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신차 부재 속 연구개발비 ‘반토막’…구조조정 여파에 지속가능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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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신차 부재 속 연구개발비 ‘반토막’…구조조정 여파에 지속가능성 ‘흔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04.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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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비, 2019년 2100억서 2021년 1116억으로 급감…전년 대비로는 29.4% 감소
지난해 서바이벌 플랜 속 비용절감 여파…영업적자는 줄었지만, 제품 라인업은 축소돼
XM3 의존증 키우다 미래 경쟁력 위기…노조도 인력 부족·노후화 설비 해결 투자 촉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연구개발비 지출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르노코리아 사업보고서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연구개발비 지출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르노코리아 감사보고서

르노코리아자동차(대표이사 스테판 드블레즈)가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한 모양새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2100억 원을 넘겼던 연구비용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급기야 1000억 원대로 반토막나기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 약화와 XM3 의존증을 심화시켜 르노코리아의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비용으로 인식한 '연구비와 경상개발비' 규모는 1116억 원으로, 2020년 1582억 원 대비 29.4% 감소했다. 2년 전인 2019년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47.9%) 줄었다.

르노코리아 감사보고서에 적힌 판매비와관리비 내 연구비 항목만 놓고 보면 2020년 8억4729만 원, 2021년 14억7531만 원으로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해당 연구비는 르노코리아 기흥연구소(RTK)에서 지출한 비용인 '경상연구개발비'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를 포괄하는 '연구비와 경상개발비' 항목을 살펴야 르노코리아가 얼마나 R&D에 관심을 쏟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르노코리아의 연구개발비 감축은 경영사정 악화 영향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르노 본사가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인 '르놀루션'을 발표한 직후, 곧장 ‘서바이벌 플랜’ 구조조정에 돌입한 바 있는 데,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의 연구개발비는 지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2100억 원을 넘겼던 것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반토막난 수준에 이르렀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르노코리아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2100억 원을 넘겼던 것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반토막난 수준에 이르렀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이 과정에서 르노코리아는 2020년 800억 원에 가까웠던 영업 적자를 10분의 1 수준인 81억 원으로 낮추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신차 부재 속에서 연구개발비를 대폭 축소한 건 기존 제품 라인업 층마저 얇아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상당해서다.

현재 르노코리아가 판매하는 모델은 수입 모델인 전기차 조에와 상용밴 마스터를 등 2종을 합쳐도 겨우 5종에 불과하다. 이중 국산 모델인 SM6의 경우에는 모델 노후화로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며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3000대를 겨우 넘겼다. 사실상 내수는 QM6가, 수출은 XM3가 전담하며, 특정 모델로의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올해 선보일 신차라곤 XM3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부라는 데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해외 수출 물량을 소화하기 빠듯한 상황으로, 국내 출시 일정은 오는 3분기 또는 4분기로 밀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최근 고유가 추세가 XM3 하이브리드의 시장 안착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나, 급증하는 친환경 전기차와의 경쟁은 물론 작은 차급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르노코리아가 판매하는 모델은 수입 전기차 조에와 상용밴 마스터 등 2종을 합쳐도 겨우 5종에 그친다. ⓒ 르노코리아 홈페이지
현재 르노코리아가 판매하는 모델은 수입 전기차 조에와 상용밴 마스터 등 2종을 합쳐도 겨우 5종에 그친다. ⓒ 르노코리아 홈페이지

업계 일각에선 르노코리아의 연구개발비 축소 행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르노삼성 사명에서 '삼성'까지 떼낸 만큼, 향후 수입 OEM 모델을 늘려가는 전략을 확대하기 위한 사전작업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전략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축과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르노코리아 입장에서도 최근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SM6의 형제 모델인 탈리스만이 유럽에서 단종 조치된 만큼, 신차에 대한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소홀했다간 국내 시장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르노코리아는 내세울 게 XM3 말곤 없다. 하이브리드도 신차급 연구비를 들인 결과물이라 보기 어렵다. 전기차 중심의 산업 재편 속 하이브리드 기술 역시 보편화, 평준화됐다"며 "연구비를 줄이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르노그룹과 길리홀딩그룹이 합작해 선보일 친환경 모델은 국내 시장에 오는 2024년에나 선보여진다. 해당 차량 개발 과정에서 르노그룹이 맡는 역할은 디자인 담당으로, 사실상 국내 주도로 만들어진 XM3와는 거리가 있다. 향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과 RTK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회사 안팎서 나온다.

실제로 르노코리아 노조는 2022년 임단협 킥오프를 앞두고 일련의 상황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노조 측은 소식지 ‘노동자 세상’을 통해 "계속된 희망퇴직으로 인해 조합원들은 주 52시간 초과근무까지 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며 "설비 노후화 해결을 위한 제대로 된 투자도 없어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측 경영진도 충분히 공감하는 사항으로, 인력·설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수임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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