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 논란의 유통산업발전법,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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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 논란의 유통산업발전법, 어디로 가나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03.0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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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등장으로 유통 환경 급변
소비자·기업·소상공인 “개정 필요” 한목소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통업계의 해묵은 논란인 ‘유통산업발전법’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도 법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통일된 지적이 이어지면서 어떤 방향으로든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 개정된 이후 올해로 시행 10주년을 맞았다.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전통시장,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취지로 도입됐으나, 지난 10년 간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누더기 법안이라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는 과거와 달리 최근 온라인 소비가 유통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소비자들이 이커머스 업체로 대거 이탈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은 달라진 환경 속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더 이상 침탈자가 아니라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10여 년 전 호황을 누리던 대형마트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 생존을 모색하는 처지가 됐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월 2회 의무휴업은 달갑지 않다. 더욱이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그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온라인 장보기를 통해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문 앞에 각종 신선식품과 식료품을 받아볼 수 있는 환경이어서다. 실제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소비자 인식 설문조사 결과 30.8%는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의무 휴업제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도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최근 호소문을 발표하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유통업체 규제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기에 정부와 국회는 구시대적 유통업체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의 시장 독식 현상을 어떻게 규율할지, 자영업자와 공존할 수 있는 논의와 법안을 조속히 도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과 아웃렛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규제 강화론도 여전하다. 특히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 송정 매일 시장 유세 중 ‘복합쇼핑몰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갑론을박이 또다시 펼쳐졌다. 

윤 후보의 발언 이후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코로나19로 2년여 동안 각종 영업규제에 피폐해진 전통시장, 골목 상점가 등 지역의 상권을 송두리째 대형유통업체에 가져다주겠다는 친재벌, 반 중소상인·자영업적 발상으로 복합쇼핑몰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모르는 윤 후보의 현실 의식에 심한 유감을 표현한다”고 밝혔다. 이어 “복합쇼핑몰의 빨대효과로 인해 매출 하락은 5~10km의 원거리 상권에까지 미치고, 기존 중소상인 점포는 쫓겨나고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와 고급화 점포들이 입점하면서 중소상인 내몰림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가 완화되든 강화되든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여야에서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여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매장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통신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 의원 등은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일 등에 이미 소매업에서도 보편화돼 있는 온라인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에 해당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 등 10인은 대규모점포등의 의무휴업과 등록 제한, 영업장소 제한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적합하도록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 규제효과가 지역 특성에 맞지 않아 실효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돼 왔고, 전통상업보존구역에 대규모점포등을 개설 시 적용되는 일괄적 규제는 오히려 지역경제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규제 대상을 기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서 복합쇼핑몰·백화점·면세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돼 있다. 민주당 이동주 의원 등 28인은 “복합쇼핑몰과 같은 초대형 유통매장의 진출 확대로 골목상권과 영세상인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점포에 대한 입지, 영업 제한 등의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유통 사업을 하는 업체인데 오프라인은 규제하고 온라인은 규제 안 받고 역차별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시장 환경이 바뀐 만큼 형평성 있는 법안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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