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견 건설사, 체감 양극화 심화…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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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중견 건설사, 체감 양극화 심화…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6.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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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대형 M&A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난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22년 5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 건설사의 BSI는 100으로 전망치(91.7) 대비 8.3p 좋은 지수를 보인 반면, 중견 건설사는 전망치(85.4)보다 15.4p 떨어진 70을 기록했다. 대형 업체와 중견 업체의 BSI 격차가 30p 이상 벌어진 건 2019년 1월(대형 100, 중견 65.1)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는 대한건설협회 소속 일반 건설사업자의 체감경기를 지수화한 것으로, 수치가 100 아래면 현재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회사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는 먹거리가 줄어든 대형 업체들이 중견 업체들의 텃밭인 국내 지방 사업,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등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대거 펼쳐진 대전 도마·변동 재개발사업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4구역에선 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DL건설을 누르고 시공권을 확보했으며, 5구역은 현대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 두산건설을 뿌리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13구역도 대형 건설사인 DL이앤씨·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중견 업체인 동부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재까지 대전 도마·변동 재개발사업에서 10만 ㎡ 규모 이상 구역 시공권을 확보한 중견 건설사는 지역 업체인 금성백조가 유일하다.

또한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 간 양극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대형사(社)에 비해 국내 주택사업에 편중된 중견사는 내수 경기 부진, 수주잔고 감소에 대처할 방법이 부족한 편이다. 대형사(社)-중견사의 BSI 차이가 35.9p로 나타난 2019년 1월 중견 업체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 공공공사 발주물량 감소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에 당시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서 해외 진출 붐이 일기도 했다. 반도건설의 LA(로스앤젤레스) 주상복합 프로젝트, 우미건설의 미국 LA 임대아파트 프로젝트와 아마존 물류센터 건설 펀드 투자, 계룡건설산업의 필리핀 클락 클락힐즈 2차 주상복합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펼친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중견 건설사들에게 더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에 원자재 가격 폭등, 인력 수급 불안정, 디지털 전환 흐름 등까지 겹치면서 자본력과 인적·물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 업체에게 최악의 경영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8년과는 달리 2021년에는 공공부문 수주액이 전년 대비 7.5% 늘었으며, 2022년 들어서도 지난 1~4월 누적 공공부문 수주액이 18조553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5% 증가했다. 그럼에도 중견 건설사들의 체감 경기가 악화된 것이다. 단순히 먹거리 부족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한 대형사와 중견사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지방과 소규모 사업에도 브랜드 파워,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업체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중견사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수주도 줄고, 현장 인력도 빼앗기고, 자재도 대형사는 쌓아놓고 있다. 많이 힘들다"며 "중견 건설사, 지역 건설사들이 죽으면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건설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형 건설사들도 결국 피해를 입게 된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국회 등 범정부 차원에서의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이미 내수 건설시장에도 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철저한 경쟁 원리가 구축됐다. 그 경쟁 원리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변화를 꾀한 건설사들은 대형, 중견을 막론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실정 속에서도 일부 중견 업체들은 공공택지를 벌떼 입찰로 사들여 꿀을 빨지 않았느냐"며 "제도 보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미 각 지자체에서 욕적률 인센티브제 등 중견 건설사에 힘을 주는 규정이 많이 마련돼 있다. 그래도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대형 업체를 택한 거다. 궁극적으로 대형사는 해외, 중견사는 국내에 치중하는 게 발전적인 모습이겠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는 될 만한 사업에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장기화될 시 건설업계 내 동종·이종 기업간 M&A 바람이 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중견 건설사간 격차가 벌어지면 자본이 부족해 4차 산업혁명, 스마트건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시대 흐름을 따라오지 못한 건설사들이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반대로 시류를 따라잡기 위해 다른 업체를 품는 건설사들도 있을 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그런 사례가 많다"며 "인수합병은 건설업계에만 국한되지 않을 거다. 이번 의류 제조업체인 글로벌세아그룹의 쌍용건설 인수 추진이 대표적인 예다. 막대한 현금 자산을 가진 기업이 건설사를 품게 되면 국내외에서 여러 가지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건설업종은 오너일가에게도 매력적이다. 향후 10년 안에 대형 M&A가 성사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딜로이트 글로벌은 '산업별 글로벌 트렌드·이슈-건설의 미래를 좌우할 트렌드 톺아보기'에서 "미국 건설사 대부분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사업 위험을 회피하고 유동성 유지를 위한 현금을 보유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반대로 2021년에는 이와 대조적으로 그해 8월까지 건설업계의 M&A 거래액이 160억 달러에 이르렀다"며 "건설사들은 새로운 디지털 역량 구축에 속도를 내고자 기술·통신 기업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0년 8월~2021년 8월 미국 건설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전자제품, 영화 등에서 27개 회사를 사들였다. 건설사들이 사업을 연계·통합·자동화하는 디지털 역량 확보에 노력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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