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디자인 맛집’…쌍용차, ‘뷰코’를 ‘토레스’로 살려내는 기적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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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디자인 맛집’…쌍용차, ‘뷰코’를 ‘토레스’로 살려내는 기적 [시승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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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뷰티풀 코란도 실패 교훈 삼아 디자인 ‘절치부심’…정통 SUV 스타일 ‘토레스’로 재기 성공
와일드한 외관에 세련된 첨단 사양의 실내 구성…검증 거친 1.5 터보 엔진으로 안정감·품질 확보
정확한 딥컨트롤 시스템 반응성에 9.6km/ℓ 실연비 확인…디자인 자신감으로 준중형·중형 아울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 5일 시승한 토레스의 외관 모습. 근육질 바디와 6슬롯 그릴, 범퍼부를 강조한 전면부는 정통 SUV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지난 5일 시승한 토레스의 외관 모습. 근육질 바디와 6슬롯 그릴, 범퍼부를 강조한 전면부는 정통 SUV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쌍용차는 경영난 속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도 '토레스'라는 신차를 멋들어지게 만들어냈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이럴때 써야 맞지 않을까. 사전계약 3만 대의 '대박'을 터뜨린 토레스의 성공적 출시와 맞물려 새주인 찾기까지 이뤘으니 그야말로 겹경사다. 예전만 하더라도 초상집이었던 쌍용차 분위기는 잔칫집이 됐다. 토레스가 복덩이임은 분명하다.

특히 토레스는 쌍용차가 가장 취약했던 디자인 부문에 대한 소비자 갈증을 풀어줬다. 티볼리 흥행 이후 슬릭하고 세련된 디자인만을 쫓던 관성에서 벗어나, 쌍용차의 과거 영광을 이끌었던 코란도·무쏘의 터프함과 오프로더 이미지를 되찾아 새롭게 입혀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쌍용차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으니 안심이다. 

기자는 지난 5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토레스를 직접 만나봤다. 그리곤 단 번에 고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간의 모델들은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맞추려 욕심을 부린 탓에 개성이 없었다. 하지만 토레스는 정반대로 강인한 정통 SUV 스타일이라는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 이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 오게끔 만들었다.

실제로 외관은 굵고 또렷하게 난 라인들과 볼륨감을 통해 근육질 바디를 강조한 것도 모자라, 마치 전면 대부분을 범퍼로 채운 것처럼 보이는 대담한 디자인을 택했다. 날렵한 LED 헤드램프 가운데 세로격자 형태의 6슬롯 그릴은 짧게 나있을 뿐이다. 그 밑에 나있는 공기흡입구와 스키드플레이트, 양쪽의 스퀘어형 안개등이 오히려 안정감있는 차량 자세와 하체의 단단함을 부각한다.

토레스의 측면부 모습. 각진 형태의 휠 아치와 넓게 배치된 C필러 가니쉬 등으로 강인한 이미지를 더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토레스의 측면부 모습. 각진 형태의 휠 아치와 넓게 배치된 C필러 가니쉬 등으로 강인한 이미지를 더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측면에선 각진 형태의 휠 아치가 정통 SUV의 매력을 배가한다. 각진 디자인은 사이드 미러와 넓게 배치된 C필러 가니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후면부는 전동식 트렁크 도어에 무거운 스페어 타이어를 직접 달 순 없으니, 이를 본딴 형태의 팔각 타입의 리어 가니쉬와 도어 랫치를 적용, 레트로 감성을 더했다. 각진 리어램프 안에는 태극기 사괘 중 하나인 리 문양을 그대로 넣어 차별화했다. 과감한 발상이지만 촌스럽거나 하는 등의 괴리감은 없다. 디자인 맛집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외관이 다소 와일드했다면, 실내는 세련미와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단 뜻의 '겉바속촉'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듯 싶다. 슬림 앤 와이드를 컨셉으로 한 실내는 전방 시야감을 높여주는 낮고 얇게 배치된 대시보드와 12.3인치 인포콘 내비게이션, 8인치 버튼리스 통합 컨트롤 패널 등 하이테크한 첨단 요소들을 가미해 가치를 더했다. 

특히 8인치 패널을 통해 차량 실내의 모든 스위치를 풀 터치 방식으로 변환했다는 점은 기대 이상이다. 반응성이나 직관성도 우수하다. 다만 손을 뻗었을 때 기어 스틱에 살짝 가려 조작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과 바람 세기 조절 버튼이 과하게 작다는 점은 개선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한 점은 쌍용차가 올드하다는 말은 이번 토레스를 기점으로 완전히 옛말이 될 듯 싶다.

8인치 버튼리스 통합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는 모습. 기어 스틱에 살짝 가려 조작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과 바람 세기 조절 버튼이 작게 나있는 점은 아쉽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8인치 버튼리스 통합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는 모습. 기어 스틱에 살짝 가려 조작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과 바람 세기 조절 버튼이 작게 나있는 점은 아쉽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중형 SUV인 만큼 2열 거주성과 적재 공간도 충분하다. 2열에는 준중형 SUV 뷰티풀 코란도엔 없었던 송풍구와 롤러블라인드(차양막) 등이 적용됐다. 703ℓ의 트렁크 공간은 2열 폴딩 시 1662ℓ로 늘어나며, 풀폴딩도 가능해 차박 등에 활용하기 좋다. C필러 밖에 나있는 사이드 스토리지(옵션 사양)에는 젖은 수건이나 간단한 물품들도 수납할 수 있어 캠핑족들의 눈길을 끌만 하다. 

물론 토레스에겐 한계도 존재했다. 뛰어난 디자인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4세대 뷰티풀 코란도(이하 뷰코)를 기반으로 한다는 태생적 약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맨 처음 언급한대로 한정적인 자원 속에서 이뤄진 신차 개발이었던 탓에 저만을 위한, 중형 SUV 플랫폼을 지원받지 못했다. 결국 토레스는 뷰코와 내외관이 다른, 차급도 다른 차량이지만, 뼈대와 파워트레인만큼은 동일하게 구성됐다.

토레스는 2열 풀폴딩 시 1662ℓ의 적재용량을 제공한다. 차박 활용에 용이하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토레스는 2열 풀폴딩 시 1662ℓ의 적재용량을 제공한다. 차박 활용에 용이하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실제로 토레스에는 1.5 터보 가솔린 엔진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최대토크 28.6kg.m, 최고출력 170마력을 발휘하는 파워트레인은 최적의 튜닝으로 기존 엔진 대비 출발 가속성능을 소폭 향상시켰다는 설명이 붙는다. 하지만 실질적인 체감은 다소 어렵다. 재빠르게 치고 나가기 보다는 서서히 묵직하게 나아가는 경향이 강하다. 인천 영종도와 연수구를 오가는 고속 구간에서도 가속 시 기대할 수 있는 빠릿함은 덜 했다. 차체 대비 낮은 다운사이징 엔진 능력에 맞추려다보니 스스로를 억제하려 드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분명 영리했다. 사실상 실패작으로 거론되는 뷰코에 더할 나위 없는 디자인 솜씨를 가미, 토레스라는 신차로 탈바꿈시켰으니 말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내구성을 바탕으로 초기 품질을 확보하는 데 용이할 뿐 아니라 뷰코에서 호평받은 첨단 주행안전 보조 시스템 '딥컨트롤'까지 그대로 이식했음은 분명한 강점이다.

토레스 주행 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한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토레스 주행 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한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시승에서도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해 안전하게 차선 중앙과 차간 간격을 스스로 잡아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현대차·기아가 부럽지 않다. 물론 실연비도 총 71.2km를 주행한 결과, 공인 복합연비 10.2km/ℓ(AWD)와 비슷한 9.6km/ℓ를 기록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그 어떠한 브랜드라도 토레스처럼 모험을 감수할 수도, 해낼 수도 없을 것이다. 업계에서 나오는 평가 중 하나인 '절박함이 토레스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말에 쉽게 수긍이 간다. 티볼리 성공에 취해 아이덴티티를 상실한 뷰코를 가지고,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토레스로 진화시킨 점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볼륨 모델 육성이 절실했던 쌍용차에게 토레스는 재기 발판이자 희망의 불씨다. 준중형 SUV와 중형 SUV 사이를 더욱 세분화한 모델로 니치 마켓을 노리는 듯 싶지만, 우수한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양쪽 시장을 모두 가져가고 싶은 욕심마저 얼핏 보인다. 분명한 점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이를 실천에 옮긴 쌍용차의 노력이 값진 결과물로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토레스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디자인 맛집으로 우뚝 선 쌍용차의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토레스 시승간 연비는 71.2km를 주행한 결과, 공인 복합연비 10.2km/ℓ(AWD)와 비슷한 9.6km/ℓ를 기록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토레스 시승간 연비는 71.2km를 주행한 결과, 공인 복합연비 10.2km/ℓ(AWD)와 비슷한 9.6km/ℓ를 기록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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