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에 부쳐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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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징계에 부쳐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7.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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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정치’ 했던 이준석…‘마음 얻는 정치’ 배워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억울할 것이다.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했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의심도 떨치기 어려운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마음은 그럴 것이다.

그런 면이 있다. 분명 이번 사건 전개 과정은 정치적인 데가 있다. 아직 수사는 진행 중이다.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다. 그런데도 의혹만으로 윤리위원회가 열렸다. 중징계가 떨어졌다.

“어떤 사람은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도 윤핵관이라 설치고 다니고, 또 누구는 두 달째 경찰 조사를 불응하고 있지 않나.”

유승민 전 의원의 지적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윤리위는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들에 대한 처분을 미뤄왔다. 반면 이 대표 징계는 속전속결(速戰速決)이었다. 여러모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 민주정치의 기본은 설득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전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꿈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싸우는 정치’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싸웠다. 안철수 의원과도 싸웠다. ‘윤핵관’과도 싸웠다. 리더로서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스스로 불화의 중심에 섰다.

물론 견해 차이로 인한 갈등은 어디에나 있다. 문제는 이 대표의 싸움이 감정 다툼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미래 비전에 대한 의견 충돌이 아니었다. 그저 피곤한 말싸움이었을 뿐이다.

그러는 동안 적은 늘어갔다. 사소한 전투에서의 승리에 집착하는 동안, 주위가 적으로 둘러싸이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당력을 모아 비전을 실현해야 할 당대표가 싸움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사람이 모일 리 만무했다.

그 결과는 지금과 같다. 앞서 언급했듯, 윤리위 징계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이 시점에서 이런 방식으로 당대표를 끌어내는 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게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를 옹호하는 사람이 없다. ‘이번 기회에 이 대표를 끌어내리는 게 낫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당내에 공유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지켜야 할 자산’이 아니라 ‘쳐내야 할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기성 정치권에서 30대 당대표가 겪었을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 대표에게 당대표라는 자리를 쥐어줬다. 그 권능을 갖고 청년 정치인이 처할 수밖에 없는 시련을 극복해 보라는 뜻이었으리라.

그럼에도 이 대표는 그 힘을 전투에만 쏟았다. 국민들이 원했던 신선한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한때 청년 정치인의 롤 모델이었던 이 대표는 어느덧 ‘청년 정치인들은 미성숙하다’는 프레임의 대표격이 됐다.

최근 이 대표는 잠행(潛行) 중이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나진 않을 것이다. 징계를 수용하는 순간 이 대표 이미지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생긴다. 권토중래(捲土重來)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끝까지 잘잘못을 가리려 할 공산이 크다.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그게 전부여선 안 된다. 이 대표는 늘 상대를 굴복시키려 한다. 허나 굴복으로 얻는 존중은 일시적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법. 그걸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이 대표에게도, 그를 롤 모델로 삼았던 청년 정치인들에게도 미래가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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