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과 인문학 문맹 오너들 [역사로 보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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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과 인문학 문맹 오너들 [역사로 보는 경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5.2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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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이 비리라는 생각의 틀에 갇히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마지막 인문학자 이어령 교수의 장례식, 사진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마지막 인문학자 이어령 교수의 장례식 ⓒ문화체육관광부​​

“민주주의의 평등은 생각하고 말하는 자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거라네. 그 사람만의 생각, 그 사람만의 말은 그 사람만의 얼굴이고 지문이야. 용기를 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하네. 간곡히 당부하네만, 그대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게나.”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이 시대 최고의 인문학자 이어령 교수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남긴 고언이다.

이어령 교수는 중국, 일본 등 한자문화권이 ‘두 자’나 ‘사자성어’ 등 언어의 틀에 갇혀 생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선악’, ‘국태민안’의 틀에 갇힌 그들의 머리로는 ‘벽을 넘어서’라는 동서화합의 메시지를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한민족은 인문학 후진국이다. 한때 ‘문사철(문학·사학·철학)’이 한국 지성계를 이끌던 시대는 ‘아 옛날이여~’가 된 지 오래다. 문과의 수재들은 법대, 이과 수재들은 의대로 몰리는 세상에서 인문학은 천시 받는 세상이다.

신분상승의 사다리 ‘과거’도 중국 성현들과 선대 왕들의 어록이나 외우는 암기 천재를 위한 등용문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공자 가라사대~”나 “선대왕이 말씀하시길~”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는 궤변의 달인들이 지배하던 역사다.

조선 인재의 무덤인 ‘사화’도 인문학 부재가 낳은 참사다.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연구해 시대 정신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인재들이 사리사욕의 늪에 빠져 상대방을 죽이는 데만 골몰한 탓에 조선 인재들의 씨가 말랐다.

송강 정철은 인문학자로 남았으면 더 좋았을 언어 천재다. 그가 남긴 〈관동별곡〉,  〈사미인곡〉등은 아름다운 우리말이 듬뿍 담겨 한민족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다. 권력욕에 취한 송강은 인문학 대신 정쟁에 빼져 비참한 삶을 마감했다. 한민족은 소중한 인문학자를 버렸다. 

조선을 망친 주자학도 시대정신을 망각했다. 인간의 본성과 사물의 본질과 같은 형이상학적 세계관은 민생과 동떨어진 고준담론이 됐다. 송시열과 같은 ‘대깨주(대가리가 깨져도 주자)’들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자학을 악용했다.

최근 경제계가 ‘횡령’의 덫에 걸렸다. 수십억은 돈도 아니다. 수백억 정도는 돼야 명함을 내민다. 수천억은 해먹어야 제대로 인정받는다. 일개 직원이 이 정도다. 물론 ‘조’단위로 빼돌리는 기업 오너들에게는 푼돈일 것이다.

‘성공’이라는 언어의 틀에 갇힌 인문학 문맹자들이 낳은 시대의 아픔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만 하면 된다는 삐뚫어진 생각이 사람의 도리를 포기했다. 인문학의 실종은 부정부패의 뿌리라고 본다. 횡령이 단지 개인의 일탈에 의한 비리라는 생각의 틀에 갇히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인문학 문맹 오너들이 대오각성하지 않는 한 사람의 도리가 살아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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