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관매직과 건설업 관행 폐단 그리고 현대산업개발 [역사로 보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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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관매직과 건설업 관행 폐단 그리고 현대산업개발 [역사로 보는 경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5.0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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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기업만 처벌하는 것, 능사 아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의 폐단인 하청과 불법 재하청의 관행 끊어야 한다. 사진(좌) 어사 박문수 사진출처: 문화재청/ 사진(우) 국통교통부 브리핑 사진출처: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의 폐단인 하청과 불법 재하청의 관행 끊어야 한다. 사진(좌) 어사 박문수 사진출처: 문화재청/ 사진(우) 국통교통부 브리핑 사진출처: 국토교통부

관행은 폐단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폐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특수성에 있다. 그 사회의 공동성이 일관되게 반영돼 있다. 또한 공공성도 있다. 사회와 집단이 항상적인 생활과정 속에서 일정한 생활목적을 위해 특정한 기회에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어길 경우 사회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관습법이 대표적이다.

반면 매관매직이 관행이 되면 나라는 망한다. 권력자는 항상 돈이 고팠다. 권력은 돈을 먹고 산다. 돈이 있어야 사람을 모을 수 있다. 돈이 없는 권력은 사상누각이다. 권력자가 돈을 가장 빨리 벌 수 있는 방법은 매관매직이다.

매관매직은 불법 생태계다. 예를 들면 권력자가 평안도 관찰사를 팔았다. 신임 관찰사는 본전을 넘어 차후 보직을 위한 자금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자기 세력 유지를 위한 자금에 개인적 축재까지 해야 한다. 관찰사도 고을 수령자리를 매물로 내놓는다. 전국 각지에서 금은보화를 싸가지고 와서 거래에 나선다. 현감 자리라도 산 자는 아전 자리를 매물로 내놓는다. 결국 하청이 재하청과 재재하청을 유발하는 구조다.

연암 박지원의 <앙반전>은 양반을 매매하는 폐단을 통해 양반계급의 허위의식을 통렬하게 꼬집는 시대고발극이다. 평생을 양반이 되고 싶어 억만금이라도 상납하려 했던 주인공이 결국 포기한다. 

당시 양반 매매는 관행이다. 아무리 청백리라도 관행을 무시하면 자리를 보전할 수 없기 떄문에 관행의 포로가 된다. 나 혼자 잘났다고 이를 무시하면 하루아침에 파직되고 자칫 역적으로 몰려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다.

어사 박문수도 관행의 포로를 거부하다 좌천과 귀양을 반복했다. 영조의 총애를 받았지만 세도가들의 관행을 무시하고 독야청청한 탓에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만약 시류에 밝았다면 고난의 삶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역사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겼지만 그와 가족들의 고달픈 삶을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현대사회도 관행이 사회악이 되곤 한다. 대기업이 관행상 지역 사업을 현지 업체에게 하청을 주는 경우다. 하청기업은 눈치껏 재하청을 주다 사달이 나곤 한다. 결국 원청기업이 직접 관장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감독에 제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업의 재개발 조합 각종 비리와 의혹은 관행이 낳은 병폐다. 재개발 사업에 따른 업체 선정 및 이권 개입과 업체 선정 개입 등은 하청과 재하청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져 있다고 한다.

물론 일부 원청 기업이 직접 관련돼 검찰 수사를 받기도 하지만 하청기업이 대형사고를 치곤 한다. 지난해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도 하청-재하청-재재하청으로 얽힌 관행이 낳은 참사다. 불법 관행이 초래한 비극이다.

원청업체도 하청과 재하청 관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설사 알고 있었다 해도 쉽게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관행의 거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토교통부의 책임이 더 크다. 국토부가 건설업계의 관행을 모를 리 없다. 몰랐다면 무능이요, 알았다면 직무유기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내세워 원청기업만 희생시킨다면 관행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의 폐단인 하청과 불법 재하청의 관행을 반드시 끊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이 건설업계의 불법 관행을 끊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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