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정치교체론 대 정권교체론,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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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정치교체론 대 정권교체론, 누가 웃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3.0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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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교체론, 신뢰도 낮아…정권교체론, 비전 보여줘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20대 대선 구도가 ‘정권교체론’ 대 ‘정치교체론’으로 정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선 구도가 ‘정권교체론’ 대 ‘정치교체론’으로 정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선 구도가 ‘정권교체론’ 대 ‘정치교체론’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50%를 넘기는 정권교체론 탓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당제 연합정치’를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의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후보의 정치교체론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의 사퇴를 이끌어내고 정치 원로들의 지지를 얻는 등 정권교체론에 맞설 만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치교체론은 상상 이상으로 파괴력이 큰 프레임입니다. 끝없는 정쟁(政爭)에 지쳐버린 국민들의 통합 요구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안인 데다,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비전이니까요. 도구적 성격이 강한 정권교체론이 ‘정권을 교체하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추가적 설명이 필요한 프레임인 반면, 정치교체론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구체적 실현 방안이 바로 떠오르는 정책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이 후보를 찍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가 쉽게 그려지는 장점이 있죠.

게다가 정치교체론은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처럼 다당제를 원하는 정치 세력들과 자연스럽게 연대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기도 합니다. 이 후보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깨고 제3당, 제4당이 선택 가능하게 존재해야 진짜 정치교체”라며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모든 정치 세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협력하는 길을 찾자”고 주장했는데요. 이는 인위적인 단일화 없이도 군소정당 후보들과 스크럼을 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포위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정치교체론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진정성’입니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정치 개혁을 약속하며 소수 정당들의 협조를 얻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총선에서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했죠. 이러니 이번에도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다당제 연합정치를 약속해 놓고, 대선에서 승리한 후에는 말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등을 영입하며 ‘국민 대통합’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문화를 개방했다”며 문민정부를 ‘민주 정부’에서 제외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처럼 선거 전과 후의 말이 달라지다 보니, 이 후보의 정치 개혁 공약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반대로 정권교체론은 ‘잘못한 세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합리적 사고경로를 따릅니다.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지 못한 정치 세력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서 정권교체가 되면 정권을 잃은 세력은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시 한 번 더 정권을 찾으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정권을 지금 유지하고 있는 세력은 정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이라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정권교체론처럼 직관적이면서도 논리적인 프레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정권교체론은 어디까지나 도구적 개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정권교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권교체 여론과 야당 후보의 득표율은 큰 연관성을 갖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역대 대선은 모두 정권심판론이 정권유지론보다 높은 상황에서 치러졌지만, 두 차례나 정권 재창출(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이 이뤄졌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결국 정치교체론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 후에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확고히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줄 때, 정권교체론은 윤석열 후보가 단순히 정권교체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비전을 보여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과연 두 사람은 남은 일주일 동안 이 난제(難題)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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