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사화와 국민의힘 공천파동 [역사로 보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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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사화와 국민의힘 공천파동 [역사로 보는 정치]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5.0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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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선 실패는 국민의힘 무덤 될 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을사사화가 훈구파의 무덤이 됐듯이 6·1 지선 실패가 국민의힘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는가? 사진(좌) 태릉과 강릉, 사진출처:문화재청/ 사진(우) 국민의힘 지도부, 사진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을사사화가 훈구파의 무덤이 됐듯이 6·1 지선 실패가 국민의힘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는가? 사진(좌) 태릉과 강릉, 사진출처:문화재청/ 사진(우) 국민의힘 지도부, 사진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재벌은 자식이 웬수고 정치인은 측근이 웬수라는 말이 있다. 을사사화는 외척의 득세와 권력투쟁이 낳은 비극이다.

김안로에 의해 탄핵당한 문정왕후 일파 윤원로·윤원형 형제는 김안로가 실각한 뒤 재집권에 성공했다. 문제는 파평 윤씨가 이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종이 유난히 파평 윤씨 여자를 좋아한 데서 비극은 시작됐다. 

당시 조정은 중종의 제1계비 장경왕후의 친정인 대윤파와 제2계비 문정왕후의 친정인 소윤파로 분열했다. 정국은 파평 윤씨 간의 권력투쟁 무대로 변질됐다. 특히 장경왕후에게 원자 호가, 문정왕후에게는 경원대군 환이 양대 세력의 희망이 됐다, 

윤원로·윤원형의 소윤은 경원대군을 왕위 계승자로 만들기 위해 반대파 윤임의 대윤 세력을 제거하고자 했다. 정국은 양대 파평 윤씨 세력의 대립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다. 하늘은 먼저 대윤의 손을 들어줬다. 대윤의 희망 원자 호가 인종으로 즉위했다. 곧바로 소윤 윤원로·윤원형이 정치보복의 타겟이 됐다. 철저히 짓밟혔다.

소윤은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인종이 즉위 8개월 만에 승하했다. 소윤의 피가 흐르는 경원대군 환이 대권을 잡았다. 바로 명종이다. 권력의 화신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에 나섰다.

소윤의 반격이 시작됐다. 윤원로는 집권하자마자 군기시첨정(軍器寺僉正)의 지위를 악용해 대윤 윤임 세력을 숙청하려다 오히려 반격을 받아 실각했다.

정치는 세력이라고 했던가? 동생 윤원형은 형과 달랐다. 윤원형은 우선 세력 확장에 주력했다. 그는 대윤 일파와 사감이 있던 중추부지사 정순붕, 병조판서 이기, 호조판서 임백령, 공조판서 허자 등을 심복으로 삼았다. 

이들은 윤임이 그의 조카인 봉성군을 옹립하려는 역모를 획책하고 있다고 모함했다. 또한 인종이 승하할 당시 윤임이 경원대군의 즉위를 원치 않아서 계림군을 추대하려고 했고, 유관·유인숙 등이 이에 동조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예나 지금이나 가짜뉴스는 음모론의 특효약이다.

드디어 을사사화가 개막됐다. 윤임·유관·유인숙 등은 반역음모죄로 유배됐다가 곧 사사(賜死)됐다. 계림군도 경기감사 김명윤의 역모에 가담했다는 밀고로 죽임을 당했다. 결국 대윤은 폐족당했다. 권력의 화신 문정왕후와 윤원형은 집요했다. 을사사화가 끝난 이후에도 수년간 대윤 인사들 100여 명이 화들 당했다. 주로 대윤 쪽에 동조한 사림세력이 희생됐다.

정적 제거에 성공한 윤원형은 요부 정난정과 부정부패의 늪에 빠졌다. 정난정은 매관매직 전문가였다. 가뭄에 백성들이 굶어죽어도 윤원형과 정난정의 집에는 매관매직을 위한 탐관오리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조선의 공천권은 이들이 독점했다. 금은보화가 공천 기준이 됐다.

하지만 윤원형의 을사사화는 자충수가 됐다. 권력투쟁에 패한 사림은 을사사화로 폐족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나 향촌에서 서원과 향약을 기반으로 재기를 도모했다. 문정왕후 사후 윤원형이 실각되자 사림은 선조 즉위 후, 재집권에 성공했다. 사림의 천하가 시작됐다. 훈구는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보수가 집권에 성공했다. 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폐족 위기에 몰렸던 보수가 부활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파열음으로 대혼란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전국 각지에서 윤핵관을 내세우며 지역 활동도 거의 없었던 인사들이 준동하고, 대선 전까지 민주당원이었던 인사들도 공천을 받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공천 헌금 논란도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5년만의 재집권에 취해 탄핵 전의 구태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을사사화로 득세했다가 결국 폐족된 훈구파의 비참한 최후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을사사화가 훈구파의 무덤이 됐듯이 6·1 지선 실패가 국민의힘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는가?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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