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㉔] 금리 상승과 서민 경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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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㉔] 금리 상승과 서민 경제 후폭풍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01.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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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인상,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
물가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효과 기대
대출 이자 상승으로 서민층 부담 엄청나
양날의 칼 교차해 취약계층 안전장치 절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금리인상으로 고통의 임인년이 시작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월 14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0%에서 1.25%로 0.25% 포인트 인상했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춰진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인상되면서 22개월 만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4일 한국은행에서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4일 한국은행에서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오는 3월 말 임기를 마치는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을 충분히 예고해왔다. 한은의 잇단 금리 인상은 과도한 물가상승과 급증한 가계부채 등을 감안한 통화정책 정상화 차원이다. 이와 더불어 역대최악의 물가상승 압박에 직면한 미 연준이 당초 올해 3차례 예고했던 금리인상을 4차례로 늘려 빠르게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은도 연준 움직임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긍정적

금리 인상 여파는 양면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긍정적일 수 있다. 지난달 국토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뒤집어 말하면 금리인상은 고공 행진중이던 집값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의미다. 물가와 부동산만 보면 금리인상은 올바른 방향이다.

14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보합권에 접어들었다. 매수심리도 1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앞으로 1~2주 내 서울 아파트값의 하락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에선 한때 집값과 쌍끌이 상승세를 이끌었던 전셋값과 전세수급지수도 2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파트값과 전셋값 상승폭의 위축이 지속하는 데다 거래심리도 꾸준히 떨어진 모양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 대출금리 상승으로 전세대출 금리가 최고 5%대에 육박하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지표에서도 하향 추세가 뚜렷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 중 12곳이 보합을 나타냈고, 1곳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리 인상 본격화, 채무자들에게 공포

그러나 금리인상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년초부터 금리 인상의 본격화는 대출 채무자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시한폭탄이다.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빚은 약 1845조 원에 이른다. 시중금리가 0.75% 포인트 오르면 추가 이자부담이 1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곧바로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처럼 한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서민들이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족’(빚내어 투자)의 속이 타들어 가는 중이다. 그만큼 서민층의 대출 이자 부담이 한층 거세졌다.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른바 '영끌' 시대가 저물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불었던 빚 내 투자하기 열풍은 결국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특히 '영끌 투자'를 해온 젊은 층에 큰 타격을 가하면서 부동산, 증시 등 자산거품 파열에 가속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방역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도 금리 인상이 반갑지 않긴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힘든 서민이 이자 때문에 허리가 휘지는 않는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빚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이나 천문학적 부채를 지고 있는 가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작년 두차례 금리 상승 당시부터 위기감이 감지됐다. 그러나 설마 하던 현실이 닥치면서 가가호호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등 은행돈 쓰지 않는 가정은 드물어 이자 부담이 커질 사태에 직면했다. 이자 상승분은 결국 소득 대비 지출비용이 늘어날 테니 실생활에서 허리띠를 조이며 긴축 가계를 꾸려야 할 위기 상황이다.

한 포털 사이트의 소상공인 카페에는 "며칠 전 소상공인 대출 받은 것 대출 이자 인상 안내 문자를 받았다. 금리 인상 뉴스를 보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문자를 받으니 실감이 난다." "코로나 시국에 거리두기로 매출도 반으로 줄었는데 신용대출 이자는 늘었다. 모든 상황이 목을 조여들어 오는 것 같다" 등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이자 상승 고민을 토로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문제는 경제나 물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은은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어 연말까지 1~2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이 총재의 추가 금리인상 시사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추가 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분기에는 대선과 총재 교체, 지방선거가 집중 돼 있어 정책 공백기를 가질 것으로 보이는데 신정부 출범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추가 금리인상 여부는 하반기 경기 여건이 결정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한은이 상반기에는 금리를 동결하는 등 속도조절을 하다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 되는 하반기부터 인상에 나서 1.50~1.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소린데, 6~7%대 은행 대출 이자도 머지않았단 관측이 나온다.

제2금융권의 대출원가 상승, 서민 직격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제2금융권의 대출원가가 상승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상태다. 이같은 추세가 제2금융권 대출서비스를 이용하는 서민층에 압박 요인이다.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 상승 등 제2금융권의 조달비용이 점차 증가하면서, 향후 이들의 대출금리도 상승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대출을 크게 일으킨 ‘영끌족’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제2금융권이 포함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총액은 35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급증했다. 급전이 필요한 가계가 제2금융권에 손을 벌렸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곧바로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차를 두고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대출금리 산정 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영업난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은행은 물론 제 2·3금융권에서 돈을 끌어다 쓸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대출 잔액은 약 632조원으로,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말보다 31.2%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대출 축소 기조로 인해 코로나 시국을 빚으로 간신히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에 위축되기는 실수요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잔액 약 910조 4899억원)의 75.7%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0.5%포인트 이상 뛰었다.

한은이 이달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욱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해 1.75%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주담대는 7%, 신용대출 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불가피한 금리인상, 취약계층 어떡하나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지만 취약 계층을 위해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이란 '양날의 칼'을 어떻게 다룰지 효과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연 5%대까지 올랐고,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5%대 진입을 앞뒀다. 서울에서 전세 일부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보다 전세 대출금리가 더 높아졌다.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빌려 이자를 내느니 차라리 집주인에게 월세를 주는 게 낫다는 얘기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그만큼 세입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자 부담에 새로 빚을 내는 영끌은 줄어들 전망이지만, 이미 빚을 낸 차주들 부담은 엄청나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대출금리 상승에 취약차주의 상환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1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이 전 분기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시국에 빚으로 버텨 온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모든 대출자가 6개월 전 변동금리로 은행 빚을 냈다고 가정했을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9조 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1인당 약 50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대출 창구에선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줄이고 있어 이자 부담은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훨씬 크다. 부담 완화책이 필요한데 그 중 은행들이 긴축기조를 틈타 우대금리는 깎으면서 가산금리를 과하게 올리는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급격한 이자 부담 가중은 차주에게 큰 고통을 안길 뿐만 아니라 자산시장 불안이나 소비 감소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해 빚을 갚기는 어려울 게 뻔하다. 이러한 취약 차주가 파산하는 일이 없도록 섬세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이자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을 일부 유지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금리 인상이 가계·소상공인 등에게 미칠 충격을 완화할 정책적 관리가 시급하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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