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대한항공·아시아나, ‘날지 못하는’ 이스타·에어프레미아…위기의 항공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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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대한항공·아시아나, ‘날지 못하는’ 이스타·에어프레미아…위기의 항공사들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2.06.2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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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담당 승무원 9명→6명으로…자회사 한국공항은 144명→109명
대한항공 승무원들 "기내 모니터 부품도 안 사줘…우리도 인내심 바닥난다"
이스타항공, AOC 재발급 요원…에어프레미아, 모객 문제로 국제선 2주 지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국제선 노선 확대와 고용유지지원금 유지로 한숨 돌리게 됐지만, 내부 분위기는 밝지 못한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국내 항공업계가 국제선 노선 확대와 고용유지지원금 유지로 한숨 돌리게 됐지만, 내부 분위기는 밝지 못한 상황이다. ⓒ온라인 항공 커뮤니티

국내 항공업계가 국제선 노선 확대와 고용유지지원금 유지로 한숨 돌리게 됐지만, 내부 분위기는 밝지 못한 분위기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은 서비스 품질 저하와 노동 환경 악화로 인해 구성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제대로 된 취항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3高(고환율·고유가·고금리) 현상까지 지속되자,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내 흑자전환이 불가능하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치즈포'뜨고 포도알 세는 대한항공…아시아나 승무원은 비행시간 30%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구성원들 사이에선 인력 부족으로 인한 근무 환경 악화와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노동자고용안정쟁취투쟁본부(이하 노조)는 최근 정부에게 항공사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국제선이 단계적으로 운항 회복되고 있음에도 항공사 내 인력복귀가 지체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보잉747 기종 내 190명의 승객이 탑승할 경우, 동반 탑승하는 승무원 수가 기존 9명에서 6명으로 감축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지상조업자회사 ‘한국공항’도 설비가 늘었음에도 자연감원 방식으로 인력을 144명에서 109명까지 줄였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코로나 평균 비행시간이 코로나 이전(80~100시간) 대비 110~130시간으로 급증했다. 협력사인 기내 청소업체 ‘아시아나케이오’도 운항 확대로 필요 인력이 증가하고 있으나 연장근무를 확대하고 알바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회사가 물자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 책임을 항공 승무원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내용의 불만 게시글이 폭발하고 있다. ⓒ블라인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회사가 물자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 책임을 항공 승무원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내용의 불만 게시글이 폭발하고 있다. ⓒ블라인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회사가 물자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 책임을 항공 승무원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내용의 불만 게시글이 폭발하고 있다. 

본인을 대한항공 승무원이라고 지칭한 한 누리꾼은 “오늘도 치즈를 얇게 포를 떠서 나눠줬다. 포도알도 한 명당 2~3알씩 세서 드렸다”며 “웃고 있지만 치즈포 뜨랴 포도알 세랴 맘속은 늘 조마조마하고 식사가 떨어질까 등에 땀이 난다”고 호소했다. 

이에 회사 직원들은 “콜라도 충분히 안 실어주는 회사”, “기내식 부서를 매각하면서 기내식 단가는 올라갔는데 회사는 비용절감에 혈안이 됐다”, "기내 모니터 부품도 안 사줘서 엉망으로 다니는 회사", “사상 최대 고유가라 티켓 값은 비싼데 아웃풋(서비스)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물적 자원보단 인적 자원에 기대서 승무원으로 (물량) 부족을 메워왔는데, 회사에선 모든 걸 승무원 탓으로 돌려버리니 이제 우리도 인내심이 바닥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대형항공사가) 사상 최대 흑자에도 휴직자 복귀를 더디게 진행시키고 있다”며 “노동 강도 증가로 인한 객실승무원의 피로도 증가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지경으로 내몰고 있어, 하루속히 관련 국가기관이 실태 파악을 하고 시정명령을 내려서 국민인 승객의 안전과 노동자인 승무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안전 면허는 대체 언제…에어프레미아, 첫 싱가폴 노선 2주 지연


ⓒ에어프레미아 홈페이지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 역시 오는 29일로 취항 예정됐던 인천~싱가포르 여객 노선을 갑작스럽게 2주 후로 미뤘다. ⓒ에어프레미아 홈페이지

LCC업계도 우울한 건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업계 요구대로 올해 말까지가 아니라 90일 연장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유가·고환율·고금리라는 위기까지 닥치자, 달러로 항공기 대여료나 유류비를 결제해야 하는 업계에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새 주인 ‘성정’을 맞아 회생한 이스타항공은 비행기 운항의 필수 관문인 항공운항증명(AOC)인가도 아직까지 재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 운항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나 인프라를 갖췄는지 종합 평가하는 일종의 '안전 면허'다. 

이스타항공은 AOC 마지막 관문인 비상 탈출 테스트를 마쳤으나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현행 항공법상 AOC 신청부터 발급까지 근무일 기준 최소 90일 소요된다고 명시돼 있으나, 이미 이를 훌쩍 넘겼다. 당초 회사 측은 지난 2~3월 AOC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정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 역시 오는 29일로 취항 예정됐던 인천~싱가포르 여객 노선을 갑작스럽게 2주 후로 미뤘다. 당초 싱가포르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서 오는 7월부턴 주3회까지 증편할 예정이었으나, 국제선 확대 전략 자체가 지연된 셈이다. 이에 승객들은 게시판을 통해 “출발 확정이라는 말만 믿고 숙소 휴가 경비 다 맞춰놨더니 어이없이 20일도 안 남기고 통보받았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에어프레미아는 예약 승객들을 대상으로 이번 일정 연기가 ‘판매 시스템 구축 문제’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네트워크 구축이 미비해 모객에 지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주요 항공권 판매 네트워크인 네이버나 스카이스캐너 등에서 판매하지 못해 판매량이 부진하자 운항을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항공권을 전액 환불했으며, 동의 하에 탑승권 일정 변경을 진행하거나 대체편을 지원했다"며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불편을 느낀 고객에게 양해를 구했고, 7월 15일 취항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LCC 업계 관계자는 "국제선이 확대되곤 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50% 수준이고, 휴직 중인 인력이 아직도 많다"며 "지난 실적보다 적자 폭이 줄어들겠지만, 고유가와 높은 환율 때문에 흑자는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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