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웅-롯데, 다음은 우리?’…산업계, ‘검찰 칼춤’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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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대웅-롯데, 다음은 우리?’…산업계, ‘검찰 칼춤’에 전전긍긍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5.31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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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국내 산업계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벌벌 떨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0일 〈KBS〉는 수천억 원 규모 부산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롯데건설의 임원 A씨가 부산연구원의 연구원 B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롯데건설이 2011년부터 해당 사업을 네 차례 단독 수주하는 과정에서 사업 계획서를 평가하는 부산연구원 소속 연구원 B씨에게 1억 원 이상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KBS〉 측은 "검찰 조사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연구원 B씨가 수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은 롯데건설이 뇌물 공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또다른 금품을 건넨 사실은 없는지 추가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내에서는 혐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가운데 실력 행사에 돌입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업이 정국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들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잘잘못이 가려지기에 앞서 검찰에서 자세한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게 아니냐. 아직 혐의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조직적 차원에서 뇌물을 건넨 건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기업명 이니셜 처리가 안 됐다"며 "검수완박 때문에 검찰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려고 기업 사정정국을 주도하는 느낌이어서 두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건설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서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3월 삼성전자, 삼성웰스토리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펼쳤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을 몰아주는 등 부당 지원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 내에서는 압수수색 배경에 검수완박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실제로 당시 한 검찰 간부는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이후 시간이 충분했는데 이제서야 수사를 확대하는 건 뜬금이 없다"고 한 일간지를 통해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대웅제약 본사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해당 제약사가 특허권을 남옹해 경쟁업체들의 복제약 판매를 방해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대웅제약 경영진들이 데이터 조작, 경쟁사 영업방해에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후 대웅제약 임직원 5명과 대웅제약, 지주사인 대웅 등을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사 출신인 윤재승 회장이 경영가로 있는 대웅제약을 향한 검찰의 이 같은 행보는 제약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옳지 못한 일을 한 것에 대해 사정기관이 수사를 벌이고, 옳고 그름을 밝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검수완박 정국에서 온갖 수사 정보가 다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되는 건 누가 봐도 검찰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각 그룹사들이 일제히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전에 검찰권력에 줄을 서라는 신호를 어디선가 보낸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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