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못 꺾은 대형건설사 기술혁신, 高물가에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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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못 꺾은 대형건설사 기술혁신, 高물가에 꺾였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6.1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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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상위 5대 건설업체 올해 1Q 연구개발비 전년比 축소
"물가 상승으로 투자 한계 절감…중대재해처벌법 영향도 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지속돼 왔던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기술혁신 노력이 원자재 가격 폭등 앞에 무릎을 꿇었다.

14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삼성물산(全부문),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5대 건설사가 2022년 1분기 R&D에 투입한 비용(연구개발비)은 총 1163억78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196억900만 원) 대비 2.70% 줄었다. 5대 건설사의 전체 매출(현대건설은 별도기준, 나머지 연결기준)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21년 1분기 0.75%에서 올해 1분기 0.59%로 0.16%p 축소됐다. 

이는 팬데믹 가운데에 해당 업체들이 보였던 행보와 대조를 이룬다. 당시 대형 건설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기술혁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1434억6300만 원, 2020년 1776억6800만 원, 2021년 1983억3500만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오히려 늘었다. 이 기간 동안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0.47%, 0.59%, 0.58%로 확대·유지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0.49%로 전년 동기(0.63%)보다 0.14%p 줄었다.

GS건설의 연구개발비(괄호 안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는 2019년 482억5600만 원(0.46%)에서 2020년 338억8100만 원(0.38%)으로 줄었다가 2021년 340억4300만 원(0.38%)으로 다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분기에는 97억5300만 원(0.48%)으로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반면, 2022년 1분기에는 81억8400만 원(0.34%)으로 축소됐다.

포스코건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포스코건설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지출한 비용은 2019년 322억9300만 원(0.42%)에서 2020년 302억1000만 원(0.39%) 감소했다가 2021년 397억2900만 원(0.48%)으로 껑충 뛴 바 있다. 2022년 1분기에는 75억8900만 원(0.36%)을 기록했다. 그나마 포스코건설은 전년 동기(61억300만 원, 0.34%)와 비교하면 소폭 오른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2019년 1722억5100만 원(1.7%)에서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1490억9900만 원(1.6%)으로 R&D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1249억9900만 원(1.22%)으로 대폭 축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327억1500만 원(1.37%)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확대됐지만 전년 동기(405억2000만 원, 1.8%)에는 못 미친다.

대우건설도 2019년 634억1800만 원(0.73%), 2020년 668억4700만 원(0.82%), 2021년 595억6000만 원(0.69%) 등으로 현대건설과 다르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러나 2022년 1분기 대우건설은 연구개발비를 전년 동기(135억7300만 원)보다 대폭 확대해 166억3000만 원을 집행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0.70%에서 0.74%로 개선됐다.

이는 팬데믹 장기화 후폭풍, 미국발(發)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올해 들어 원자잿값 등 물가가 크게 올라 개별 업체들의 수익성이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실적 선방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 만큼, 연구개발비 투입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줄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체는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실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로 안전관리 투자에 집중한 영향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와 용역비 절감으로 연구개발활동에 대한 투자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바이오산업처럼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현장에서 느끼기엔 실적 부진이나 원자재 가격 때문이라기 보다는 R&D에 들어갈 예산을 안전관리에 편성·투입한 결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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