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노동개혁’ vs ‘노동개악 저지’ 맞붙나 [국정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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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노동개혁’ vs ‘노동개악 저지’ 맞붙나 [국정감사 2022]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9.15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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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차등적용·주52시간제 개편·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등 이슈될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2022년 국정감사가 10월 4일 시작된다. ⓒ연합뉴스
2022년 국정감사가 10월 4일 시작된다. ⓒ연합뉴스

2022년 국정감사가 10월 4일 시작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진행되는 이번 국감의 경우 문재인 정부 역시 감사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격전지로 손꼽힌다. ‘노동개혁’을 천명하고 나선 윤석열 정부에 맞서, 야권은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일전(一戰)을 불사하겠다는 태세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우선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8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5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상승,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지속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차등적용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기보다 연구용역 작업이라도 빨리 시작해 건설적 논의를 위한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간한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벨기에·일본·캐나다·포르투갈·호주 등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캐나다·일본·중국·호주·말레이시아·러시아·브라질 등은 지역별 차등적용을,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호주 등은 연령별 차등적용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공동화(空洞化)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어 여야 간 뜨거운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환노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최저임금의 목적은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을 통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에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가뜩이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시도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업종별 차등 적용의 법적 근거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주52시간제 개편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인 ‘주52시간제’ 개편 문제도 관심사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와 탄력근로 단위 기한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주52시간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7월 1일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이 52시간 제도의)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며 “수출기업의 만성적 애로 요인인 인력난 완화를 위해 근로시간제 개선과 청년·외국인 고용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러자 민주당과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노동개혁 추진방향은 민주당과 노동계가 어렵게 쟁취해 온 노동자의 권리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개악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박용진 의원도 “대통령은 주120시간 노동을 모두 좋아할 것이란 착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현재 우리나라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14%에 불과하고, 이조차 기업별노조체제로 단체협약적용률 역시 대단히 낮아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사실상 사용자 주도로 결정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추진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결국 사용자에게 무한정 장시간노동 선택권을 쥐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본 방향은 실근로시간 단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근로자의 건강권과 노사 자율성 높여 현장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장시간 근로는 없다”고 단언했지만, 민주당과 노동계는 노동시간 유연화 자체를 ‘편법적 노동시간 연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거친 설전이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 가능성을 내비친 중대재해처벌법도 국감의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 가능성을 내비친 중대재해처벌법도 국감의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 가능성을 내비친 중대재해처벌법도 국감의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14일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내국인들의 투자는 물론 해외 (자본의) 투자도 어렵다고 한다면 국민과 산업계의 의견을 들어 재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질의에 “검토는 해봐야 한다. 여러 가지 법이나 시행령들이 조금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초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법제 체계와 그 실효성 제고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이다.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해 사망·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때는 사업주·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등의 처벌수위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법 내용이 모호하고, 처벌 규정이 과도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며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영책임자의 정의나 의무 내용, 의무 주체 등 다수의 법률 조항이 포괄적이어서 모호하고 법률 내용이 상충돼 혼란스럽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 방침을 밝히고 나서면서 격돌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행령 개정 의사를 분명히 하자, 민주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령 쿠테타를 통해 국회 입법을 무력화하려는 반민주적 행태”라며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상황이다.

 

65세 정년 연장


65세 정년 연장 문제도 이번 국감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지난 5월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구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는 저출산·고령화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정책 청사진 중 하나로 정년 연장을 제시했다.

당시 조영태 TF 자문위원장은 “2030년 이후 신생아의 55% 이상이 수도권에서 출생하고 비(非) 수도권 출생아 수가 불과 9만~11만 명대에 그칠 것”이라며 2032년까지 일하는 인구(25~59세) 약 12% 가까이 감소, 징집가능 남성 수 반감 등 사회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통계청 역시 내국인 생산연령 인구가 2020년 3583만 명(71.5%)에서 2030년엔 3221만 명(65.3%), 2040년 2676만 명(55.7%)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재 60세로 돼있는 정년을 늘리지 않으면 2030년 이후 극심한 인력난에 휩싸일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과 영국은 일찌감치 정년을 없앴다.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국가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고, 기업이 노동자의 취업 기회를 70세까지 보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독일은 2029년까지 정년을 67세로 늘릴 계획이다. 스페인도 2027년까지 정년 67세 연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다. 특히 청년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년 연장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여 청년 채용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020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간된 보고서 ‘정년연장(60세)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고령층 고용이 1명 늘어나면 청년층 고용이 1명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때문에 이번 국감에서는 정년 연장뿐만 아니라, 퇴직 후 현재보다 낮은 근로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재고용 도입,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 확대, 직무의 중요성·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직무급 임금체계 실시 등의 기업 부담 경감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조항만 적용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조항에만 이 법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사업장일수록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법 준수 능력이 없는 영세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기업의 존속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행정적으로 감독 능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5인 미만 사업장은 약 320만7000개로 전체의 80.2%에 달하지만, 근로감독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감독관 1인당 관리해야 하는 행정 대상 사업장 수는 1000여 개에 달한다.

이에 “현행법은 사업장 규모를 임의로 특정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빼앗는 노동차별법”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측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이 지금 시행되면 사업주들이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측의 거센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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