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대선 국가채무 폭증…재정준칙 시급하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병도의 時代架橋] 대선 국가채무 폭증…재정준칙 시급하다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1.22 09: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정준칙 법제화 서두르라
“100조” 퍼주기 경쟁 나선 與野
나라살림은 안중에 없나
국제사회, 한국 국가채무 증가 우려
‘돈 뿌리기 경쟁’ 국민을 대체 뭐로 보나
나랏빚·재원 조달 방안 등 논란만 부추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올해 안에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만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6일 국회 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현시점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861만 원이다. 코로나19 위기 등으로 나랏빚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올해 1인당 국가채무는 2000만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올해 국가채무가 최소 1074조4000억 원이니 주민등록 인구로 나누면 1인당 빚은 2081만 원까지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4년 처음으로 1000만 원을 돌파한 뒤 결국 2000만 원선을 넘게된 것이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 원에서 내년 1천72조 원으로 폭증한다. 5년 만에 400조 원 넘게 폭증하는 셈이다. 한국은 35개 선진국 중 나랏빚이 제일 빠르게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빚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현재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현 정부보다 더 큰 규모의 자영업자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퍼주기' 공약대로라면 수백조원 규모의 추가 지출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20대 대선 후보들의 포퓰리즘 공약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서 자영업자 손실 보상, 100만 기본주택, 30만 청년원가 주택, 주 4일제, 가상 자산 과세유예까지 선심성 공약이 아닌 게 없다. 대부분 귀가 솔깃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는 내용들이다. 대선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는 국민의힘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돈 풀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하다.

올해 안에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연합뉴스
올해 안에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만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연합뉴스

IMF, 한국 국가채무비율 15%포인트 급증 전망

결국 또 빚을 내게 되는 셈이다. 이미 내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이 넘는다. 야당까지 국가부채의 급속한 증가를 우습게 생각하고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재정당국은 양당 후보의 공약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나랏빚을 담보로 한 포퓰리즘에 대한 부담은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30세대 10명 중 8명이 국가채무 증가에 불안해하고 있다. 표심을 공략하려면 ‘현금 살포’가 아닌 제대로 된 공약으로 승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 대비 51%로, 35개 선진국 평균(121%)과 비교하면 아직 양호하다. 문제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선진국 중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IMF는 2026년까지 선진국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3%포인트 줄어든다고 전망하면서 한국은 거꾸로 15%포인트나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내년에 나랏빚이 1000조 원을 넘어간다. 대선주자 양강이 잠재 성장률 격감으로 비어가는 곳간을 채울 궁리보다 빚을 내 퍼줄 선심 경쟁부터 펼치면 나라가 흔들린다.

정부 씀씀이가 현행 추세대로 지속되면 2029년에 국가채무가 2천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 전망이 나왔다. 국가채무가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1천조 원을 돌파하는 데 이어 7년 만에 1천조 원이나 늘어 2천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현실 가능한 해법 '재정준칙' 입법 감감무소식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구까지 줄면서 국민 1인당 채무 부담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인구 감소율이 작년과 같다면 올해 1인당 빚은 2088만 원으로 확대된다.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는 것을 감안하면 2100만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렇게 빨간 불이 켜졌지만 적절한 수준의 재정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재정준칙' 입법은 1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기획재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로 설정한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2020년 12월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도 계류 중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어제 604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예산심사는 내년 3월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사업으로 얼룩지며 부실·졸속으로 흐를 게 뻔하다. 여야 모두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안중에도 없다. 이 후보는 “국가부채비율이 세계 최소수준”이라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작년 기준 47.9%로 35개 선진국 중 24번째로 높다. 적자국채 발행액도 작년에 이어 올해 100조 원대에 이르고 내년 국가부채는 1000조 원대로 치솟는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 아닌가.

나랏빚을 줄이려면 결국 재정준칙 입법 밖에 없다. 예산 축소나 증세는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한 예산 축소는 불가능하고, 증세는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그렇다.  

대선 경쟁 초반 돈 뿌리기

여·야 유력 대선 후보가 어제 나란히 비전과 경제공약을 발표해 주목된다. 그동안 ‘비호감 대선’ ‘차악을 뽑는 대선’이라는 혹평을 들어온 판국에 유권자들에게 판단할 근거를 내놓은 것이어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비전과 공약은 현실성 있는 실행계획이 수반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여야 모두 총론과 각론이 제각각이다. 현란한 장밋빛 청사진을 늘어놨지만 무엇으로 달성할 것인지 앞뒤가 안 맞는 게 허다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놓은 경제성장 공약부터가 그렇다. 그는 임기 내 5대 경제강국(G5),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코스피 5000 시대 진입 등 이른바 ‘5·5·5’ 공약을 내놨다. 그의 말대로 ‘담대한’ 목표다. 이를 위해선 2030년이면 0%대까지 곤두박질칠지 모를 잠재성장률 추세를 뒤집을 만한 획기적 전략이 필수다.

대선 양강의 본선 레이스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명분으로 한 선심 경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정작 재원 조달 방안의 현실성은 떨어져 ‘일단 표심부터 잡고 보자’는 포퓰리즘 경쟁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로 제20대 대선 양강 구도가 성립하자마자 두 후보가 코로나 극복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돈 뿌리기 경쟁’에 나섰다. 민주당 이 후보가 추가 세수 40조 원을 활용해 1인당 30만~50만 원의 제6차 재난지원금을 주장하자, 국민의힘 윤 후보는 8일 재난지원금 대신 자영업자 피해 전액 보상을 위해 50조 원 투입 구상을 내놨다. 대선 경쟁 초반 돈 뿌리기로 국민 이목을 끌고 상대 기선도 제압하려는 다목적 카드로 보이는데, 국민과 정부의 반응 모두 비판적이다. 재원 조달 방안의 현실성은 물론이고 대선을 앞둔 매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크다.

미래 세대를 염려하는 혜안과 인식을

문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폭증한 것은 적자 국채까지 발행하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확장 재정을 폈기 때문이다. 나랏돈으로 세금 일자리를 마구 늘리고, 선거 승리를 노려 무차별적인 재난지원금과 무분별한 복지에 펑펑 썼다. 

이런 마당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전 국민에게 30만∼50만 원을 주는 6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나섰다.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하려면 15조5천억 원, 50만 원씩 주려면 25조8천500억 원이 든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수십조 원의 돈 보따리를 풀어 대선 표를 얻겠다는 속셈이다.

“나랏빚을 판돈으로 삼아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상대방을 헐뜯느라 여념이 없다. 여당은 윤 후보의 50조 원 구상에 “표 구걸” “국민 우롱”이라고 깎아내렸다. 야당도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추가지급에 대해 ”국가재정을 정치자금으로 쓰려는 시도” “카드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세금깡”이라고 폄하했다.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나랏돈을 무차별적으로 뿌리기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 등을 위한 맞춤형 지원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욱이 세금을 동원한 현금 살포로 표를 사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세금으로 돈 풀기에 거침이 없는 이 후보의 행태에 우려가 적지 않다. 이 후보 눈엔 대선 표만 보일 뿐 폭증하는 국가채무는 안 보이는 모양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국가채무와 이로 인해 막대한 짐을 져야 할 미래 세대를 염려하는 혜안과 인식을 토대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여권 겨냥해 ‘미래 약탈’…윤 후보 본인도 ‘선심성 돈풀기’

이 후보의 말대로 30만~50만 원을 지급하려면 12조~22조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러니 “내수 진작을 위해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조(32.8%)하는 의견보다 “재정에 부담을 주므로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60.1%)는 여론이 훨씬 높은 것 아닌가.

국민의힘 윤 후보는 집권하면 100일 안에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최대 43조원을 지원하고, 이와는 별도로 50조 원 규모의 초저금리 대출, 임대료 부담 완화 등을 실행하겠다고 했다. 나라 방역을 위해 협조하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 구제에 집중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43조 원은 문재인 정부가 지원하는 돈보다 2~3배 큰 규모고 2017년 국가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돈이다. 윤 후보 측은 세출 구조조정, 추가 세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사업을 구조조정할지 등에 대한 청사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또 나랏빚을 내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이 후보를 겨냥해 ‘미래 약탈’ ‘세금 약탈’이라고 했지만 윤 후보 본인도 ‘선심성 돈풀기’ 범주에 갇힌 셈이다.

정치권은 당장 재정준칙 법제화 서둘려야

여야 대선 후보들은 당장 포퓰리즘 경쟁을 멈춰야 한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후보들이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건 볼썽사납다. 나랏빚을 낸 현금살포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세대 약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향후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제어할 수 있는 재정준칙이 현실 가능한 해법이다. 재정준칙이 '빚 폭탄'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재정준칙 마련은 화급한 과제다. 제도적 조치 없이는 빚 수렁에 빠진 나라와 국민을 건질 수 없다. 재정준칙 국회 계류가 직무유기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치권은 당장 재정준칙 법제화를 서둘려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 2022-01-26 03:49:11
6차지원금 결국 안주나보네요 소상인과 자영업은 좋겠네 5백만원씩 받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