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건설 서재환·박세창號, ‘진짜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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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건설 서재환·박세창號, ‘진짜 시험대’ 올랐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7.0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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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투톱 체제, 물가 상승에 실적 부진·운전자금 '경고등'
전망 낙관적…"분양실적 우수·유동성 기확보, 재무부담 통제가능"
변수는…‘금호고속 경영정상화-아시아나항공 문제-주택경기 불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출범 2년차를 맞은 금호건설(구 금호산업) 서재환·박세창 투톱 체제 앞에 경고등이 켜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재무적 부담이 확대된 것이다. 박세창 사장이 단독경영을 펼치기 앞서 진짜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121억4953만 원, 영업이익 149억4221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11%, 영업이익은 33.06% 각각 감소한 것으로, 이중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컨센서스를 40% 이상 하회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7.26% 내려앉았다. 박 사장이 다시 복귀한 지난해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것과 비교되는 성적표다.

실적 부진은 급격한 물가 상승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호건설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분기 5.41%, 2분기 6.61%, 3분기 6.49%로 좋은 흐름을 보이다가 원자잿값 인상이 본격화된 그해 4분기 3.35%로 뚝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도 3.63%로 3%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현장 안전진단과 셧다운으로 공사 진행이 더뎠다. 건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진행예정원가 조정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현금창출 역량 확대, 차입금 축소 등으로 한동안 지속적인 개선세를 타던 재무건전성에도 다소 생채기가 났다. 금호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 248.02%, 2분기 223.61%, 3분기 144.65%로 뚜렷하게 개선되다가 그해 4분기 165.92%, 2022년 1분기 174.02%로 악화됐다. 유동비율도 지난해 말 113.4%에서 올해 1분기 104.7로 떨어졌다.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현금은 2021년 1분기 351억6949만 원에서 올해 1분기 191억8735만 원으로 45.44% 감소했다.

이는 운전자본(영업활동에 필요한 자본) 부담이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금호건설은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 선급금·선급공사원가 등을 방어하며 운전자금을 잘 관리해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현금을 극대화했다. 그해 1분기에는 100억 원 이상을 제고했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와 비슷한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매출채권, 매입채무, 선급금·선급공사원가 등이 급등해 유동성을 깎아먹었다. 선수금을 대폭(변동, 2021년 1분기 -37억8200만 원→2022년 1분기 664억7300만 원) 거둬들였으나 운전자본 방어에 실패했다. 건설업계에서 운전자본 증가 현상은 전형적인 수익성 악화 신호로 평가된다.

지난해 건설경기 호황기 호실적 후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실적 하락, 현금흐름 악화, 운전자금 증가 등은 다른 건설사들도 대부분 겪고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유독 서재환·박세창 투톱 체제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금호건설만의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건설은 금호그룹 경영 정상화, 박삼구→박세창 경영권 승계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을 지속적으로 쌓고 고배당 정책을 펼쳐 지주사격인 금호건설에 자금을 수혈하고, 오너일가에게 승계 밑천을 전하는 방식이다. 2018년에는 적자(당기순손실 4억7057만 원)를 냈음에도 예년과 같은 수준(주당 500원, 약 176억 원)을 유지하기도 했으며, 실적이 우수했던 지난해에는 배당을 주당 800원, 총 287억700만 원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경영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올해 금호건설 서재환·박세창 투톱은 실적 선방을 달성하는 동시에 이 같은 아낌 없이 주는 나무 행보까지 이어가야 하는 셈이다.

업계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0일 금호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BBB-'로 유지하면서 "운전자금 부담이 내재하고 있지만 우수한 분양실적과 원활한 공사 진행을 통한 대금 유입, 기확보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재무부담을 적절하게 통제할 것"이라며 "원가 상승으로 2022년 연간 영업수익성은 전년보다 저하된 모습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물량 확대, 자체사업 본격 진행에 힘입어 이익창출력을 회복할 것이며 원활한 영업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운전자금 부담, 배당 등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우선, 국내 주택시장 불황기 진입이다. 한신평은 "금리 인상, 신정부 정책기조 변화, 일부 지역 미분양 확대로 향후 주택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체분양 사업을 비롯한 금호건설의 주택사업 비중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부문별 수주실적, 진행사업장 분양성과, 지역별 주택공급 규모와 리스크 통제 수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아시아나항공 문제도 있다. 한신평은 "금호고속의 경영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계열 주력회사이자 실질적 지원주체로서 금호고속에 대한 금호건설의 직간접 지원이 이뤄지거나 계열 위험이 금호건설로 전이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심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재무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 채권담의 담보권 행사 등으로 실질 지분가치가 훼손되면 금호건설의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호건설의 연결기준 자산의 27.6%, 자본의 75.6%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아시아나항공 차입금에 후순위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들 다 잘했을 때 좋은 성적표를 받은 건 큰 의미가 없다. 박세창 사장이 진짜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시험 환경은 괜찮은 편이다. 현재 금호건설은 자체현장이 많고, 수주잔고도 풍부하다. 스승인 서재환 대표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주택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건 악재다. 금호건설은 수익성을 극대화해 고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강점인 공공공사에서 눈을 주택사업, 자체사업으로 돌렸고, 그만큼 리스크도 급증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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