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의 'Yesterday'로 손색이 없는 곡
스크롤 이동 상태바
가요의 'Yesterday'로 손색이 없는 곡
  • 박지순 기자
  • 승인 2010.02.25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지순의 음악실타래] 이용의 '잊혀진 계절'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아마도 국내 가요 중 가장 많은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된 노래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리메이크(Remake)’와 ‘리바이벌(Revival)’은 혼동되는 수가 간혹 있는데 전자는 같은 곡의 노래를 다른 가수가 편곡을 달리해 다시 부르는 것이고 후자는 같은 곡이 시대를 달리해 인기를 끄는 것을 말한다.

리메이크에 비해 리바이벌의 예는 훨씬 적다. 영화 ‘사랑과 영혼(Ghost, 1990년)’에 삽입돼 엄청난 히트를 친 라이처스 브라더스(Righteous Brothers)의 ‘Unchained Melody’는 1965년 최초의 히트를 기록한 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영화의 유명세를 타고 25년 만에 재히트한 리바이벌의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Unchained Melody’를 최초로 부른 가수는 Todd Duncan과 Les Baxter로 1955년에 원곡이 발표됐다. 공식적으로는 Todd Duncan이 먼저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Unchained Melody’는 리메이크 한 곡이 리바이벌 된 유례가 드문 곡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리메이크 된 곡은 비틀즈(Beatles)의 1965년 곡인 ‘Yesterday’로 솔로 가수와 밴드 곡, 연주곡 등으로 무려 2,500회 이상 서로 다른 음반에 취입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잊혀진 계절’은 익히 알려진 대로 이용이 처음 불렀다. 1982년 작으로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으로 돼 있다. 박건호는 가요 작사가로는 양인자와 쌍벽을 이루던 인물이었고 ‘영원한 디딤돌’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었지만 그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잊혀진 계절' 원곡이 수록된 이용의 1982년 LP 음반.     © 시사오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한창 인기를 끌 때는 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인데 방송에서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가사 중 ‘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부분 때문에 매해 10월 마지막 날이면 방송국에 신청곡이 쇄도하곤 한다.

특정한 날이면 방송에서 나오는 곡으로는 Deep Purple의 ‘April’(4월 1일), BeeGees의 ‘First of May’(5월 1일) 같은 곡들이 유명한데 10월 마지막 날에는 28년 세월을 어김없이  ‘잊혀진 계절’이 장식하고 있다. 유명한 팝 명곡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대단한 가요다.

이 노래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우선은 곡이 아름답다는 점을 꼽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가수가 노래를 잘 하고 가사가 훌륭해도 곡이 안 좋으면 귀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용의 절절한 가창력이 곡의 멜로디와 절묘하게 어울린 것 역시 ‘잊혀진 계절’의 성공 요인으로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곡과 가창력의 빼어남만으로는 ‘잊혀진 계절’의 질긴 생명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바로 가사다. 가을의 계절감을 짙게 표현한 가사는 듣는 이 누구나 가사 속의 주인공이 된 듯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필자가 ‘잊혀진 계절’에 매료된 것은 최성수가 ‘카페뮤직01’이라는 음반에 발표한 리메이크 곡을 듣고 나서다. 서영은이 부른 리메이크 곡도 그보다 먼저 들었는데 ‘괜찮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리메이크를 잘 해도 원곡만은 못 하다’는 말이 통용되지만 ‘잊혀진 계절’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필자는 이 원고를 준비하면서 ‘잊혀진 계절’의 리메이크 기록을 찾아보게 됐다. 막연하게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겠지’ 정도로 추측했지만 상상초월이었다.

‘원래 내 노래였다’고 주장하는 조영남을 시작으로 최진희, 최백호, 이호준(피아노 연주곡), 박강성, 위일청 등 노래 좀 한다는 가수들이 한 번씩은 다들 불렀다. 신세대 가수인 김범수와 박화요비도 ‘잊혀진 계절’의 리메이크 대열에 합류했다.

김정구, 최희준, 나훈아, 문주란 등 원로가수들도 너나없이 ‘잊혀진 계절’을 부른 것을 보면 우리나라 가수들의 통과의례 쯤으로 ‘잊혀진 계절’이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고속도로 메들리 가수’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김란영, 이영애도 ‘잊혀진 계절’을 안 부를 수 없었나 보다. ‘잊혀진 계절’을 가요의 ‘Yesterday’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