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기술리더십, 미래가 달렸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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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중국 기술리더십, 미래가 달렸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9.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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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 변곡점 맞은 韓中
역전된 기술·무역…'초격차'에 사활 걸어야
미래 지향적 상생 관계 구축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17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허리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에게 참석자들은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6·25전쟁 당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양국은 30년 전 수교를 기점으로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경제 측면에서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수입국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수교 당시 64억 달러던 교역 규모는 지난해 3015억 달러로 47배나 급증했다. 세계 무역사를 통틀어봐도 이처럼 경제·통상 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한국의 북방정책과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라는 결실을 만들었다.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 대상국,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 됐다.

30년 만에 구조적 변화

그러나, 아직 방관은 이르다. 불씨는 도사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국민감정은 악화일로고 경제적 협력·경쟁 관계는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북한, 일본보다도 낮다. 한류 열풍이 양국 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올해 5월부터 3개월 연속 적자다.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은 그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주요 배경이 돼왔다. 또 우리의 기술·자본·문화가 중국의 고도성장에 큰 자극과 영양분이 된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지금 서울과 베이징에는 자축의 분위기보다 긴장감이 감돈다.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 공급망협력 대화(칩4)' 참여를 제안하고 중국은 그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으로 인한 한중 갈등도 해소되는가 했지만 최근 중국이 '3불1한'을 내세우면서 다시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 산업기술이 발전하고 한국이 대체 투자지역을 찾아나서면서 우리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2013년 628억 달러를 정점으로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이제 디스플레이, 2차전지, 스마트폰, 전기차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중 경쟁은 더 치열해지게 됐다. 한중 두 나라는 지리적 인접성, 경제적 상호보완성, 문화적 유사성을 지닌 협력 파트너이자 이웃이다. 가까운 사이에 오해와 마찰이 생긴다면 인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상호 이해를 넓히도록 해야 한다. 또 정치 문제가 경제와 문화교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서로 공유해야 한다.

반중, 반한 정서 심각

30년간 지속된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우리로선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서는 원동력이 됐다. 중국과의 수교가 없었다면 한국은 ‘중진국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밑바탕이 됐다.

한중 관계는 그러나 경제, 안보, 정치, 문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구조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미중 경제·안보 패권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점점 난해해지고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엔 침묵하면서 사드 문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문제 등을 놓고 우리 정부를 대놓고 압박하고 나섰다. 그 사이 반중, 반한 정서도 심각해졌다.

이는 그간 어렵게 쌓아온 한중 경제협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산 휴대전화, 화장품 등에 대한 선호도가 뚝 떨어졌다. 중국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기도 했지만 이른바 ‘애국소비’가 확산된 탓도 크다. 최근 3개월간 지속된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투자를 꺼리는 추세다. 대한상의 진단대로 “중국 경제 둔화 가능성과 중국의 기술 추격, 미중 패권경쟁 심화 등 3중고 해결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중은 이제 지난 30년을 평가하고 또 다른 30년을 준비할 때다. 이는 상호존중과 신뢰회복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정경 분리’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 등 안보 이슈를 들고 나와 경제 교류가 타격을 입는 상황을 또 초래해선 안 된다. 우리 2030세대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북한이나 일본보다 낮다는 동아일보 여론조사가 나왔다.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나 문화 공정 등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

‘사드 3불’ 계승 겁박

하지만 활발한 물적·인적 교류와 달리 외교적 정치적 거리감은 더욱 멀어지고 있는 추세다.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이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있고 몇 년 새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 미·중 대립 구도에 따른 반목 등이 이어지며 양국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민의 정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의 호감도는 23.9점으로 북한(29.4점), 일본(29.0점)보다도 한참 뒤처졌다. 

양국은 표면적으로 ‘전면적인 협력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지만 중국 지도부의 시각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5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 외무장관 회담에서 보듯 중국은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불허) 계승을 겁박하듯 요구한 데 이어 ‘1한’(기존 사드 운용 제한)까지 강요하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에서 벗어나는 길은 기술 초격차뿐

중국은 가전부터 철강, 조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따라잡았거나 제쳤다. 과거 중국시장을 지배했던 한국산 휴대폰, 자동차, 화장품 등의 점유율은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터리산업도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구조적 대중 무역적자에서 벗어나는 길은 기술 초격차뿐이다. 앞선 분야의 기술 격차는 유지하거나 더 벌리고, 역전을 허용한 분야에선 다시 따라잡아야 한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AI,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산업에서 추격자가 돼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제 경기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며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해 또 한 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경제·문화·사회적 수준이 20년 이상 퇴보한 예전의 어설픈 중국은 이제 없다. 절치부심하며 기술 개발에 투자한 결과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거의 없앴거나 역전시켰다. 2010년에는 KISTEP 조사 대상 가운데 우주·항공을 뺀 전 부문에서 한국이 앞섰으나 2020년에는 의료,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 에너지·자원 등 4개 부문에서 중국이 한국을 0.1~0.3년 앞섰다. 특히 바이오·ICT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게 뼈아프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 기술도 중국에 1년씩 뒤처졌다. 반도체 분야의 격차도 크게 좁혀져 어물어물하다가는 따라잡힐 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원자력 기술 격차는 3년에서 1년으로 좁혀졌다.

향후 30년 양국이 추구할 방향

앞으로도 한중 관계는 많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때마다 냉전구도를 깨뜨리고 국익과 민생에 기초해 다가섰던 1992년 수교 초심을 되살려야 한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실사구시의 실용외교를 펼친다면 향후 30년 새로운 윈윈 관계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새 정부의 전략적 판단과 선택은 국가 명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양국 최고위급의 소통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인적교류 활성화를 통한 다각도의 신뢰 회복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중국은 경제뿐 아니라 남북 관계 발전에 있어서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외교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호존중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한·중 관계의 도약은 어렵다는 것을 중국 측은 명심하길 바란다. 정부도 ‘사드 3불’ 입장을 섣불리 내비치며 안보 위기를 자초하고 양국 관계 왜곡의 빌미를 준 지난정부의 실책은 절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급할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쟁으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의 외교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하되 중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으로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실용주의 노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대등한 관계 속에서 남북문제를 논의하고, 경제 협력을 펼치는 게 향후 30년 양국이 추구할 방향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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