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 연전연패’ 건설업계, 올해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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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다각화 연전연패’ 건설업계, 올해는 다를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3.11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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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식 확장에서 건설업·ESG 관련 분야로
"자본력 갖춘 대기업집단 소속 업체들 유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여러 차례 사업다각화 시도에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가 2022년에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과 무관한 사업에 무작정 뛰어들었던 과거와는 달리, 올해에는 건설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거나 최근 ESG 트렌드와 관련된 분야에 진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비교적 나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각 건설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공고,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 등을 살펴보면 DL이앤씨(구 대림산업)는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탄소자원화 사업 설계·시공·운영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고압가스 저장·운반 △신기술 관련 투자·관리·운영·창업지원 등으로의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정관에 신규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DL이앤씨는 한동안 침체를 겪은 플랜트사업본부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수단으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ESG 신사업을 낙점하고, 현대오일뱅크, 서해그린에너지, 서해그린환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광물플래그십 사업단 등과 최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9일 주총을 열고 정관 변경을 추진해 △유통업 △도·소매업 △물류단지개발업 △물류업 △물류창고업 △운수업 △데이터센터업 등을 사업 목적에 새롭게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는 광주 아파트 붕괴 참사로 본업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추가되는 신규사업은 HDC그룹에서 기본적으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등이 유통, 도소매업, 물류업 등과 연관이 깊고, 데이터센터업의 경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경남 김해 NHN김해데이터센터 사업과 연결된다. 다른 분야도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 프로젝트 등 기수주한 개발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될 전망이다.

중견건설사들도 대거 신사업을 추진한다. 계룡건설산업은 오는 28일 주총을 열고 △태양광발전 △전력중개업 △폐기물·부산물 연료화 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의 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오는 29일 주총에서 △건설기계·물류장비 판매업 △정비업 △부품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새롭게 포함시킬 예정이다. 신세계건설은 레저부문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오는 24일 주총에서 △수족관 운영관리업 △공연장·전시장 운영관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모두 기존 영위하던 사업과 관련이 있거나 ESG 트렌드에 부합하는 분야들이다.

이는 실패를 거듭했던 과거 건설업계의 사업다각화 전략과 대조를 이룬다. 그간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본업과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신사업을 추진해 여러 차례 쓴맛을 본 바 있다.

대표적으로 DL이앤씨는 대림산업 시절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통해 2014년 호텔업에 본격 진출했다. 하지만 이내 여러 구설수에 휘말렸고, 급기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실적까지 악화됐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2020년 영업손실 19억7928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코오롱글로벌은 환경관리 대행업, 목재유통업, 담배 관련 제품 제조·판매업, 의약품도매업 등 신규사업을 최근 수년 간 사업목적에 새롭게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전체 실적이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이들 신사업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5년 여신금융업, 중고차 매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넣은 계룡건설산업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이밖에 신세계건설은 2015년 목욕탕·사우나 사업 진출을 선언했으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려 되레 곤욕을 치른 바 있으며, 서희건설은 2015년 편의점 로그인을 인수하며 사업다각화를 추진했지만 최근 실적 부진과 가맹점 수 감소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본업 또는 ESG 트렌드와 밀접한 신사업에 나선 업체들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GS건설은 비록 오너일가인 허윤홍 신사업부문 사장 밀어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모듈러주택 사업을 다루는 단우드, 수처리시설 사업을 영위하는 GS이니마 등 자회사들이 최근 급성장해 전반적인 실적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GS건설 전체 매출 가운데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6%로 전년 대비 약 2.5%p 늘었다. 올해에는 10.0%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건설사들이 과거에 비해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건설업체들이 무작정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는데, 최근에는 본업과 관련도가 높은 분야 또는 확실한 미래성장동력으로 분류되는 ESG 유관 분야에 진출·투자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애초에 신사업은 성공 사례에 비해 실패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에는 거시적·장기적 차원에서 건설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사업에 많이 뛰어들고 있어 긍정적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산업계 전반적으로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돼 불투명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의 신사업 성적표는 다소 엇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신사업 성패는 기술력보다는 자본력이 좌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재벌 대기업에 속한 업체들은 신사업 초기 그룹 일감을 분배받을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M&A(인수합병)가 곧 신사업이 아니냐"며 "건설업계도 비슷한 경향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건설사들이 자본을 앞세워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할 것이고, 중견 업체들은 여기에 눌려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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