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보기] LG의 반도체는 어쩌다 SK 품에 안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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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신문 보기] LG의 반도체는 어쩌다 SK 품에 안겼을까?
  • 방글 기자
  • 승인 2022.02.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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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국가경제 위해 반도체 포기…지분도 모두 내놓겠다"
'반년만의 항복' 구본무…금융제재에 반도체 포기 선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정부주도 빅딜로 LG는 반도체 사업을 포기했다. ⓒ시사오늘 이근
정부주도 빅딜로 LG는 반도체 사업을 포기했다. ⓒ시사오늘 이근

# LG가 공들이고 현대가 욕심내던 반도체가 어쩌다 SK 품에 안겼을까?
# LG전자에는 왜 반도체 사업이 없을까?

구본무 회장 시절, LG는 반도체가 미래 사업이 될 거라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재벌 빅딜’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차세대 ‘멀티’ 반도체칩 LG 세계 첫 개발

LG반도체가 영성 음성 2차원 및 3차원 입체 그라픽 팩스 모뎀 PC전자 화상회의 등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멀티미디어 기능을 합친 차세대 멀티미디어 반도체칩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LG반도체는 미국의 멀티미디어 설계전문회사인 크로매틱사와 공동으로 2년여에 걸쳐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합해 구현할 수 있는 종합 멀티칩(제품명 임팩트 미디어엔진)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매일경제>1995.10.09.

LG반도체 현대전자 순익 각 9천억원 달해

삼성전자가 3조2천억 원의 경상이익을 올린 데 이어 LG반도체와 현대전자도 9천억 원대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LG반도체 관계자는 22일 “지난해 반도체 경기 호황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 증가한 2조1천억 원대를 기록했으며 9천억 원 가량의 세전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최소한 지난해 수준(15%)이상의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1996.02.23

LG반도체 설계 SW기술 미 수출

LG반도체가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미국에 수출한다. 

LG반도체는 18일, “반도체 레이아웃을 설계하고 검정하는 ‘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 미 에픽사에 수출하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중략)LG반도체는 이 제품의 개발을 위해 지난 95년 1월부터 소프트웨어전문업체인 미 CIDA사와 공동으로 20여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했다. 

이번 개발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자체 공급함으로써 총5백억 원 가량의 수입 대체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매일경제> 1997.02.19.

LG반도체 초미세 비메모리 개발

LG반도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초미세 주문형 반도체개발에 성공했다. 

LG반도체는 26일 “0.35μ(미크론:1μ은 1천분의 1mm)의 초미세회로선폭 공정기술을 이용한 주문형반도체(ASIC)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중략)이와 관련, LG반도체 임철호 이사는 “이번 개발을 계기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대폭 강화, 오는 2000년에는 ASIC사업에서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이 분야에서 세계 10대 업체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1997.02.26

LG 미래사업 60조 투자

LG그룹은 오는 2000년까지 승부사업의 집중 육성과 전략적 신사업의 발굴 육성에 총6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이 중 23조 원을 승부사업인 정보통신과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차세대 전지 등 미래 첨단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략)주요 분야별 투자규모는 반도체 18조 원, 전자 12조 원, 화학‧에너지 13조 원, 유통‧건설분야 3조 원 등이다. 

-<매일경제> 1997.03.28.

LG가 반도체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는 기사들이다. 직접 연구 인력을 투입했고, 세계 최초, 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미 9000억 원 수준의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을 때였으며, 반도체를 ‘미래사업’으로 규정하고 18조 원 규모의 투자도 확정지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이듬해 LG는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빅딜을 포함한 대기업 구조조정이 조만간 발표될 겁니다. 그동안 한 재벌기업이 빅딜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어제 알아본 결과 승복했습니다. 빅딜 성사를 위해 물밑대화를 꾸준하게 해왔으며, 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과거의 고답적인 사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과거의 충격 요법을 지양하고 시장 경제원리에 따라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분명한 자료를 제시하며 이들을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1998년 6월 10일,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여기에는 LG의 반도체 사업과 현대의 반도체 사업을 통합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다. 중복 과잉투자가 이뤄진 사업을 정리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정부 주도 빅딜의 이유였다. 

하지만 LG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대를 품는 게 아니고, LG의 반도체를 내어줘야 하는 일이었다. 전자가 주력인 LG 입장에서 반도체를 내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술력이며, 규모면에서 현대에 밀리는 사업분야도 아니었기에 쉬이 포기할 수 없었다. 

빅딜 막판 난항
6개 업종은 협상 마무리
반도체 사업 통합 싸고
현대-LG그룹 이견
5대그룹 조정안 오늘 발표

5대 그룹의 사업구조조정 작업 막바지에 현대와 LG그룹이 반도체사업의 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략) 삼성에 이어 국내 반도체업계 2위를 다투는 현대와 LG그룹은 당초 반도체 부문을 통합해 단일회사를 세우기로 잠정 합의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현대측이 사업규모 등을 들어 “경영권을 갖겠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LG 측은 “지분을 출자해 공동회사를 세우는 데는 동의하지만 자산실사 등도 하지 않은 채 경영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 정상국 LG이사는 이날 “반도체는 그룹 주력인 전자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며 “램버스 D램을 비롯한 초고속 D램 분야에서 현대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고 반도체 사업 부문만 따져보면 규모에서 현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 측은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을 주요 근거로 현대로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 자료에 따르면 현대의 지난해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3위(9%)로, 6위인 LG(6.7%)에 비해 앞서고 있다. (LG반도체의 주문자 생산량 제외)

-<동아일보> 1998.09.03.

석유화학과 철도차량, 항공 등은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동등지분에 의한 단일회사 설립에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도 동등지분에 의한 단일회사 설립에 합의가 된 사항이었다. 하지만 현대 측에서 입장을 바꾸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 LG 입장에서는 반도체 지분을 절반씩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경영권을 LG가 가져오는 게 맞았다. 재무구조나 기술력, 모든 면을 종합해 봐도 LG의 반도체가 현대보다는 앞서 있었다. 현대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빅딜이 없이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단일회사가 만들어진다면, 지배주주는 LG가 돼야 했다. 

당시 이문호 LG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LG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50대 50의 지분 비율은 사실 LG가 제시한 것이 아니라, 전경련의 구조조정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예상됐던 지분 비율”이라면서 “현대가 이를 무리하게 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실사가 진행됐다. 실사를 진행할 컨설팅사는 미국의 아서디리틀(ADL)로 선정됐다. 전경련이 추천한 곳이었다. 

당시 LG 관계자는 “합의가 된 만큼 성실히 실사에 임하겠다”면서 “외부 실사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LG가 경영권을 갖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 측은 “ADL이 권위있는 컨설팅 회사”라면서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LG와 현대가 실사를 대하는 분위기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현대·LG 반도체 평가기관 선정 배경 
정부의지 단호 거부 명분 안 먹혀

(중략)

이같이 전격적으로 양사가 전경련이 추천한 컨설팅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정부의 입김이 워낙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반도체 빅딜은 반드시 필요하며 만약 빅딜을 하지 않으면 대출 회수나 중단 등 금융제재를 취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혀왔다. 

이같은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 정면으로 반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0조 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양사가 금융제재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데다 빅딜 무산에 따른 ‘괘씸죄’를 감당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매일경제>1998.11.12.

실사 당시 반도체 빅딜 불필요론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전경련에서는 “통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다른 내용은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도체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했다. 

실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었다. LG는 결과가 예상됐고, 그래서 불안했다. LG는 급기야 빅딜 협상 결렬을 공식화했다. 정부에 빅딜 포기 방침을 전달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1998년 12월 24일자 조선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8년 12월 24일자 조선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반도체 빅딜 ‘결렬 초읽기’

LG가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와 합병하는 빅딜 협상의 결렬을 공식화할 시기를 탐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13일 “지난 주말 LG로부터 빅딜 포기 방침을 비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면서, 제재 준비에 돌입했음을 밝혔다. 

LG가 거부감을 보이는 가장 큰 배경은 현대가 정부와 정치권의 도움을 받아 LG반도체를 인수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 때문. 이에 따라 25일 이전에 ‘빅딜 결렬과 독자 생존의 길’을 공식 선언할 시기만을 모색 중이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제재 강도와 여론 동향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다. 

현대-정부를 의심=LG는 반도체 빅딜 논의가 재무구조가 비교적 부실한 현대전자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추진되는 게 아닌가하고 의심을 품고 있다. LG구조조정본부 측은 “현대전자는 빅딜을 안하면 그냥 쓰러질 수밖에 없는 상태이나 경영권을 절대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LG 내부에서는 신정부가 LG반도체를 빼앗아 현대전자에 주려고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로 한다. 
 
LG 임원들은 “빅딜의 실익이 없다는 정부연구기관의 보고서를 공개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등 정부의 현대 편들기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부나 현대전자에서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선일보> 1998.12.14.

이쯤되니, 현대가 나서 LG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빅딜 협의 처음부터, LG와 현대의 온도차는 극명했다. 현대는 빅딜에 적극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대북정책에 협조했던 현대그룹에 정부가 선물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수준이었다.

“반도체 빅딜 합의 왜 꺼려하나” 현대전자, LG 맹비난

현대전자는 15일 “반도체 사업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반도체 구조조정 무용론은 과잉투자와 중복 투자를 막자는 통합의 근본 취지를 이해 못한 근시안적인 견해”라며, LG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영환 현대전자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LG반도체가 구조조정 일정과 방법에 서면합의한 후에도 평가항목 및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실사를 지연, 기피하는 등 구조조정 합의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LG 측은 성실한 자세로 조건 없이 평가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김 사장은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앞으로 5년간 60여억 달러의 비용절감과 수익 개선효과가 있다”면서 “현대전자의 재무구조가 LG반도체보다 나쁜 것은 종합 전자회사이기 때문이며, 반도체 부문 재무구조는 양호하다”고 주장했다. 

LG는 이에 대해 “양사간의 경영주체 선정방법, 절차 등에 사전 합의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1998.12.16.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1998년 12월 24일, 실사 결과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현대의 승.

“우리가 설정한 각종 평가기준 중 많은 분야에서 현대전자가 일관된 우위를 보여 통합회사의 경영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갖추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서디리틀(ADL)이 밝힌 이유였다. 

하지만 실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너무 많은 의혹이 있었다. 

당시 구본준 LG반도체 사장은 “사전 합의가 없었던 데다, 실사-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ADL이 내놓은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반박문을 직접 내기도 했다. 

ADL 측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태수 ADL 한국지사장은 “LG반도체가 이번 평가와 실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LG 측은 나름대로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이것과 외부에서 입수한 자료와 정보 등을 취합해, 균형잡힌 공정한 평가를 내린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금융권에서는 협박에 준하는 압박을 가해왔다. 

1998월 12월 25일, 금융감독위원회는 “25일을 넘기면서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끝내 LG가 불복하면 28일 주요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신규여신중단, 기존여신 단계적 회수 등의 제재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LG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도체 빅딜 불필요론은 정부 차원에서 막혔고, 이제는 경영권마저 뺏길 판이었다. 반도체를 포기할 수도, 정부 주도 빅딜을 언제까지 거부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1998년 12월 26일자 매일경제.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8년 12월 26일자 매일경제.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주기도…버티기도…LG ‘반도체 고뇌’

LG가 장고에 들어갔다. 통합반도체 회사의 경영권을 현대에 넘겨주게 된 LG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8일로 예정된 채권단의 금융제재 시한이 다가오면서 LG는 노른자위인 반도체 사업을 포기할지 아니면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독자 생존의 길을 걸을 것인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 

수용이냐 거부냐=LG반도체 구본준 사장과 LG구조조정본부 강유식 사장은 25일 그룹 본사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협상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LG는 일단 강‧온전략을 구사할 움직임이다. 반도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강경전략의 핵심. 

LG 관계자는 “그룹의 주력인 전자산업을 키우기 위해 가전‧정보통신에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반도체 사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게 구본무 회장의 생각”이라며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대응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LG는 단기차입금을 대폭 줄이고 여유자금도 비축한 상태며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최근 5백억 원의 순익을 올려 한층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다. 이같은 반도체의 그룹 내 산업적 중욯성과 여건 변화를 대응논리로 동원, 정공법으로 반도체 고수를 관철해보겠다는 전략이다. 

(중략)빅딜 거부가 부를 파장=LG가 빅딜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LG는 정부와 정면으로 맞서는 데 따른 각종 불이익을 고스라니 떠안게 돼 자칫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의 빅딜 강행의지를 감안하면 채권단은 물론 금융감독위‧공정거래위를 비롯한 정부‧금융권의 전방위 압박작전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1998.12.26.

LG는 결국, ADL을 미국 법원에 제소하기로 결정한다. 금감위가 주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예고한 ‘그날’이었다. 

LG 美법원에 ADL 제소

LG반도체는 27일 반도체 통합법인 경영주체로 현대전자를 선정한 아서디리틀(ADL)에 대해 한국지사는 물론 미국 본사에 대해서도 불법행위 등 혐의로 내년 초 미국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중략)정부 당국은 예정대로 28일 주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열어 반도체 통합을 가로 막는 귀책 기업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LG반도체 구본준 사장은 이날 오후 영동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ADL 평가는 공정성 객관성 전문성 등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귀책사유는 ADL에 있다”며 “LG반도체가 입은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ADL을 제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1998.12.28.

당시 구본준 사장이 <경향신문>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 일부를 가져왔다. 

-금융제재가 이뤄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금융제재를 감수하고라도 반도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그룹의 판단이다.”

-반도체 협상에 대한 복안이 있나.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면 언제라도 평가에 응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

-LG가 앞으로 독자생존의 길을 걷게 되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합 무산의 책임은 ADL 측에 있기 때문에 금융 제재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생각지 않고 있다.”

-LG가 반도체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부문에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 사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짧은 대답 안에서 강력한 의지가 새어나왔다. 

결국, 양사의 반도체부문 합병 협상은 해를 넘겼다. 1998년의 마지막날 회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LG는 30일 종무식을 진행하는 것을 이유로 시간을 벌었다. 

마지막까지 구본무 회장은 고심했다. 그러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1월 6일, 김대중 대통령과 구본무 LG회장이 마주앉았다. 

“반도체는 선친이 물려주신 사업입니다. 기술력과 재무구조도 우수합니다.”

대통령의 표정이 굳는다. 구본무 회장은 물러설 곳이 없음을 느낀다.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진다. 답은 정해져있었고, LG만 결정하면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일이었다. LG는 이 자리에서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심지어는 지분 100%를 모두 넘기며 경영권도 양보했다. 

“국가 경제를 위해 LG반도체를 포기하겠습니다. 기왕 포기하는 거 지분 전체를 현대에 넘기겠습니다.”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으로 억울하고 분한 심정을 표현한 듯 보였다. 고작 30분만의 독대로, LG의 반도체 사업은 현대로 넘어갔다.

LG반도체 현대에 양도

LG그룹이 현대전자체 LG반도체 지분 100%를 넘겨주고 반도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중략) 구본무 LG회장은 6일 오후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방문해 현대전자를 주체로 하는 반도체 통합에 동의 의사를 밝혔다. 

구 회장은 이날 김 대통령에게 “통합 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이 고뇌했으나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앞으로 다른 분야의 주력기업 중심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구 회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매운 고맙게 생각한다”며 “LG그룹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국가경제 발전을 선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중략) 한편, LG반도체 채권금융단은 7일 회의를 갖고 LG반도체에 대한 금융제재를 풀기로 했다. 

-<매일경제> 1999.01.07.

하지만 LG내부 반발은 계속됐다. 

“빅딜이 아닙니다.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빼앗겼습니다.”

현대전자산업이 LG반도체를 인수합병 할 당시, LG그룹 내에서 나온 이야기다. 

어찌됐든, 총수의 결정은 끝났다. 이제는 얼마에 팔지를 협상하는 일만 남았다.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현대는 1조2000억 원을 제시했고, LG는 5조4000억 원을 불렀다. 매각 대금을 두고도 양사간 이견이 컸다.

LG의 경영권 양보 선언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는 LG반도체 주식을 시가에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LG반도체 주식 1억54600만주 중 LG의 지분인 59%만 인수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시세로 1조2000억 원 정도였다.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미래가치, 그동안의 투자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현재 주가에 모든 것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 현대의 주장이었다.

LG반도체는 당시 1조3000억~1조4000억 원 수준의 유동성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식 시가총액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떠나보내는 직원들에 대한 보장내용도 만족스러운 수준이 되지 못했다. ‘고용 보장’을 두고 또다시 의견차가 발생한 것. 현대 측은 “고용보장은 현대전자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고, 외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LG 직원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일부 기술 인력 들은 해외기업으로 이탈했다. 

LG반도체 7000여명은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정치적 논리에 따른 반도체 합병을 받아들일 수 없다. 현대의 기업윤리로 볼 때 100% 고용승계 약속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당시 LG직원들의 파업은 1월 24일부터 4월 29일까지 3달간 이어졌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키운 기술자들이 현대로의 흡수를 거부하고, 해외 경쟁업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 때도 정부가 나서 현대를 도왔다. 

“LG반도체 인력 해외유출 최소화”

정부는 23일 현대와 LG의 반도체 빅딜 합의에 따라 LG반도체의 첨단기술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특히 현대에 흡수되는 LG반도체 핵심인력들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국방관련 기술보유자의 이탈이나 공식적인 기술수출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는 “지난 1월 반도체 빅딜 계획 발표 이후 LG반도체의 핵심 기술 인력 20여명이 해외 경쟁업체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관계부처간에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고급 연구인력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현대와 LG측이 인력 흡수와 임금 문제 등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차적으로 해당 기업들이 핵심 인력을 잘 관리해야겠지만,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해당 업체에서 고급연구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대우를 해 줄 경우 세제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조선일보> 1999.04.24

어찌됐든, 반도체 빅딜은 마무리됐고, 현대는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가 됐다. 

1999년 4월 22일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
1999년 4월 22일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

‘박도체 빅딜’ 타결

현대와 LG의 반도체 빅딜이 최종타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7일 정·재계 간담회 이후 5개월여동안 끌어온 5대그룹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협상팀의 고위 관계자는 21일 “이날 양측 구조조정 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심야협상을 벌인 끝에 2조5천억 원에 LG반도체를 주고 받는데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략) 한편, 현대·LG가 통합하면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면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가 된다. 

-<경향신문> 1999.04.22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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