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옥시·애경, 본사·오너 배불리고 피해자는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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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옥시·애경, 본사·오너 배불리고 피해자는 외면하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4.12 15: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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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시사오늘 김유종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시사오늘 김유종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GS리테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쇼핑, LG생활건강,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애경산업(이하 애경) 등 가해 기업 가운데 옥시와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최종 조정안에 대해 '부동의' 입장을 고수해서다. 지난 11일 조정위 측은 경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주도적으로 조정을 요청했던 일부 업체(옥시·애경)에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한 점은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양사는 조정 금액, 분담 비율 등을 문제 삼으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옥시 측은 "조정 기준이 비합리적이고, 분담 비율이 불공정하다", 애경 측은 "우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각각 입장을 내놨다. 

옥시와 애경이 이번 조정안을 거절한 주된 이유는 '돈'이다. 동 조정안에 따르면 양사를 포함해 9개 가해 기업은 피해자들을 위해 최소 7800억 원에서 최대 9200억 원 가량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옥시와 애경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60%에 이른다. 옥시는 수천억 원(약 53.9%)을, 애경은 수백억 원(약 7.4%)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 두 업체의 조정금액 분담률이 높은 건 이들이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된 4291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이며, '애경 가습기메이트'가 그 뒤를 이었다. 부담금액이 가장 많은 양사가 부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조정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옥시 한국법인이 2002~2010년 영국 본사와 관계사 등에 지급한 배당금, 로열티, 경영자문료 등은 총 1300억 원에 달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불거지고 옥시가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한 이후부터 재무제표 등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아마 현재까지도 상당한 규모의 돈을 영국 본사 등에 지급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애경의 최대주주인 AK홀딩스(에이케이홀딩스)는 2020년과 2021년 2000억 원 안팎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음에도 채형석 대표이사와 배우자인 홍미경, 채 대표의 모친인 장영신 회장과 그의 형제들인 채동석·채승석·채은정, 자녀인 채문선·채수연·채정균, 친인척인 채문경·채수경·안리나·안세미 등 오너일가에게 37억 원 가량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피해자에게 주기 싫다는 '돈'으로 본사와 오너일가의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옥시와 애경의 거절로 이번 조정안이 최종 무산될 경우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상당히 어렵고 지난한 과정과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호소하고 싶진 않다. 양사는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옥시와 애경에 대한 불매운동에 본격 착수한 상황이다. 이들은 최근 양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살인기업 옥시 아웃, 데톨 아웃. 옥시 불매, 데톨 불매. 데톨 사지도 쓰지도 말자", "애경 트리오 주방세재 쓰지 말자, 애경 스파크 세탁세제 사지 말자, 애경그룹 제주항공 타지 말자, 애경백화점과 애경프라자 가지 말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대체재가 없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쉬이 사그라들기 일쑤이지만, 옥시와 애경의 경우 그렇지 않다.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너무나 많다. 그러다 남양유업 꼴이 나고 본사와 오너일가의 배를 채울 '돈'마저 잃게 될 것이다.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공론화된지 11년이 흘렀는데 참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을 청와대에 초청하고 "정부가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 발생 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퇴임을 앞두고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은 오너일가 배를 불리느라 외면하고, 정부는 희망고문만 하며 외면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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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3 13:22:42
저런. 악질... 기업들을 봤을까요. 그 수많은 피해자들의 인생은 평생을... 병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불매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