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권력 이기주의 사림과 한샘의 주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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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권력 이기주의 사림과 한샘의 주가 추락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3.1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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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도 기업의 주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소액주주는도 기업의 주인이다. 사진(좌) 영화 군도 사진출처: 쇼박스, 사진(우) 한샘그룹 본사 사진출처: 한샘그룹 홈페이지
소액주주도 기업의 주인이다. 사진(좌) 영화 군도 사진출처: 쇼박스, 사진(우) 한샘그룹 본사 사진출처: 한샘그룹 홈페이지

“본래 사람이란 모두 죽기를 싫어하고 살기를 좋아하며 덕을 좋아하고 이익을 쫓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진정한 삶과 진정한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도리입니다. 바로 이 도리가 있는 곳으로 천하가 돌아갑니다.”

주나라 문왕이 태공망에게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면 천하가 돌아와 복종하겠냐고 묻자 답한 내용이다.

조선의 사림은 선조가 즉위하자 훈구파를 내쫓고 천하를 쟁취했다. 사림은 도의정치를 간판으로 내세웠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는 허울좋은 도의정치는 어울리지 않았다. 사림이 모든 경제권을 독점해 백성들은 당장 한 끼 먹을거리를 구하지도 못하고, 기아와 전염병으로 내일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사림은 자신들만의 이상향을 꿈꾸며 실질적으로는 권력투쟁에 몰두했다. 집권하자마자 동인과 서인으로 분열했다. 민생 구제는 뒷전이고 권력 투쟁의 핵심 요직인 이조전랑을 놓고 치킨게임을 펼쳤다.  

이조전랑을 뺏기면 피의 제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대파는 한직으로 쫓겨나거나 역모사건을 꾸며 최소 귀양, 최대 사형이었다. 권력을 뼤앗긴 세력은 복수를 꿈꾸며 권토중래했다. 역전에 성공하면 처절한 보복에 전념했다.

권력의 화신 선조는 이들의 권력투쟁을 즐겼다. 정통성에 문제가 있는 방계 왕족의 생존 본능이 작동했다. 권력 균형은 왕권 유지의 핵심이다. 동인과 서인을 교묘히 요리하며 왕권을 지켰다.

선조와 사림은 권력 게임에 빠져 민생을 버렸다. 대외적으론 조선판 북로남왜(북쪽 몽골 오랑캐와 남쪽 왜구)가 안보를 위협했고, 대내적으론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배성들이 노비로 전락했다. 도의정치는 빚 좋은 개살구였다. 

역설적으로 사림 시대는 시대 전환을 촉진했다. 사림의 왜곡된 정치는 왜란과 호란을 초래했다. 양난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노동력 부족은 피지배층의 지위를 상승시켰다. 조선 백성은 외적에 짓밟히자 각성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무조건적 복종을 거부했다. 신분제의 근본적인 개혁은 실패했지만 근대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개발도상국은 소수 재벌 중심으로 경제 성장이 이뤄졌다. 재벌은 오너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당연시됐다. 오너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가신그룹이 경영권 사수에 전념했다.

일부 기업에선 오너 교체기엔 형제의 난이 발생하곤 했다. 권력쟁탈의 중심에는 가신그룹이 존재했다. 오너 교체는 가신의 사망선고와 같다. 죽기 살기로 자신들의 주군을 위해 주주 이익을 무시하는 일을 일으키길 거부하지 않았다. 간혹 가신은 자신들이 기업의 주인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기업의 실패는 오너와 가신의 삐뚫어진 주인의식에서 시작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최근에는 M&A가 활발해지다 보니 사모펀드가 오너가 되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특화된 집단이다. 시장에선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비전통적인 자산 투자로 유동성 관리 실패, 경영진 횡령 등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를 새 주인으로 맞은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단체행동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한샘 소액주주연대협의회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한샘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659만9910주 전량 소각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의 단체행동은 IMM PE가 한샘 경영권을 쥔 이후 발생한 주가 급락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샘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 8만5100원으로 지난해 7월 14만6500원에 비해 거의 반토막 났다.

이들은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도 촉구했다. IMM PE가 대주주 지분만을 비싸게 매입했지만 소액주주는 지배구조 변동 등으로 주가 하락만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소액주주도 기업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기업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한샘의 새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는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지 잊지 않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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