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알고 있다…DB그룹 김남호 회장 신년사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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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알고 있다…DB그룹 김남호 회장 신년사를 보니
  • 윤종희 기자
  • 승인 2022.04.12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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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올해로 47세다. 재계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들 중 한 명이다. 한편으로는 미숙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작금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 중에서도 우리가 특히 예의 주시해야할 부분은 세계적 양적완화의 부작용 및 공급망 혼란에 따른 인플레 압력과 자산버블의 붕괴 가능성으로, 금리 인상과 맞물릴 경우 국내외 금융 시장과 실물 경기에 미칠 충격파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이어 “DB그룹 각 계열사는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방식을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걸맞은 유망한 신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도전적인 노력과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면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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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 기업들의 상황 판단은 아주 뛰어나다. 무한경쟁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다. 사진=김남호 DB그룹 회장 ⓒ DB그룹

긴 신년사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글로벌 경제 환경과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이 잘 요약돼있다. 물론, 뻔한 이야기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지 않다. 이 정도면 정치권 유력 인물들이 내놓는 대국민담화의 일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무엇보다 진영논리 등으로 오염되지 않아서 담백하게 다가온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꼬아서 말하는 정치권 화법과 구별된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사회적 요구가 기업 경영의 규제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이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기업을 힘들게 하는 정치권의 갑질이나 소위 ‘국민정서법’을 오히려 기회로 삼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툭하면 환경 탓이나 남 탓을 하는 정치권 장면이 오버랩된다. 그러면서 재계가 정치권보다 더 성숙한 느낌이 든다.

기업들은 이렇게 이미 잘 알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은 80~90년대 기업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와 그 수준이 글로벌 수준을 능가할 정도로 높아졌다. 사실 2000년을 기준으로 재계가 정치권 수준을 완전히 앞질렀다고 해도 무방하다.

기업이 이렇게 발전하는 사이 우리 정치는 당장 눈앞의 표를 위한 이전투구만 비쳤던 게 아닌가싶다. 정권을 잡기 위해 원칙은 내팽개치고 묻지마 정책들을 급조해 뿌려왔다. 그 과정에서 흰색을 회색이라고, 회색을 흰색이라면서 편가르기를 해왔다. 이상하게 정치판에선 이런 감언이설이 그럭저럭 통했다.

기업이 정치권처럼 했다면 당장 망했을 것이다. 자유경쟁시장이라는 냉엄한 틀에 속해있는 게 기업이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다. 흰색을 회색이라고 내던졌다간 곧바로 돌멩이가 날아올 것이다.

조만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들과는 많이 달랐으면 한다. 특히 재계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변화가 컸으면 한다. 정치권이 재계보다 우월하다는 교만 같은 건 이제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관치라는 단어가 회자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 마음껏 발휘돼 국제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5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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