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격전지’ 한국서 통할까…렉서스의 당찬 출사표 ‘UX 300e’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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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격전지’ 한국서 통할까…렉서스의 당찬 출사표 ‘UX 300e’ [시승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06.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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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증에도 느긋했던 일본차…렉서스가 UX 300e로 첫 스타트 끊어
전용 전기차 아님에도 수준급 완성도 자랑…배터리·에너지 관리 능력 탁월
세련미 이어받고 전기차 특유 경쾌함 덧대…제주 시승간 우수한 전비 입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 16일 제주서 시승한 UX300e 차량의 외관 모습. 시장에서 호평받은 기존 UX 디자인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지난 16일 제주서 시승한 UX300e 차량의 외관 모습. 시장에서 호평받은 기존 UX 디자인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일본차는 전동화 중심의 시장 전환기에도 왜 이리 느긋할까. 전기차 기술력이 부족해 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걸까. 아니면 최고라 여겨 온 하이브리드 시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일까.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동차 브랜드들 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일본차에 향할 수 밖에 없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렉서스가 최근 선보인 첫 순수 전기차 UX300e를 경험한다면, 앞선 궁금증은 금새 해결된다. 25년 넘는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기술력이야말로 전동화를 위한 확실한 밑바탕이었음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UX300e는 전용 전기차 모델이 아닌 기존 모델을 전기차로 변환시킨 파생 모델임에도, 수준급 완성도와 실력을 뽐내며 렉서스 전동화 비전의 첨병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기자는 지난 16일 전기차 대표 고장이자 청정의 섬인 제주에서 렉서스 UX300e를 만나봤다. 인기 콤팩트SUV이자 하이브리드 모델로 친숙한 UX를 3년 만에 전기차 모델로 새롭게 선보인 것으로,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탄소 배출없는 친환경차 타이틀을 얻게 됐다. 

우선 외관은 이질감 없는 매력이 강점이다. 이미 시장에서 호평받은 화려한, 세련된 외관을 그대로 차용한 덕분이다. 렉서스의 상징인 대형 스핀들 그릴과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 레이싱카 리어윙을 본 딴 후면부 램프 등은 작은 차임에도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기차이기에 그릴이 필요없다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가져가는 선택은 영리해 보이기까지 한다. 

지난 16일 제주서 시승한 UX300e 차량의 측면부 모습. 2열 도어 하단부에 자리한 일렉트릭 배지와 후면 충전구를 통해 전기차임을 수줍게 드러낸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지난 16일 제주서 시승한 UX300e 차량의 측면부 모습. 2열 도어 하단부에 자리한 일렉트릭 배지와 후면 충전구를 통해 전기차임을 수줍게 드러낸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전기차임을 알려주는 단서는 측면에 몰려 있다. 우선 2열 도어 하단부에는 ELECTRIC 배지가 나있다. 시선을 조금 더 뒤로 하면 양쪽 리어 휀더 위에 충전구가 2개 나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완속과 급속 2가지 충전 규격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EV 전용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알루미늄 휠이 적용됐다.

실내 디자인에는 다소 실망감을 표할 수 있겠다. 최근 나오는 차량들에 적용되는 12인치 이상의 터치식 대화면이 제공되는 것도 아닌데다, 전체적으로 올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만, 순정 내비게이션이 미탑재된 점 역시 불편하게 다가온다. 트렁크도 수동식이다. 

그럼에도 2열 열선 시트 기능이 UX 트림 중 유일하게 적용됐다는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트렁크도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약 41ℓ 넓어진 305ℓ를 확보해 활용성을 높였다. 공조 시스템의 피아노 버튼식 스위치 밑에는 CD플레이어도 수줍게 자리하고 있다. 전기차에서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CD앨범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 온 고객들이라면 나름 반가울 수 있겠다.

콤팩트 SUV인 만큼 2열 거주성은 다소 떨어진다. 다만 UX 라인업 중 유일하게 2열 온열시트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나름 상품성을 강화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콤팩트 SUV인 만큼 2열 거주성은 다소 떨어진다. 다만 UX 라인업 중 유일하게 2열 온열시트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나름 상품성을 강화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진정한 강점은 이제부터다. UX는 전기차로의 진화를 통해 발군의 달리기 성능을 확보했다. 인테리어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고도 남을 확실한 구매 요인이다. 기존 UX 스포츠 패키지 모델인 UX 250h F스포츠를 타봤지만, 이번 전기차 모델 특유의 가속감에는 비하기 어렵다. UX300e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뛰어난 성능을 갖춘데다, 작은 차의 날렵함까지 더해져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더했다. 

물론 UX300e는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위해 급격한 가속 시엔 토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도록 설계됐다. 충분한 가속감을 전달하면서도 구동력을 최적화해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물론 54.35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까지 차량 중앙 바닥에 깔아놓은 만큼, 저중심의 차세는 쉽사리 흐트러지지 않는다. 

가속 시에는 전기 모터 소리만 간간이 들릴 정도로 워낙 조용하다보니, 속도감마저 둔해진다. 차량 하단에 장착된 배터리는 주행 중 차내로 유입되는 노면 소음을 줄여주는 차음벽 역할을 겸한다는 게 렉서스 측의 설명이다. 우수한 거주성과 우아한 승차감은 분명 매력적이다. 가속 사운드를 원한다면, 스티어링휠 왼쪽 하단에 위치한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 버튼으로 켤 수도 있다. 보다 짜릿한 스포츠 모드도 지원한다.

UX300e 주행 이미지. ⓒ 렉서스 코리아
UX300e 주행 이미지. ⓒ 렉서스 코리아

우수한 선회 능력은 제주 한라산을 끼고 도는 와이딩 코스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바퀴가 살짝 슬립이 나는 듯 하다가도 금새 자리를 되찾아 코스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연속된 굽잇길을 마주해도 겁이 나지 않고, 오히려 경쾌한 흐름에 몸을 맡기게끔 된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듯 하지만 제법 부드럽게 세팅돼 요철 등의 노면 충격을 제법 잘 걸러냈다. 

UX300e는 렉서스의 25년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집약된 만큼, 에너지 관리 능력도 뛰어났다. 직관적으로는 스티어링휠 뒤에 나있는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회생제동 감도를 4단계로 세분화해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내리막 구간에서 2단계로 놓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따로 밟지 않더라도 일정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요긴하게 쓰였다. 원페달 드라이브 모드인 B모드에서는 액셀 페달 만으로 가감속을 조절할 수 있어 피로감이 줄어든다. 다만 완전 정차까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오토홀드를 이용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 부분이다.

총 77km 가량을 주행한 결과, 공인 전비 5.0km/kWh를 상회하는 5.7km/kWh의 전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총 77km 가량을 주행한 결과, 공인 전비 5.0km/kWh를 상회하는 5.7km/kWh의 전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회생제동을 통한 에너지 효율 증가는 우수한 전비로 이어졌다. 시승간 전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배터리 용량이 다소 적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33km에 불과하다는 점은 열세지만, 총 77km의 코스를 주행하는 시승에서 공인 전비인 5.0km/kWh를 상회하는 5.7km/kWh의 값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러스터 상의 수치대로라면 250km 이상 주행 가능한 만큼, 도심과 교외를 넘나드는 시티카로 쓰기에는 결코 무리없는 수준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이번 UX300e의 등장은 일본차가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임에도 하이브리드를 바탕으로 쌓아올린 기술력을 근간으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증표가 되기 충분했다. 전기차 시장의 본 게임은 마지막 주자인 일본차까지 합류한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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