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복기해야 할 ‘6·1 지방선거 세 가지 장면’ [시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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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가 복기해야 할 ‘6·1 지방선거 세 가지 장면’ [시사텔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6.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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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실버산업·CEO의 자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 동작구 사당 제2동 제7투표소 전경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 동작구 사당 제2동 제7투표소 전경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기업 경영전략과 국가 경쟁력 연구부문 최고 권위자 마이클 E.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18대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인 2011년 우리나라를 방문해 연단에 섰다. 강의가 끝난 후 한 패널이 포터 교수에게 '다음해에 다시 한국에 오면 어떤 걸 가장 보고 싶느냐'고 물었고, 뜻밖의 답변이 나왔다. 그는 "선거다. 한국이 어떤 대통령을 선택할지 가장 궁금하다. 그리고 더 궁금한 건 왜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을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영학의 대가의 입에서 왜 '선거'라는 말이 나왔을까. 정치와 기업경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위정자와 기업가들은 늘 충돌했고, 항상 공조했다. 이들의 앞서거니 뒤서거니가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확립된 현대시민사회 들어서는 자본권력이 우위를 잡는 듯했다. 기업가들이 건넨 후원금에 따라 선거 판도가 바뀌었고, 그들의 로비에 국가정책과 입법활동이 좌우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흐름이 다시 꺾였다. 코로나19 팬데믹라는 초유의 전염병 사태가 지속되면서 방역 통제권을 갖고 있는 정치권력의 힘이 급격하게 커졌다.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각 국가의 소부장·자원·식량무기화 전략 등 정치권력발(發) 지정학적 이슈들이 전례가 없는 리스크를 만들고 있고, 이 같은 불안정이 자본권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정치적 환경에 따라 물가와 집값, 주가와 유가가 폭등락을 거듭하게 됐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고, 정치인들의 행보에 기업가들이 따라 움직이는 '선(先)정치 후(後)자본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 지방선거)가 여당인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2일 오전 9시 20분 기준 17개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 가운데 12곳에서, 226개 기초자치단체장 중 145곳에서 각각 당선인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5석, 기초단체장 63석을 얻는 데에 그치며 초라하게 추락했다. 이번 지선 최대 격전지로 꼽힌 경기지사 자리를 지킨 게 유일한 낙이었다. 4년 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일색이었던 전국 방방곳곳이 6·1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붉게 물들었다. 최종 투표율은 50.9%로 역대 지선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나, 민심이 분명하게 반영된 선거였다. 기업가 입장에선 선(先)정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유추하기 충분한 결과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기업가들은 이번 지선으로부터 어떤 점을 배워야 하며, 또 어떤 경영적 메시지를 취사 습득해야 할까. 〈시사오늘〉은 2020년 21대 총선([시사텔링] 경제계가 복기해야 할 ‘21대 총선 세 가지 장면’), 2022년 20대 대선([시사텔링] 경제계가 복기해야 할 ‘20대 대선 세 가지 장면’)에 이어 올해 6·1 지방선거에서 국내 경제계가 한번쯤 복기해 봄직한 세 가지 장면을 짚어봤다.

 

졌잘싸? 인사가 만사


"인사가 만사",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가 생전에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사람의 일이 곧 만 가지 일이다, 좋은 인재를 등용해서 그들에게 걸맞은 자리에 알맞게 배치해야 모든 일이 좋게 풀린다는 의미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라도 직접 관리 가능한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가든, 기업가든 일정 위치에 오른 이후에는 인재를 발굴해 잘 다뤄야 그 이상의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그 사람이 대통령, CEO라면 이는 정권, 기업의 명운과 직결되기도 한다. 선거는 인사가 만사라는 걸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좋은 인재를 발탁해 그들에게 걸맞은 지역에 알맞게 공천을 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손에 가장 많은 땀을 쥐게 한 지역은 경기도다. 개표 시작부터 줄곧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이던 민주당 김동연 후보는 2일 오전 5시 30분부터 1위로 치고 나가기 시작하더니, 이후 조금씩 표차를 벌리면서 결국 경기지사로 당선됐다. 양자간 득표율 차이는 단 0.15%p, 김동연 당선인이 신승을 거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무소속 강용석 후보(득표율 0.95%)와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게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산술적으론 합리적인 분석이긴 한데 물음표가 붙는다. 아무리 같은 진영으로 분류된다지만 1%의 지지도 받지 못한 후보와의 단일화가 승리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똑같이 발차기를 잘하는 이재명(47.83%)과 허경영(0.83%)이 20대 대선에서 뭉쳤다면 윤석열 대통령(48.56%)을 이겼겠는가.

이와 함께 비록 패배하긴 했으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김동연 당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음에도 좋은 대결을 펼친 김은혜 후보에 대한 '졌잘싸' 평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은혜 후보의 최선을 다한 노력이 있어 경기도 기초단체장, 의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본인을 아끼지 않고 뛴 김 후보의 공"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경기지사 선거 승패를 좌우한 건 국민의힘의 공천이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6월 2일 새벽 경기 수원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강당에 마련된 선거캠프에서 선거패배를 인정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6월 2일 새벽 경기 수원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강당에 마련된 선거캠프에서 선거패배를 인정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 대표의 말대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 내 기초단체장 31곳 가운데 22곳을 석권했다.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포천, 양평, 가평, 연천, 남양주 등 동부 지역은 물론, 민주당 텃밭으로 평가되는 고양, 김포, 안산, 군포 등에서도 당선인을 배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경기도의회 구성에도 큰 변동이 생겼다. 전체 129석 중 민주당이 128석을 가져갔던 4년 전 지선과 달리, 이번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78석으로 동석을 이뤘다. 이 대표는 이걸 김은혜 후보의 공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올려치기에 가까워 보인다. 지역별 유권자 수 등을 고려해야 겠으나 경기도 내 기초단체장 중 70% 이상을 차지한 정당에서 경기지사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건 분명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몇몇 지역에서 일부 유권자들이 경기지사 선거에선 민주당을 지지하고, 기초단체장 등에선 국민의힘에게 표를 주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선거판에선 일반 유권자들의 말이 정답일 때가 많다. 경기 서북부 일대에 거주하는 20대 대학생(남)은 "김동연은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부총리 패싱'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나름 철학이 있는 사람이었다. 김은혜는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경기지사는 민주당을 찍고, 나머지는 국민의힘을 찍었다"고 했다. 경기 서남부에 사는 50대 직장인(남)도 이 같은 방식으로 투표를 했다고 한다. 그는 "민주당도 싫은데, 국민의힘에게도 실망했다. 어떻게 수도권에 김은혜 같은 초짜를 내보낼 수 있는지, 경기도를 무시하는 거다. 민주당이어서가 아니라 능력만 보고 김동연을 찍었다"고 했다. 물론, 이들의 말이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 국민의힘에서 당심이 아닌 민심을 고려해 유승민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면 60대 이상이 등을 돌려 더 처참한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국민의힘이 진정 경기도를 석권하고 싶었다면 보다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발탁·배치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이런 뒷말도 나오지 않았으리라.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선거라지만 정치권에서 '졌잘싸'는 나름 의미가 크다. '졌잘싸'를 반복하며 7전8기 신화를 쓴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 정당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졌잘싸'를 이루면 지지층 재결집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 '졌잘싸'는 의미가 크지 않다. 오히려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피눈물을 흘리는 전문경영인과 회생 불가능 상태에 빠지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주로 사람이 있다. 최근 산업·금융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백억~수천억 원 규모 직장인 횡령 사건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영업이익 수백억~수천억 원을 내면 무얼 하겠는가. 사람을 잘못 쓰면 한줌인 것을.

 

큰 손 된 60대 이상 노인들


6·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큰 승리를 거두고 야댱이 크게 패배하게 된 요인으론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새 정권이 공식 출범한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 아래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갈망, 그리고 쇄신은커녕 이번 선거 내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민주당의 행태에 실망한 지지층 등이다. 이에 대해선 양측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선거의 의미는 결국 윤석열 정부가 원 없이 일하도록 해달라는 호소에 국민들이 신뢰를 준 것이다. 죽기 살기 각오로, 무한 책임을 바탕으로 꼭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으로 당이 혼연일체가 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더 큰 개혁과 혁신을 위해 회초리를 들어준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당 비대위 일동은 이번 지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다 맞는 말이다. 다만,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선 승패를 가른 요인을 선거공학적으로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선거 통계는 시대와 사회상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자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대남', '이대녀', '1번남', '2번남'이 선거판을 흔들었다. 이들은 SNS는 물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밭갈이'(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에 유리한 내용의 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4050세대 역시 친민주당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권을 지지하는 2030세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들을 활발하게 올렸다. 성별갈등, 세대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선거 전후로 쏟아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양쪽 다 '방구석 여포'였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투표율 추정치를 살펴보면 20대 이하 연령층 투표율은 남성 29.7%, 여성 35.8%, 30대는 남성 34.8%. 여성 41.9%로 집계됐다. 4년 전 지선 당시 투표율(20대 52.0%, 30대 54.3%)에 비해 10~20% 부족한 수준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자료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격차가 상당히 크다. 강성 민주당 지지층으로 구분되는 4050도 마찬가지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선 40대 58.6%, 50대 63.3%를 기록했는데, 2022년 6·1 지방선거에선 40대 40.9~44.4%, 50대 53.8~55.1%로 10%p 안팎 감소했다.

선거공학적으로 6·1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한 건 60대 이상 노인들로 나타난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투표율 추정치에서 60대 이상 투표율은 남성 73.9%, 여성 62.9%로 계산됐다. 4년 전 지선 당시(60대 72.5%, 70대 74.5%, 80대 이상 50.8%)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현재 우리나라 선거판에서 60대 이상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으로 통한다. 2030, 4050의 투표장 이탈, 60대 이상의 투표 유지가 이번 선거 결과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경기지사 선거에선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힘을 쓰지 못했는데, 이건 앞서 거론했듯 경기도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물론'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0대 이상 노인들의 정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유지·확대되고 있는 건 최근 사회 실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2030, 4050은 취업난, 집값 폭등, 물가 상승, 노후 불안 등으로 앞날이 불투명하고 투표장에 갈 여유가 적다. 60대 이상은 자산가치 상승, 정년연장 등으로 앞날이 덜 불투명하고 투표장에 갈 여유가 더 많다. 이 같은 경향은 출산율 저하, 수명 연장 등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노년층이 선거판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산업·금융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실버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에서 60대 이상 노인들의 목소리까지 더욱 커진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오는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는 실버 시장이 '따블', '따따블'로 확대될 공산이 크지 않을까.

 

이재명·안철수를 지켜보자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는 사건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경영인들의 능력에 영향을 준다. 기업환경이 급박하게 변하면 이전까지 성공으로 이어졌던 많은 조치들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백전노장이라도 그 순간에는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명예와 지위, 자신의 정체성 등 본질적 생존 문제에 위협을 느끼고, 그 위기감에 압도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리더가 더 큰 두려움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역경과 실패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성찰적 리더라도 두려움에 빠지면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다.' -데렌 딕 전 맥킨지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대표.

이재명(왼쪽)과 안철수는 6·1 지방선거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까 ⓒ 연합뉴스
이재명(왼쪽)과 안철수는 6·1 지방선거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까 ⓒ 연합뉴스

6·1 지방선거에서는 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이하 이재명),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하 안철수)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이 나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금배지'를 달았다. 이재명은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10.49%p차로 따돌리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안철수는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해 김병관 민주당 후보를 25.01%p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이재명·안철수 또는 특정 정당 지지자들을 제외하곤 이들의 당선에 박수를 보내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분위기다. 두려움에 휩싸인 나머지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이름값에 맞지 않는 방어적·폐쇄적인 출마를 단행했고, 그 결과도 썩 좋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재명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내 얘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해당 발언의 여파는 이번 보궐선거까지 이어졌다. 철창신세를 면하려고 불체포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에 출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된 것이다. 이른바 '방탄 출마' 논란이다. 여기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성남 대신 인천행 열차를 탄 점도 지탄을 받았다. 안철수가 후보로 나선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하면 당선을 확신할 수 없으니, 험지를 피해 인천 계양을로 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의 행보를 둘러싼 잡음은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선에 큰 피해를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당내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한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재명의 '나홀로 생환'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이 방어적 출마라면, 안철수는 폐쇄적 출마다. 안철수는 경기 성남 분당갑을 고집하며 공천 논란의 불씨를 스스로 지폈다. 고집하는 건 좋은데 과정이 영 좋지 않았다. 이재명이 출마를 검토 중인 험지 인천 계양을에 나가라는 당내 요구에 그저 입을 굳게 닫은 것이다.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공모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정도로 침묵의 시간이 길었다. 안철수의 성남 분당갑 공천이 확정된 후에도 논란은 한동안 지속됐다. 성남 분당갑에서 안철수와의 경선을 준비하던 박민식 전 의원이 출마 뜻을 접고서 불과 5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박 전 의원을 국가보훈처장에 임명해서다. 민주당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3선 반열에 오르게 됐다. 각종 언론에서는 그가 당권을 잡고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우선, 당의 지선 선대위원장 요청을 뿌리치고 수도권 지원을 내세워 분당갑에 출마했는데 최고 격전지인 경기지사 자리를 놓쳐서다. 안철수의 승리가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보인 그의 폐쇄적인 행보를 감안해도 당권을 잡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사람이 옳지 않아 보이는 방어적·폐쇄적 출마를 단행한 이유는 두려움에 빠져서로 여겨진다. 데렌 딕의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리더가 더 큰 두려움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잃을 게 많은 만큼, 본질적 생존 문제에 위협을 느끼고 그 위기감에 압도된다. 여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방어적·폐쇄적 태도를 떨쳐버리고, 현실 부정을 해소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급격히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인해 두려움에 빠져 방어적·폐쇄적 태도를 보이는 경제인들에게 반면교사로 권장한다. 이재명·안철수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시라.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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