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20대선 성별-세대 갈라치기 가장 불편…양당 정치의 폐해”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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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20대선 성별-세대 갈라치기 가장 불편…양당 정치의 폐해” [북악포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05.1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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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03)>
채이배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극단적 대결 양당제 문제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비롯”
“다당제로 정치 개혁해야 국가발전-지속가능 선순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 2018년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을 대상으로 한국에 수출 규제를 선언했다. 부당한 규제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잇따랐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에서는 친일 vs 반일, 왜구 vs 토착 왜구 등의 프레임을 만들어 상대당을 저격하기 바빴다. 

#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논란이 있었다. 조 후보를 지켜야 한다면서 서초동을 중심으로 촛불 시위가 일어났다. 광화문에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조국 반대’ 집회가 열렸다. 정치권이 만든 편 가르기로 인해 국민이 극과 극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17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자로 나서며 정치개혁을 하려면 다당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채 전 의원이 강연을 마친 뒤 한 정치제도에 대해 묻는 한 대학원생과 이야기하고 있다.ⓒ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17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자로 나서며 정치개혁을 하려면 다당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채 전 의원이 강연을 마친 뒤 한 정치제도에 대해 묻는 한 대학원생과 이야기하고 있다.ⓒ시사오늘

“이런 흑백 논리가 양당제에 나타나는 폐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지난 17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포럼에서 양당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사례를 열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대 대선을 통해서도 양당 정치의 폐단을 경험했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20대 대선 기간 저를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게 성별 갈라치기였습니다. 20대 남성은 보수를 다 지지하고 20대 여성은 그 반대라는 식으로 성별을 완전히 나눴습니다. 세대로도 나눴습니다. 청년과 장년, 노년 세대를 나눠서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것처럼 국민을 갈라쳤습니다.”

 

“승자독식 구조의 문제”


양당의 극한 대결이 국민을 분열시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만 골몰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일련의 양상은 되풀이되고 있다. 단적으로 총리 인준을 둘러싼 갈등을 들 수 있다. 

“총리를 인준하려면 장관과 다르게 국회에서 반드시 표결을 통해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총리 후보로 나온 분에 대해 민주당은 부적격하다며 인준해주지 말아야 한다고 하고, 국민의힘은 왜 발목잡기 하느냐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여야는 현재 대치하고 있다. 지방선건 셈법을 둘러싸고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협치 파괴” 등의 목소리를 내면서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극단적 대결 양상이 나타나는 근본 이유는 뭘까. 채 전 의원은 “이기는 자는 모든 걸 다 갖고 지는 쪽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절박한 선거 과정의 폐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즉 “승자독식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이다. 

“적대적 공생관계라고도 합니다. 누가 누가 더 못하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서로 싸우지만, 그런 대결을 통해 서로의 존재감을 부각하며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서로를 비난하게 만들어 진영 정치를 강화하게 만드는 겁니다.”

 

“양당 정치 폐해, 국민이 불행”


17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전 국회의원이 양당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시사오늘
17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전 국회의원이 양당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시사오늘

결과적으로 양당제로 정치하다 보면 “국가적으로도 국민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이런 정치 구조하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다, 이 점도 덧붙였다. 

“물론 부정적인 모습을 많이 언급했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데 더 큰 힘이 되는 경제나 사회 문화 등에서는 우리 국민이 굉장히 잘 이끌고 가고 있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고 국제적 지위와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정치다. “국민적 역량을 더 잘 발휘해 국가를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느냐. 정치권이 가진 숙제입니다. 이것을 풀지 못하면 국민은 매번 최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 정치에 대한 효용성이 떨어져 다시 정치를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말 것입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답은 정치개혁에 있다고 채 전 의원은 강변해 나갔다. “지금까지 설명한 양당 정치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의 가장 큰 방향성인 다당제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다당제로 가야 국가 발전과 지속가능성의 선순환 구조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때 돌아보면…”


우리나라 다당제의 예로는 국민의당 때를 들었다. 2016년 창당해 안철수 당시 대표를 중심으로 중도개혁을 표방하며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정당득표율만 26.74%를 얻었다. 비례대표 13명을 만들어 냈다. 지역구의원까지 합하면 38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당당히 원내 교섭권을 가진 제3정당으로서 양극단의 폐해를 타파할 일종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냈다고 채 전 의원은 술회했다. “두 당이 타협 보지 못할 때 국민의당이 중간에서 양쪽 당의 의견을 듣고 협상을 이끌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개혁적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시민단체에서 소액주주운동 등을 활발히 하며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던 채 전 의원도 국민의당에 영입돼 국회의원이 된 경우였다.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국민의당은 사라진 정당이 됐다. 양극단 정치의 구심점이 워낙 강해지면서 3당을 지키던 정치인들도 흡수되기에 이르렀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 됐고, 채 전 의원이 민주당으로 가게 됐듯 말이다. 

 

“기득권 포기를 위해”


씁쓸함을 뒤로하고 그는 다당제로 가기 위해서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의 선거제도가 제대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 시절 해당 선거법 통과를 위해 힘썼던 대표 인사였다. 범여권이 추진한 검찰개혁과 선거개혁을 연동했던 패스트트랙 상정 기간 반대 진영에 의해 의원실에 감금돼 잠시 나가지 못하는 등의 곤란을 겪기도 했다. 

다당제의 안착을 꿈꿨던 노력은 아쉽게도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꼼수로 이어지며 미완으로 남겨져 있다. 그럼에도 채 전 의원은 제도적 정착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안에서나마 정치개혁 의제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동형비례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중대선거구제, 결선투표제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는 중인 듯했다. 

“제3당이 나타나면 양당의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득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 조치가 입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더 나은 정치 구조로 가기 한 설득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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