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쌍용차, 이번에도 다시 일어설까? [옛날신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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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쌍용차, 이번에도 다시 일어설까? [옛날신문 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04.13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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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외자기업도 못살린 쌍용차 부실…정상화·자립까진 먼길
새 주인 능력 검증 중요…자금 동원력·자동차 산업 이해도 갖춰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새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자동차의 처지가 위태롭다. 쌍용차는 작금의 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을까. ⓒ 시사오늘 김유종
새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자동차의 처지가 위태롭다. 쌍용차가 작금의 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을지 업계의 귀추가 모아진다. ⓒ 시사오늘 김유종

새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자동차의 처지가 위태롭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 부실(20분기 연속 적자)을 앓고 있는 실정 가운데 호기롭게 인수 도전장을 던졌던 중소기업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마저 최근 물건너갔다.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최소 금액만 1조 원에 달하다 보니, 새로운 주인 찾기도 어렵고 설사 주인을 맞더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쌍용차는 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오뚝이' 같은 저력을 보인 쌍용차 스스로가 더 잘 알지도 모른다.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뼈아픈 경험들을 꿋꿋이 견뎌낸 쌍용차, 시곗바늘을 되돌려 과거의 쌍용차가 현재의 쌍용차에게 주는 메시지를 들여다본다.

 

첫 단추부터 불안했던 쌍용차…M&A 실패 대표사례로 


쌍용차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86년 이뤄진 M&A(인수합병)를 통해서다. 전신 동아자동차가 시장 경쟁 심화와 자금 압박에 내몰리다 당시 재계 다섯손가락에 꼽히던 쌍용그룹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의 숙원인 '자동차업 진출'과 '사업다각화'를 모두 이룰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쌍용차라는 사명이 본격 도입된 것은 1988년 3월부터다.

쌍용그룹의 동아자동차 인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버스 및 특장차 제조업계를 대표해온 동아자동차의 해체라는 점에서, 또 현대, 대우, 기아 등 기존 자동차 3사에 대한 강력한 라이벌의 새로운 등장이라는 점에서 재계에 적잖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략)
쌍용은 자동차제조업 참여를 꾸준히 희망해왔다. 무엇보다도 김석원 회장의 자동차와 자동차산업에 대한 관심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지프를 즐겨타면서 자동차산업에 관한 갖가지 자료를 스스로 챙기고, 자동차 차체를 분해해보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1986년 9월 30일자 〈조선일보〉 쌍용-동아 극비협상 2개월

다만 해당 거래는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M&A 실패 사례로 회자된다. 유망·우량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라기 보단, '자동차'에 대한 김석원 회장의 개인적 관심과 욕심이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훗날 쌍용그룹 해체라는 비극적 결말을 불러왔다는 결과론적 시각까지 덧붙이면, 이 M&A는 쌍용차 비운의 역사를 예고한 서막 격이었던 셈이다. 

물론 쌍용차가 쌍용그룹 품에서 희망을 엿본 적도 있다. 1992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기술제휴·합작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1993년 대표작인 '무쏘'를 출시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인 것이다. 1996년에는 1200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한 뉴 코란도까지 내놨다. 그럼에도 매출 대비 적자 폭은 계속 불어났고, 급기야 기초 체력까지 바닥나기에 이른다. 부채만 2조5000억 원을 넘어선 상황을 마주한 것이다. 쌍용그룹도 별 수가 없었다. 그룹 와해를 막고자 백기를 들었다. 

 

대우그룹 품에 안긴 쌍용차…시너지 못보고 외환위기에 ‘풀썩’


1997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시동"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1997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시동"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1996년 삼성자동차의 쌍용차 인수설이 불거졌다. 1997년 초에는 삼성의 쌍용차 인수 확정 보도(결과적으로 오보였다)가 나왔다. 이어 같은 해 9월 벤츠 인수설, 외환위기가 터진 12월엔 대우그룹과의 매각 협상 소식까지 흘러나왔다. 급박했던 당시의 쌍용차 경영 상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결국 쌍용차는 대우그룹의 품에 안겼다. 대우자동차와 쌍용차의 결합에 대해 당시 언론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시장 1위 현대차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것으로 해석했다.

쌍용은 올해 초 삼성그룹에 쌍용자동차 인수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했으며 벤츠 측과 자산실사까지 벌여가며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였으나 이 역시 부채분담 문제 때문에 무산됐다. (중략)
대우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 현대자동차와 함께 국내 자동차시장을 양분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50% 선에 이르고 있으며 대우가 쌍용을 인수하면 40%선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대와 대우간의 본격적인 수위경쟁이 예상된다.

1997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시동"


하지만 외환위기 속에서 대우자동차와 쌍용차의 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양사의 결합은 경제 위기 상황에도 시장 1위 현대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공격적 M&A로 인식됐으나, 대우그룹이 크게 휘청인 탓에 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1999년 10월부터 대우 계열사들이 줄줄이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쌍용차도 거대한 풍랑에 휩싸였다.

당시는 대부분 기업들에게 시련의 계절이었다. 쌍용차의 새 인수자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대우자동차가 외자기업인 GM에 매각되는 데만 2년 넘는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때문에 쌍용차는 독자생존 전략으로 선회했고, 5년의 시간을 인내하며 구조조정을 지속했다.

 

중국기업에 맡긴 결과 ‘처참’…기술 유출에 쌍용차 사태 ‘점철’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은 건 2004년이다. 중국 란싱그룹이 인수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매각 협상은 란싱그룹이 쌍용차 채권단의 최종입찰제안서 보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틀어졌다. 휴지기를 가졌던 쌍용차 매각 작업은 같은 해 6월 재개됐고, 10월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본계약을 맺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2005년엔 워크아웃도 졸업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상하이차와 쌍용차 채권단은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쌍용차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상하이차는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쌍용차 지분 48.9%를 주당 1만원에 인수키로 했으며, 총 인수대금은 5억달러 수준이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경영진과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한편 연구개발(R&D) 및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2004년 10월 28일자 〈세계일보〉 쌍용車 글로벌기업 "시동"

출발은 좋았다. 쌍용그룹, 대우그룹, 상하이차까지 세 번이나 새 주인을 맞아야 했던 쌍용차는 심기일전의 각오로 새 도약을 다짐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계속됐다. 상하이차가 당초의 설비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핵심 기술을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출시 모델들의 거듭된 실패까지 겹치면서 회사는 적자 수렁에 빠졌다. 상하이차가 2006년 구조조정 전문가를 사장으로 앉히면서 회사 안팎서 파열음도 나왔다. 

급기야 2009년 초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차 노조는 먹튀 중국기업을 규탄하는 투쟁을 지속했고, 그해 5월 사측의 대량 해고 신청를 기점으로 옥쇄파업(공장 점거 파업)을 벌인다. 시위는 무력 충돌로 번졌고, 두 달 간의 쌍용차 사태로 이어졌다. 당시 정부 책임론까지 일며 거대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지적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 쌍용차의 상하이차 매각 과정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점이 첫째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지는 등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중략)
회생 여부를 결정짓는 ‘자금줄’을 정부가 쥐고 있다는 점도 정부 책임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쌍용차의 주 채권단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정부가 자금줄을 꽁꽁 묶어놓은 상황에서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노사가 합의점을 찾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2009년 8월 4일자 〈경향신문〉 자금줄 쥔 정부 수수방관… 노·사 합의도 한계

 

인도 마힌드라 손잡고 재도약 노려…티볼리 흥행에 자신감 되찾아


쌍용차는 소형SUV 티볼리의 스페셜 모델인 ‘업비트’(Upbeat)를 출시했다. ⓒ 쌍용자동차
소형SUV 티볼리의 스페셜 모델인 ‘업비트’(Upbeat)의 모습 ⓒ 쌍용자동차

숱한 위기에도 쌍용차는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정신을 발휘했다. 2010년 5월 매각작업을 공식화하며 회생 의지를 다진 것이다. 인수전 참가가 유력했던 르노-닛산이 이탈하면서 흥행 실패 우려를 샀지만, 그해 8월 인도 마힌드라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11월엔 본계약을 맺었다. 

마힌드라로의 인수합병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제법 든든한 후원자와 거대시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1년 초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한 동시에 직전년도 실적이 흑자전환을 이뤘다는 낭보가 더해졌다. 마힌드라도 차량 연구개발에 적극적 의지를 드러냈다. 그 결과물이 2015년 출시된 소형SUV 티볼리다. 

쌍용자동차가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8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중략) 티볼리는 지난해 내수 4만5021대, 수출 1만8672대 등 총 6만3693대를 판매해 2004년 렉스턴(5만4274대) 이후 단일 차종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경신하며 쌍용차의 실적개선에 핵심역할을 했다.

2016년 2월 16일자 〈전자신문〉 쌍용차, 8분기 만에 흑자전환…"고맙다 티볼리"

티볼리의 성공은 쌍용차의 오뚝이 정신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노사 관계도 큰 진전을 이뤘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선전을 발판삼아 한국지엠, 르노삼성을 따돌리고 내수판매 3위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다. 사골 모델을 벗어난, 적극적인 신차 개발의 중요성을 확인한 때이기도 하다. '조선 픽업'으로 불리는 렉스턴 스포츠도 연달아 히트를 쳤다.

하지만 쌍용차의 온전한 자립을 이루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 경쟁 심화, 티볼리의 노후화, 그리고 G4렉스턴과 코란도의 실패는 쌍용차를 다시 밑으로 끌어내렸다. 티볼리 만으론 이윤이 크게 남지 않다보니 적자가 이어졌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회수를 하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마힌드라는 '밑빠진 독'과 같은 쌍용차에 회의감을 품기 시작했다. 차량 개발에도 뒤쳐지면서, 시장 흐름을 쫓아가기 빠듯해졌고, 적자에 따른 부채도 급증했다. 마힌드라는 2020년 4월 쌍용차에 대한 투자계획 철회 결정을 내렸고, 같은 해 6월엔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1조 원 자금력 확보가 관건…새 주인 찾기 2라운드 돌입


쌍용차는 새 투자자 유치에 다시금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계속된 실패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에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은 쌍용차를 외면했다. HAAH와 에디슨모터스 등 군소 주자들이 군침을 흘렸지만, 1조 원에 달하는 정상화 자금을 충당키 어려웠다. 모두 무위에 그쳤다.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에디슨모터스와 결별하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에디슨모터스는 결국 자금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게 됐다. 쌍용차를 인수하려면 1조 원 이상의 실탄이 필요해 마땅한 후보가 등장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략)
쌍용차가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다. 인수자를 어렵게 찾더라도 회생계획안이 법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마찬가지 길을 가야 한다.

2022년 3월 29일자 〈동아일보〉 쌍용차 매각 무산, 새 인수자 찾는다, "에디슨, 대금 못내…M&A 계약해지"

독자생존 시험대에 오른 쌍용차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올해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다행히 2라운드에 접어든 최근 인수전에는 쌍방울과 KG그룹 등이 참전 의사를 밝혔고, 쌍용차는 새 국면을 맞이했다.

 

좀비기업 vs 오뚝이, 엇갈린 평가…위기에도 존재감은 여전


쌍용차는 경영난으로 바닥을 치다가도, 새 주인 찾기 이후엔 반짝 저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되찾는 역사를 반복했다. 한 쪽에선 좀비 기업이라 나무라지만, 달리 보면 국민들이 쌍용차에 대한 애착의 끈을 놓치 못한다는 반증일 수 있다.

물론 쌍용차 인수전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피로감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외자 기업의 먹튀 행각부터 주가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판으로 변질된 최근 사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밑빠진 독에 혈세 낭비라는 지적 역시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하지만 강건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하청 포함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달려있는 쌍용차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쌍용차가 제대로 된 주인을 찾기까지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조급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인수 주체에 편향적인 졸속 매각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역사에서 얻은 값진 교훈이기도 하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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