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여야 제창 감격, 민추협 통합 정신으로”… 원로들 당부 [민추협 창립 38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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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여야 제창 감격, 민추협 통합 정신으로”… 원로들 당부 [민추협 창립 38주년]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05.23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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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민주화추진협의회 38주년 기념식 현장에서 
역사적 무게감 더한 원로들의 통합 정신 당부 ‘눈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지난 5월 18일 광주 민주묘지에서는 또 하나의 역사가 새로 쓰였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여야가 하나 돼 불렀습니다. 보수 정권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손에 손잡고 주먹을 흔들며 제창했습니다. 통합을 향해 내딛는 새 정부의 의미 있는 걸음이었습니다. 

23일 민주화추진협의회 38주년 기념식이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권노갑·김덕룡 공동이사장, 김무성·이석현 공동회장, 김봉조 민주동지회장, 김일윤 헌정회장, 신하철 전 의원, 김충환 전 의원, 김장곤 전 의원, 이희규 전 의원, 박명섭 전 의원, 최봉구 전 의원, 이채익 의원 등. 

민주화 역사의 초석을 다졌던 주역들과 이를 계승하고자 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정치 원로 선배들의 눈에 볼 때 5·18 행진곡을 함께 부르며 그날만큼이라도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후배들의 모습이 대견한 듯 보였습니다.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 38주년 기념 책자 속 故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시사오늘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 38주년 기념 책자 속 故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시사오늘

통합의 모범사례하면 민추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장 큰 규모로 뭉친 정치결사체였습니다. 민추협이 있었기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의가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이 폭로될 수 있었습니다. 12대 총선의 선거 혁명을 통해 신군부에 맞설 힘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6월 항쟁을 거쳐 87 직선제를 이뤄냈습니다. 군부를 종식하고 문민 시대를, 민주 정부를 열었습니다.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지도자, 김영삼(YS) 상도동-김대중(DJ) 동교동 세력이 통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역사적 장중함 때문일까요. 행사가 끝난 뒤 기념 촬영을 위해 단상 앞에 모인 민추협 원로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희끗희끗하게 변한 머리 색마저 역사적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80년대 그때처럼 주먹을 쥐어보았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 38주년 기념식 및 특별강연이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 후반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노갑·김덕룡 공동이사장, 김무성·이석현 공동회장, 김봉조 민주동지회장, 김일윤 헌정회장, 신하철 전 의원, 김충환 전 의원, 김장곤 전 의원, 이희규 전 의원, 박명섭 전 의원, 최봉구 전 의원, 이채익 의원 등의 얼굴이 보인다.ⓒ시사오늘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 38주년 기념식 및 특별강연이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 후반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노갑·김덕룡 공동이사장, 김무성·이석현 공동회장, 김봉조 민주동지회장, 김일윤 헌정회장, 신하철 전 의원, 김충환 전 의원, 김장곤 전 의원, 이희규 전 의원, 박명섭 전 의원, 최봉구 전 의원, 이채익 의원 등의 얼굴이 보인다.ⓒ시사오늘

 

민추협 원로들이 전해준 
통합-화합의 정신을 담아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또 오늘날의 정치권을 향해 어떤 당부들이 전해졌을까요.
<시사오늘>은 이날 행사 주역들의 발언을 위주로 담아보겠습니다. 
 

권노갑 민추협 공동이사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권노갑 민추협 공동이사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민추협 정신 살려 대한민국, 세계로”
권노갑 공동이사장
 

권노갑 공동이사장은 기념사에서 “민추협이 없었으면 민주화도 없었다”며 “민추협은 살아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추협이 없었다면 어떻게 6·10항쟁이 성공할 수 있었겠습니까? 연대-서울대-고대 학생들까지 결합 돼 마침내 명동에서 와이셔츠 바람(넥타이 부대)이 불었습니다. 앞장섰던 분들이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었습니다. 김상현 권한대행이었습니다. 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민추협은 살아있습니다. 민추협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탄탄한 민주화의 기반 아래에서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추협의 정신을 살려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고 번창해 더 높은 국격의 세계 우수한 국가로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살아생전 보고 싶습니다.”
 

김덕룡 민추협 공동이사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김덕룡 민추협 공동이사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국민 통합해 더 나은 시대로”
김덕룡 공동이사장 

문재인 정부가 잘 되기를 바랐지만, 민주세력의 도덕성 논란으로 강하게 질책했던 김덕룡 공동이사장은 새정부에 대한 당부로 국민 통합을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뤘기에 후진국이었던 우리가 중진국으로, 선진국으로 가는 기초를 다졌습니다. 초석을 만든 것이 민추협이었습니다. 우리가 민주화 운동을 할 때는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것이 도덕성이었습니다. 희생을 무릅쓰고 험한 고초와 탄압을 이겼습니다.

더 나은 시대로 가기 위해 뭘 해야 할까. 이제는 국민 통합을 이루는 일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쪽과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확보하고 공동의 번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형식적인 민주화가 아니라 통일된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삼을 때입니다. 비록 늙고 힘이 없어져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더라도 후배들이 좀 더 새로운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갑시다.”

 

김무성 민추협 공동회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김무성 민추협 공동회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5·18 기념 행진곡 여야 제창, 노력 헛되지 않아”
김무성 공동회장 

김무성 공동회장은 환영사에서 “평소 짧게 환영사를 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엔 길게 전한다”며 이번 5·18 추념식을 지켜보며 느꼈던 남다른 소회를 전했습니다. 

“23일간의 단식투쟁을 통해 광주 시민의 참상을 알렸던 ys는 93년 문민정부 출범 후 대통령 특별담화를 통해 5·18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공식 명명했고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민주묘지를 만들어 그날의 정신을 기렸습니다. DJ는 97년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첫 정부 주도의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그때 YS가 참석하려고 했는데 특정 진영에서 저지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나중에서야 5·18 유족들의 초청으로 YS가 광주 민주묘지를 참배할 수 있게 됐을 때는 역사의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아시다시피 5·18 당시 국가 공권력이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발포하는 것에 비분강개해 민추협에 뛰어들었습니다. 5·18 기념식에 거의 매년 참석해 왔던 제가 집권 여당의 당대표가 됐을 때입니다. 의원들을 동원해 5·18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했는데 그때도 분열된 한쪽 세력들로부터 물병 세례를 받고 쫓겨났습니다. 

이번에 대한민국 우파 대통령이 5·18 추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을 보고 민추협의 숭고한 정신을 지켜온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입니다. 비로소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대한민국 모두의 것이 됐구나 하는 마음에 감격했습니다. 화해와 통합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석현 민추협 공동회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이석현 민추협 공동회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독식하는 정치 말고 민추협처럼 나눠야”
이석현 공동회장

이석현 공동회장은 환영사에서 “함께 나누며 동고동락했던 민추협 정신을 계승하는 정치권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이 보수와 진영 양쪽을 다 망라해서 공인받는 시대에 이르렀구나 하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일생을 살면서 민추협에 참여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험난한 군부 독재에 저항해 잘 싸워냈던 시간이 자랑스럽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총무국장을 동교동이 맡으면 부국장은 상도동이 맞고, 조직국장을 상도동이 맡으면 부국장은 동교동이 맡았습니다.

모든 걸 평등하게 나눴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요즘 정당들은 너무 독식만 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나눠 먹기만 잘해도 잘하는 정치입니다. 서로를 챙기며 하나 됐던 민추협 정신이 계승되길 바랍니다.”

 

김일윤 헌정회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김일윤 헌정회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통합과 협력의 산물 계승”
김일윤 헌정회장

김일윤 헌정회장은 “우리 국민이 민추협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날 위기의 분열을 극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두 지도자와 함께 민추협이 이뤄낸 민주화는 통합과 협력의 산물이었습니다. 상반된 이해관계를 넘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없었더라면 민추협이 과연 탄생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진영과 지역 세대 간 분열과 이념적 갈등이 너무 깊은 정치권을 보면서 다시금 민추협 정신을 상기하게 됩니다.

온 국민이 민추협의 위대한 사상을 이어받아 오늘날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혼란한 상태를 극복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채익 국회의원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이채익 국회의원이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추협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尹정부 성숙한 사회 열어주길”
이채익 국회의원 

이채익 국회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화합하는 성숙한 사회를 열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습니다. 

“거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최말단에서 보좌하며 민주화에 동참했고, 대선배들의 업적을 생생하게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어 지금도 영광입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에게 결집과 통합을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는 민추협처럼 새롭게 탄생한 윤석열 정부가 선배 동지들과 민주주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비난과 갈등이 아닌 화합하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창립 38주년 특강과 민추협 임시총회


38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강연에서는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이 소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 안보와 북핵 문제, 경제 안보 협력이 주요하게 다뤄졌다”며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만큼 호혜적 상호존중하는 동맹의 방향성 속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민추협에서 주최하고 노웅래 의원과 이채익 의원이 주관했습니다. 1부인 민추협 38주년 기념식 및 특별 강연 사회는 양순석 사무총장이, 민추협 이사회 및  임시총회는 조찬옥 사무총장이 맡았습니다. 故김상현 민추협 권한대행 아들인 김영호 의원이 민주화투쟁 선언문을 낭독해 뜻깊음을 더했다는 평가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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