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양옥 “학교를 살려야 사회가 살아난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인터뷰] 안양옥 “학교를 살려야 사회가 살아난다”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2.08 15:5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양옥 前 한국교총회장
교육의 기본은 인성교육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사진제공=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
안양옥 “학교를 살려야 사회가 살아난다” 사진제공=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

“교육은 무구(無垢)해야 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분야”라며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했던 교육자가 있다. 바로 안양옥 전 한국교총회장이다. 안양옥 전 회장은 교육의 본질은 ‘인성교육’이라며  ‘학교 살리기’를 실현하기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돕고 있다. <시사오늘>은 지난 1월 20일 서울교대에 위치한 안양옥 전 교총회장 사무실을 찾아 교육개혁에 대한 그의 의지를 들어봤다

윤석열은 원코리아로 만들 수 있는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선대위에 참여한 이유는?

 “2016년 한국교총 회장직에서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가장학금 정책에 매진하던 중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서 이사장직을 사임하고 대학으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물러나는 것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현 정권에서 조국 사태 등으로 인한 교육 문제의 적나라한 실상을 보면서 윤석열 후보야 말로 공정과 상식을 대한민국에 뿌리내릴 적임자로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윤후보는 법과 원칙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을 진영 논리가 아닌 원코리아로 만들 수 있는 분이 아닌가 판단했다. 특히 교육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가능성을 안고 선대위 교육본부를 출발점으로 해 정치에 종속된 대한민국의 교육을 살리는데 일조할 수 있겠다는 자발적인 에너지가 생겨났다고 본다.”

-집권 성공을 위한 교육 1호 공약으로 생각하는 것은?

 “‘살리는 선대위’의 교육 공약은 ‘학교 살리기’다. 7080 기성세대가 경험한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너무도 다르다. 무엇이 다를까? 지금은 교육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섞여 있어서 무엇이 주체이고 객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교육 주체의 상실과 교육 본질의 훼손이라고 감히 진단하고 싶다. 

‘학교 살리기’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 ‘교육의 제자리 찾기’다. 사회의 변화에 따른 교육의 근본적·본질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회와 가정에서 각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교육(학교)과 보육(사회)의 개념 및 역할의 명확화, 가르치는 자(교원)와 가르치는 일을 지원하는 자(각종 행정 및 실무 관련자)의 역할과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둘째 ‘관계의 제자리 찾기’다. 학창 시절 학교생활의 추억을 떠올려 볼 때 뭐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까? 아마 십중팔구는 친구들과의 추억, 공부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함께 하면서 어울렸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학교라는 곳은 사회의 축소판(small society)이다. 학교는 이른바 또 다른 ‘작은 사회’ 경험을 하게 된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경험하는 거다. 그 경험을 아름답게 한 학생들은 사회로 나와서 적응도 잘 하고 올바른 시민으로 살아가게 된다. 입시 등 여러 환경들이 바뀌었지만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학교의 사회적 기능과 같은 측면들이다. 학교 안에서 ‘관계의 제자리 찾기’가 가능한 교육 정책이 개발되고 널리 실천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후보의 교육 참모로서 소신과 철학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교육계 내부에서도 진영 논리 등 분열상이 있다. 이러한 심화된 진영논리극복이라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윤석열 후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대통합특위는 전국적인 교육조직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윤후보의 교육 정책과 맥을 함께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의 교육 참모로서 우리는 원팀 철학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은?

“문재인 정권이 거창하게 내세웠던 국가교육위원회가 있다. 원래 저도 교총에 있을 때 찬성을 했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 목표하고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교육행정부인 교육부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놓았다. 원래 국가교육위원회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기 위한 기구인데 오히려 의회 입법 권력과 결탁해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에 부합하는 교육 정책만 법제화하고 토론이나 소통의 과정 없이 기울어진 정책 추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교육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현안과 대안은 무엇인가. 윤석열식 해법과 청사진도 제시해 달라.

“1995년 있었던 5·31 교육개혁 이후, 교육에 대한 수요자중심 기조에 우리 사회가 급속히 경도되면서 학교교육의 위상과 영향력은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지난 25년간 가랑비에 옷 젖듯 교육은 그렇게 변해왔다. 진보 정권 아래서 사회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성장한 다양한 세력들이 교직의 정체성 혼란과 교단 분열, 전통적으로 유지돼오던 교직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급격히 무너뜨리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진짜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지 불분명해졌고, 교원들은 정치 기본권이 제약된 상태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학교는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기관이다. 학교가 더불어 공동체주의를 연마하는 기초적 기관이 돼야 하는데, 이를 서비스업 조직으로 생각하는 순간 교육은 바로서기 어렵게 된다. 사교육은 서비스이지만, 공교육은 기본 교육이다. 교육기관은 국가, 사회, 개인의 미래를 위한 준비 기관이라는 거다. Back to the basic!이라는 말처럼 기본을 통해 학교를 바로 세울 시점이다.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 같은 사회적 위기들도 모두 학교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학교가 살아 있는 곳에 사람이 생겨나지, 학교가 죽은 사회는 사람도 살 수 없다. 학교를 살려야 사회가 살아난다.”

교육의 가장 기본은 인성교육이다. 사진제공=안양옥 전 한국교총회장
교육의 가장 기본은 인성교육이다. 사진제공=안양옥 전 한국교총회장

교육의 가장 기본은 인성교육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교육정책과 차별화된 공약은? 중점 슬로건, 캐치프레이즈 등도 소개해 달라.

“교육의 가장 기본은 인성교육이라고 믿고 있다. 이 점을 저희 교육본부는 차별화해 강조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도, AI 교육도, 미래사회 교육도 인성교육의 바탕 없이는 공허하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로 국민들은 학교폭력과 인성교육에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학교폭력 테스크 포스(TF)팀도 꾸려졌고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며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소위 인실련)도 출범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학폭, 미투 등의 문제가 만연돼 있기 때문에 인성교육 문제는 더욱 절실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 인권과 더불어 동등한 위치에 놓여 져야 할 인성교육을 다시금 강조하고, 공정과 상식에 근거한 법치주의 안에서 사문화(死文化)된 인성교육진흥법을 회복해야 된다. 다시 말해 윤 후보의 ‘살리는 선대위!’에서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살리는 교육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교총회장 시절,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도했다. 정치중립화를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그 어느 사회 분야보다 무구(無垢)해야 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분야가 교육이다. 교육감직선제 이후 교육대통령으로까지 불리는 선출직 교육감의 막강한 교육 권력으로 인해 교육의 정치적 도구화·수단화는 물론 교육 단체는 무력화되고 있다. 시·도지사 선거에 가려진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교총회장 재임 시절, 교육감직선제 위헌 소송을 제기했는데, 심의 요건조차 안된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헌법 기관마저도 심의를 거부하는 이 상황에서 교육자들은 소외되고 피선거권까지 박탈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 헌법 제31조 4항(‘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 지식인들이 결집해 교육 조직화에 앞장서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이 전까지 대선 캠프 내에 교육계가 조직화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선대위 교육본부는 교육의 정치 기본권과 같은 논의를 촉발하기 위한 건투가 담겨있다고 본다, 이 작은 시작이 교원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평소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살인적인 입시체제로 공교육 붕괴 상황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할 비책이 있는가?

“코로나 팬데믹을 2년째 겪어오면서 인성교육도 다른 각도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비대면으로 교육이 이뤄진 시간들이 많았던 것이 큰 원인인데, 이것을 학력 저하 등 효율적인 관점에서만 봤지, ‘인성교육에도 문제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면 대 면을 통한 보이지 않는 감화, 그것이 인성교육의 출발점이다. 즉, 도구적인 인성교육이 아니라, 면 대 면을 통한 어루만짐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상황이니까 교사와 학생이 1:1 내지는 1:2의 만남을 통해 교사가 학생에게 ‘사려깊음(thoughtfulness)’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인성교육은 반 이상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 학교에 등교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뛰어 넘어, 교사와 학생이라는 한 인간과 인간이 어떠한 시간에, 어떠한 방식으로 만남을 갖는지에 대해 학교나 교사에 그냥 맡겨둘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 정책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교육과 보육의 혼돈에서 초래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실 초등 보육도 필요하지만, 좀 더 교육적인 렌즈로 시야를 넓혀 보면 중학생 보육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데, 다들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인성교육 측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교급은 중학교이다. 가정으로부터, 학교로부터 소외된 중학생들이 방과 후에 갈 곳 없이 방황하고, 일탈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오히려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감싸줘야 한다. 이를테면, 돌봄클래스를 중학교에도 만들어서 예체능 내지는 학습보충 같이 그들이 원하는 클래스에 참여하도록 해 새로운 경험을 주고, 또래 관계를 형성하도록 국가, 사회적으로 지원하면 위기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성교육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교육자로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선택 이유는? 

“손웅정 씨의 에세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가 생각난다. 제목부터가 제 삶의 철학과 일치해서 끌렸다. 목차를 보는데, ‘가정은 최초의, 최고의 학교’라는 문구가 딱 눈에 들어왔다.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자식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손 선수의 축구 성장기를 내세우기 위해 쓴 글이 절대 아니다. 교육을 대하는, 삶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와 철학이 담겨 있다. 제가 교육자라고 해서 유명한 지식인이 쓴 교육서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편하게, 쉽게 읽으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가장 기본적인 것에 해답이 있을 때가 많다. 교육도, 사회도, 정치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교육살리자 2022-04-06 20:36:24
옳소!!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이렇게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정은초 2022-02-08 17:30:11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남을 이기는 교육이 현대 사회에서 뭐 그리 중요할까요? 먼저 사람이 되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