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게서 한국당이 보인다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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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게서 한국당이 보인다 [주간필담]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5.27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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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파에 휘둘렸던 한국당, 전국단위 선거서 4연패…민주당에서도 강경파 득세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강경파에게 휘둘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5년 전 자유한국당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사오늘 김유종
강경파에게 휘둘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5년 전 자유한국당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사오늘 김유종

자유한국당도 그랬다. 5년 전 한국당은 극단파가 주류였다. 원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었다. 미증유(未曾有)의 사태에 중도파가 이탈했다. 중도파가 사라지자 극단파가 다수가 됐다. 중도보수는 링 밖으로 밀려났다.

당권을 잡으려면 당심(黨心)을 읽어야 한다. 극단파가 당심을 장악하자 당권 주자들도 그쪽으로 달려갔다. 누가 더 ‘강경파인가’ 경쟁이 벌어졌다. 보수 내부의 극우화에 국민들은 더더욱 등을 돌렸다. 그렇게 한국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번 연속 참패했다.

한국당이 살아난 건 그 다음이었다. 연이은 패배에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자 오세훈·이준석·윤석열처럼 중도에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힘을 얻었다. 이들이 돌아오고서야 국민들은 다시 보수에 표를 던졌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과거 한국당의 모습이 보인다. 제20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5년 만에 정권이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반성과 쇄신이 뒤따라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선택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었다. 검수완박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사항이다. 다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과반은 검수완박에 반대했다. 대선에서 패한 정당,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이 밀어붙일 일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 편의 큰 잘못을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을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약속은 상식적 수준이었다. 정치적으로 봐도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은 ‘내부 총질’이라며 박 위원장을 비난했다. 결국 박 위원장은 사과했다. 탄핵에 찬성했던 중도보수 정치인들을 ‘배신자’라고 힐난했던 5년 전 한국당 모습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극단파가 주류로 올라서면, 중도층은 멀어진다. 또 멀어지는 중도층을 잡으려는 사람은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이게 5년 전 한국당이었다. 그리고 최근 민주당은 이 악순환의 고리 초입에 들어선 듯한 모양새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정당이 당원 의견을 우선시해야 하는 건 논리필연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정당은 극단적 주장을 갈무리해 사회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임무도 갖는다. 후자는 잊고 전자에만 집중하는 정당은 다수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대선 패배는 혹독한 겨울의 시작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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