문경영인에 대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경영인이 내놓은 실적이 그다지 눈길을 끌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조직 내 파벌이다. 이상하게 전문 경영인 체제에선 파벌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눈치를 살피는 나머지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주인 없는 회사처럼 조직이 느슨해졌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그렇게 전문경영인 유행 열풍은 식어갔다.

시장은 너무나도 정확하다. 기대한 효과가 없으면 외면한다. 거꾸로 시장은 이익을 내는 것에는 즉각적인 눈길을 준다.

자식에게 기업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승계가 유지되는 건 시장이 그 효과를 인정하기 때문일 터이다. 자기 부모가 애써 일군 기업에 대한 애착이 자식만큼 클 수 있겠느냐는 관념이 아직 시장에선 살아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기업들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이 부회장 본인은 자식들에게 기업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식에게 기업을 상속하는 게 마치 큰 죄인 것처럼 고개를 숙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울러 그 건 이 부회장이 그렇게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이 허락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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