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hc의 ‘法사랑’, 이번엔 지나쳤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자수첩] bhc의 ‘法사랑’, 이번엔 지나쳤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3.17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로 널리 알려진 bhc(비에이치씨)그룹이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약 2500억 원을 투입해 사들인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었다. 자신을 아웃백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bhc가 인수하고 회사 일으켜 세운 메뉴개발팀 쉐프도 마찰이 있어서 퇴사했다. 스프, 투움바에 들어가는 새우랑 버섯 투움바베이스, 텐더에 들어가는 텐더치킨 양봉, 투움바크림소스 등등 그나마 홈메이드였는데 이제 앞으로 1~2달 뒤 냉동으로 들어오고 완제품 쓴다. 심지아 면도 그날 삶는 게 아니고 가공돼 들어온다고 한다. 생과일에이드도 매일 갈아서 했는데 지금은 완제품 쓴다. 오지치즈도 감자 수급 어쩌구 하면서 없앨 예정이다. 립은 그릴에서 구웠었는데 그것도 공장 완제품으로 전자레인지에만 데워서 나가자고 얘기가 나왔다. bhc에서 전자레인지가 몇 개 더 필요한지 물어보더라"며 "이유? 인건비 절감이다. 일하면서 그나마 프라이드 조금씩 갖고 했는데 이제 X팔려서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이후 해당 글의 사실관계 여부와 별개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블로그 등에서도 '현실이 된 아웃백 너프', '아웃백 내부고발 사태 이후' 등 제목의 글이 아웃백 메뉴 사진과 함께 게시되기 시작했다. "무려 3만8900원짜리 기브미파이브에 나오던 오지치즈 후라이 대신 치즈스틱 등장, 투움바파스타 새우 칵테일 새우화, 립 전자레인지화, 에이드 생과일 착즙 사라짐, 런치세트 주문 가능 시간 단축" 등 아웃백의 품질이 저하됐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었다. 또한 "고소 운운하길래 면담하러 간다", "긴급회의했다는 건 들었는데 본사가 내부고발자를 어떻게 알았느냐", "원글은 삭제됐고 작성자는 걸려서 본사에서 긴급회의 후 처리 검토 중" 등 앞선 누리꾼의 근황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모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이다.

OUTBACK STEAKHOUSE ⓒ bhc
OUTBACK STEAKHOUSE ⓒ bhc

bhc그룹은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지난 16일 아웃백 측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원가 절감을 위한 메뉴 변경과 품질에 대해 악의적인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 아웃백은 bhc그룹으로 인수된 뒤 메뉴 재료나 레시피를 현재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다이닝 레스토랑으로서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 제공은 물론, 업계 최고 브랜드라는 자부심과 고객의 가치를 높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한 구체적 해명도 있었다. 아웃백 측은 "최근 세계적으로 감자 확보가 어려워진 가운데 다각도로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오지치즈 후라이 대신 치즈스틱으로 임시로 제공하고 있다. 치즈스틱의 원가가 기존의 오지치즈 후라이 보다 높기 때문에 온라인에 유포되고 있는 원가 절감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은 허위 주장이다. 투움바파스타의 새우가 칵테일 새우로 바뀌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베이비 백 립 제조 방식이 그릴에서 전자레인지로 변경됐다는 내용은 터무니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내부고발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의 게시글, 음식점을 방문해 요리를 주문한 고객의 컴플레인, 그리고 본사의 해명, 여기까진 어느 외식업체에서든 목격할 수 있는 큰 무리가 없는 전개다. 문제는 bhc그룹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법(法)을 들먹였다는 데에 있다. 반박자료의 제목부터 '근거 없는 악성 루머에 강력한 법적 대응 예고'였다. 아웃백 측은 "아웃백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단호한 대처와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이번 아웃백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의적인 루머에 대해 철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잠재적 고객인 누리꾼들은 다시 bhc그룹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매장 서비스와 요리에 대한 고객의 질타가 어떻게 법적 책임을 운운할 대상이 되느냐는 이유에서다. 내부고발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내부고발자 보호가 갖는 사회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대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식으로 대응한 셈이어서다.

bhc그룹은 법을 잘 활용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업체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라이벌인 BBQ(비비큐)와의 셀 수 없이 많은 법적공방을 벌여 연전연승을 거두며 자존심과 이익을 챙겼고, 〈한겨레〉·〈한국일보〉 등 언론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보도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 비판과 견제를 막았다. 특히 후자의 경우 언론사는 물론, 기자 개인까지 고발해 후속취재와 추가보도를 방해하는 효과적인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대외적인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크지만 bhc그룹이라는 회사 입장에선 법무팀과 로펌이 참으로 일을 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bhc그룹의 법(法)사랑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경쟁사나 언론을 대상으로 소송을 벌이는 건 자신의 권리를 마땅히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 고객을 대상으로 소송전을 예고하는 건 권리 행사가 아니라 협박으로 여겨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번 사안은 경쟁사나 언론이 아닌 누리꾼들의 지적부터 시작된 것이다. 더욱이 요식업이라는 대표적인 B2C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아닌가. 잠시 비판을 잠재울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선 상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해당 상품 또는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불만을 표시하는 후기를 온라인상에 게재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판례가 여럿 존재한다. 입막음용 고소로 공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어서다.

사실이 아니라면 상품과 서비스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소비자들을 믿으면 된다. bhc그룹의 법사랑이 고객사랑보다 크지 않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