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정치 無관심?…“너나 잘하세요”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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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정치 無관심?…“너나 잘하세요” [주간필담]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2.06.25 0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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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투표율은 현재 역대 최고치…2008년 이후로 상승하며 V자로 반등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에서 청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어…늘 주류는 청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시사오늘 김유종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역대 20대의 투표율은 윗세대의 그것에 비해 낮았으나, 청년들의 투표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시사오늘 김유종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흔히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통념이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타 연령대에 비해 낮은 청년들의 투표율을 가지고 나온다. 투표율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대변할 수 있을지의 논쟁을 차치하고서라도 정말 20대는 투표율이 낮을까? 이점부터 따져보게 된다. 

21일 통계청에 게재된 연령별 역대 투표율에 따르면 20대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에 비해 쳐졌지만 갈수록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왜 그런지 말하기에 앞서 그전에 우선 1992년도에 치른 첫 대통령 선거 이후 20대를 비롯한 모든 세대의 투표율이 하락 양상인 특징부터 있음을 전제한다. 1992년 대선 당시 전국 투표율은 81.9%였으나 다음 대선에서는 80.6%, 2002년에는 월드컵이 겹치며 70.8%으로 투표율이 주저앉았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역대 최저 투표율 63%를 기록하는 등 일괄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92년 선거 당시 유독 전국민적 관심이 뜨거웠음이 엿보인다. 

 

ⓒ시사오늘
국가지표체계에서 발췌한 대통령 선거 투표율ⓒ시사오늘

어찌됐든 이런 상황에서 연령별 투표율이 최초로 기록된 1992년 대통령 선거를 보면 20대 투표율은 전반인 20~24세는 69.8%, 후반인 25~29세는 73.3%로 나타났다. 80%를 넘긴 모든 연령층 총 투표율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1992년 총선에서의 총투표율은 71.9%였지만 20대 초반과 20대 후반의 투표율은 각각 56.6%와 57.1%에 머물렀다. 2008년 청년들의 총선 투표율은 20대 초반은 32.9%, 20대 후반은 24.2%밖에 되지 않았다. 이 역시 총 투표율 46.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역대 총선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8년 청년들의 총선 투표율은 20대 초반은 32.9%, 20대 후반은 24.2%로 총 투표율 46.1%에 못 미치는 역대 총선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1995년 치른 제1대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은 68.4%였다. 반면 20대 초반 유권자는 51.7%, 후반 유권자의 투표율은 53.8% 수준이었다. 이 와중에 지방선거 총 투표율은 1998년 52.7%, 2002년 최저치인 48.9%까지 떨어졌다. 20대 투표율 역시 2002년 지선 기준 초반은 36.3%, 후반은 27%로 매우 저조했다.

이 시기에 방영된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는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을 비판하는 대사가 존재한다.
 

“청년 실업해소, 청년 일자리 창출. 왜 해결되지 않을까요? 여러분(청년)이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투표 안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못배우고 나이든 어르신들이 지팡이 짓고 버스타고 읍내에 나와 소중한 한표를 자처할 때, 지성인을 자처한 여러분은 애인 팔짱 끼고 산으로 바다로 놀러가지 않았습니까?”

-드라마 <프레지던트> 2화 대사 일부 발췌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2010년 치른 지방선거부터 시작해 대선,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중 가장 최근 기록(통계청 기준)인 2017년 경우 20대 전반은 77.1%, 후반은 74.9%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한 1992년도부터 2017년 대선 투표율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총선 역시 유사한 맥락을 보였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20대 초반의 투표율이 60.9%에 달하며 1992년 첫 총선 당시 20대 초반의 최대 투표율기록을 갈아치웠다. 20대 후반은 56.7%를 달성해 역대 20대 후반의 총선 투표율 중 2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방선거에서도 기록상 가장 최근인 2018년에 시행된 7대 지방선거에서 20대 초반의 투표율은 52.9%로, 역대 지방선거에서 가장 높았다. 20대 후반은 51%로 총선과 마찬가지로 역대 20대 후반의 투표율 중,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즉, 이런 흐름만 봐도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다며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일각의 논리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행적은 투표율 외에서도 확인됐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발생한 민주화 운동의 주류 구성원과 오늘날 늘어난 청년 의원이 그 예다.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 박정희-전두환의 잇따른 쿠데타 등 불의가 세상을 뒤엎었을 때마다 이에 저항하며 청년들은 늘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었던 4·19 혁명 역시 당시 대학생들의 역할이 컸다. 혁명을 주도한 것은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이 먼저 거리로 나오면서, 직장인들과 교수들이 어린 학생들과 함께 독재에 맞서 싸웠다.

6월 항쟁 역시 청년들의 역할이 컸다. 야권 정치인들이 직선제 쟁취라는 제도적 큰 틀을 주도했다면 학생들은 열렬한 대항의 열기로 직장인들까지 감응하게 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반발한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하나둘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전국의 대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하며 해당 사태를 지탄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활발했다. 현실보다 거친 표현들이 오고 가지만 정치권의 이슈는 청년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밈(Meme)으로서 자주 등장해 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등 젊은 정치인들이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심을 높인 것도 대표적인 청년들의 정치 참여로 꼽힌다.

이를 종합하면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확언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앞서 언급했듯 근현대사 학생운동이 보여주듯 청년들은 늘 불의에 맞서기 위해 최전선에 나서왔다. 만약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었더라면  거리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투표율 역시 타 세대에 비해 낮긴 하지만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6‧1 지방선거에서의 청년 의원 수는 기존보다 확대되며 전체 의석 중 10%나 차지했다.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단 조용히 지켜보며 언제든 불의에 항거할 준비가 돼있을 뿐이다. 청년들에게 정치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윗세대가 정작 20대 시절엔 투표율이 높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하다. 이를 두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대사가 떠오른다.

“너나 잘하세요.”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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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코리타 2022-06-27 13:40:46
문코! 문코문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