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현안과 대응 절실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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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현안과 대응 절실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7.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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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가득 하반기 경제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
尹정부 절박감이 보이지 않는다
고금리 시대 철저 대비할 때
글로벌 리스크 대응력 높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2.25∼2.50%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 기준금리(2.25%)를 추월했고 한미 금리는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 역전됐다.ⓒ연합뉴스

내년 경제 전망은 암울하다. IMF는 내년에 한국의 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이며 경기회복은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가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세계경제 악화 요인으로는 인플레, 중국의 성장률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항목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선을 넘었고,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코로나19는 재유행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네 가지 항목 모두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이 낮은 사안들이어서 세계경제의 불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는 큰 타격을 입는다. IMF가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각 2.3%와 3.3%로 하향한 것은 심각하다. 올해 한국의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이 23.2%, 미국이 15.7%로 두 국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미·중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에 빠진다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IMF의 전망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올해 1, 2분기 연속 0%대에 머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수출 부진이 주 요인이다. 1분기만 해도 전 분기보다 3.6% 증가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이 2분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으로 3.1%나 감소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그나마 2분기에 국민의 ‘보복소비’ 덕분에 민간 소비가 3.0% 늘어나면서 경제성장률이 1분기보다 0.7% 성장했다. 하지만 가계 구매력이 약화하면서 소비심리가 꺾여 3분기 상황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

하반기 들어 한국경제 악화를 예고하는 지표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OECD에 따르면 6~9개월 후의 경기를 예상해 보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달 13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율(소비자들의 1년 후 소비자물가상승률 기대값)이 4.7%로 6월(3.9%)보다 0.8%포인트나 높아졌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상승폭 모두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라고 한다. 중국과 미국의 성장률이 급락함에 따라 수출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는 중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린다고 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35%포인트 하락할 정도로 압박받는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어 지난 5, 6월 연속으로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가 난 것은 28년 만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상반기 92억 달러 적자,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8월 133억 달러 적자 등 무역적자 누적은 곧 대형 위기를 알리는 위험 신호였다. 올 상반기 무역적자는 103억 달러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에너지값 급등의 영향이 컸지만,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선제적인 대응 역량 절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가진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이다. 미국은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이 두달 연속 이뤄졌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로 올랐고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건 2020년 2월 이후 2년반 만이다. 미 기준금리가 잇따라 큰 폭으로 뛰면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감을 지우기 어렵다. 국내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 가능성과 추이를 면밀히 살펴야 할 때다. 대규모의 자본 유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긴축 기조가 지속할 경우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금융·외환 시장과 실물 경제 전반에 걸쳐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선제적인 대응 역량이 절실해진다.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 조치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2%, 미국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치와 비교해 각각 0.4% 포인트, 1.4%포인트 낮춘 것이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전망에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 반영돼 있다.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다양한 변수가 꼽힌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해진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의 상승세를 부추기고 기준금리의 오름세가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의 위축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과 관련해 28일 "우리 경제와 서민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대내외적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비상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호들갑 떨 필요는 없지만 차분한 대응은 필수다. 물가가 잡힐 때까지 미국이든, 한국이든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당연히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특히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받는다. 이미 대중 무역은 적자다. 수출의 양대산맥에 먹구름이다. 가장 중요한 성장엔진에 활력이 떨어진다. 한국 경제로선 고통의 시간이다. 1년도 더 넘게 남았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미 달러화가 더 강해질 게 분명한 만큼 해외자금 이탈을 막고 원·달러 환율을 관리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금리 인상 외엔 별 대책이 없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달 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예고했던 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 보폭을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를 올릴수록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연 3%대 고금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과 중산층·서민층의 대출 부담이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앞서 새출발기금 조성 등 125조 원+알파 규모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해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기업·근로자 등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지만, 특히 은행의 동참은 필수다. 윤 정부가 뼈를 깎는 공공 개혁과 비상한 자세로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5대 부문 구조개혁 전력투구를

정부는 고금리·고물가 충격을 최소화하고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고강도 긴축 재정에 돌입한 것은 우려스럽다. 불필요한 재정지출은 줄여야 하나 국내외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재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IMF는 재정정책이 취약한 계층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감세와 긴축만으로 재정을 운용하면 세수감소와 사회안정망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단체가 어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재정건전성을 언급하며 부자감세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라는 점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하겠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는 청와대 벙커에 11개 부처 실무자들을 24시간 배치한 ‘경제 워룸’을 가동,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도 휴가를 반납하고 용산 대통령실 지하 벙커의 경제 워룸 야전침대에서 잠을 자며 상황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태풍이 안마당까지 왔다면, 말뿐 아니라 자세도 응당 달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사면초가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성장과 고물가의 병행으로 통화·재정 등 전통적 정책수단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려면 경제의 체질 개선을 통해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을 내걸었다. 구조개혁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5대 부문 구조개혁에 전력투구해 주기 바란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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