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社에 치이는 중견건설사, 해외로 눈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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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社에 치이는 중견건설사, 해외로 눈 돌린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6.09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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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그간 국내 사업에 매진해온 중견건설사들이 최근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9일 해외건설협회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엘티삼보(LT삼보), 부영주택, 태영건설, 자이씨앤에이(자이C&A, 구 에스앤아이건설), 도화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일진건설산업, 벽산엔지니어링 등 중견건설사들이 2022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 상위 20개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엘티삼보는 싱가포르 지하철 터널·크로스 아일랜드 공사, 홍콩 국제공항 제3활주로 공사 등을 수주하며 9위(3억3167만 달러)를, 부영주택은 베트남 하노이 부영 국제아파트 개발사업에 힘입어 10위(3억1639만 달러)를 각각 차지했고, 방글라데시 하수처리장 공사를 따낸 태영건설은 11위(3억708만 달러)에 위치했다.

또한 자이씨앤에이는 LG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 라인 클린룸 공사, LG화학 폴란드 복지동 공사,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 부속동 공사 등 LG그룹 계열사 일감을 통해 13위(2억2061만 달러)에, 도화엔지니어링은 일본 태양광 발전사업 등을 수주하며 15위(1억7265만 달러)에 각각 올랐다.

아울러 코오롱글로벌은 베트남·스리랑카 정수시설 공사 등을 따내며, 벽산엔지니어링은 몽골 지역난방사업 등을 수주해 20위권에 들었다.

부영주택, 태영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엔지니어링업체로 분류되는 기업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먹거리가 줄어든 대형 업체들이 중견 업체들의 텃밭인 지방 사업,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면서 내수 시장 내 경쟁이 과열된 영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환경 변화에 중견건설사들이 해외 진출로 대응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브랜드 아파트 부실시공, 하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글과 무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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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반도건설은 최근 미국법인 반도델라를 통해 현지 주택사업 부지 2곳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델라는 연내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반도건설의 LA(로스앤젤레스) 주상복합 프로젝트 'The BORA 3170'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다. 미국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계룡건설산업은 2020년 필리핀 클락 클락힐즈 2차 주상복합 프로젝트를 따내며 2004년 러시아 하바롭스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사업 이후 16년 만에 해외 주택사업을 수주했으며, 우미건설도 2019년 미국 LA 임대아파트 프로젝트, 2020~2021년 아마존 물류센터 건설 펀드 투자 등을 통해 해외사업 확대에 돌입했다.

이 같은 흐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다. M&A 당시 중흥건설그룹은 대형 건설사들의 지방 시장·소규모 정비사업 진출과 택지 매입, 관계당국의 '벌떼 입찰' 규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후 일감 몰아주기 비판 여론 등으로 실적과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변화의 기로에서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라는 도전적인 옵션을 선택했고, 그 결정에는 대우건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사업 전문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제2의 창업과도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와의 경쟁으로 중견 업체들의 국내 일감이 크게 줄었다.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뒤집어엎을 순 없는 노릇이고, 해외를 통해 먹거리를 얻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며 "우리나라 중견 건설사들의 토목·플랜트·주택사업 전문 역량과 기술력이 해외 업체에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향후 중견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건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건비 상승,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사업 추진 비용 부담이 내수나 해외나 큰 차이가 없어진 점도 있다. 문제는 해외에서의 영업 능력과 네트워크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매입한 것처럼 어느 정도 자본력을 갖춘 중견 업체가 해외사업 전문성을 가진 국내 또는 현지 엔지니어링사와의 M&A를 꾀하는 사례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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