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소노그룹의 ‘타이밍’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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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소노그룹의 ‘타이밍’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9.1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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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명리조트는 인기가 없더라고요. 요즘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리솜리조트가 대세인 거 같아요. SNS 인증 열풍에 아주 난리도 아니랍니다."

최근 몇몇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젊은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한 사내복지 확대 차원에서 남은 예산으로 숙박시설 회원권을 구입해 회사에서 저렴한 가격에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인데, 대명소노그룹의 소노호텔앤리조트(현 소노인터내셔널, 구 대명리조트)는 잘 안 팔리고, 호반그룹 계열 호반호텔앤리조트의 리솜리조트는 연일 예약 매진이라고 했다. 대명리조트는 '낡았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리솜리조트는 최근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SNS 등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10대 건설사 사이에서 호반건설에 대한 이미지를 감안했을 때 동종업계라는 이유로 좋게 말한 건 절대 아닐 것이다).

대명리조트가 낡은 건 과연 사실일까. 그렇진 않아 보인다. 호반건설이 리솜리조트를 인수하고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을 때와 비슷한 시기 대명리조트는 소노호텔앤리조트로 사명·브랜드를 변경(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바꿨다고 한다)하고 소노벨 천안, 홍천 비발디파크 등 전국 각 시설에서 객실 증축·리뉴얼을 실시했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사세가 위축되긴 했지만 대명소노그룹은 여전히 국내 호텔&리조트 시장에서 1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왜 잠재적 고객들, 특히 젊은 수요자들은 소노호텔앤리조트를 아직도 대명리조트로 기억하면서 '낡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걸까.

대명소노그룹의 행보를 보면 그 근본적인 원인은 '경영 타이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명소노그룹은 2010년대 들어 결혼정보, 웨딩컨설팅, 외식, 렌탈, 미국 네일·스파 등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레저산업에서 문화·생활 서비스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해당 사업들 대부분은 이미 사양산업이거나 레드오션이었고, 당연히 대명소노그룹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구사업 같은 신사업들은 오히려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명소노시즌은 지난해 말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주식 1만 주를 주당 50만 원씩 50억 원을 주고 샀다. 그해 대명소노시즌이 208억8194만 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투자다. 그러나 지난 2분기 기준 두나무는 적자전환했다. 현재 장외에서 두나무 주식의 1주당 가치는 약 17만 원으로 평가되며, 두나무의 자기주식취득결정보고서상 취득가액도 33만 원 수준이다. 대명소노그룹은 '꼭지'에 들어간 셈이다. 또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대명소노그룹은 약 2200억 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1080.09㎡ 규모 땅을 스톤빌리지로부터 매입했다. 3.3㎡당 단가는 6억7215만 원이다. 선릉역 더블 역세권을 갖춘 부지이긴 하나, 최근 2년간 강남 일대 땅값이 2배 이상 급격하게 뛴 점과 고금리, 원자재 가격 급등 등에 따른 금융·공사비 부담을 감안하면 '꼭지'에 산 게 아니냐는 평가도 존재한다.

물론, 두나무 주식과 역삼동 부지는 향후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다면 대명소노그룹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지적하고 싶은 건 타이밍이다. 경영의 생명은 타이밍이고, 경영진의 뒤늦은 판단은 잘못된 결정보다도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선 일련의 행보들은 선구적 경영철학에 기반한 선제적 판단이 아니라 시류에 휩쓸려 시대를 뒤따라가는 뒤늦은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있어 보인다. 이것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에 대해 '낡았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이 같은 인식을 해소할 만한 요소들이 최근 엿보인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 고객들을 겨냥한 소노펫 사업이 대표적이다. 반려인과 반려견이 모두 즐겁고 편안하게 투숙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요즘 SNS상에서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대명소노그룹은 소노펫 사업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아울러 지난 14일에는 충남도 등과 '원산도 복합 해양레저관광 도시 시범모델 조성을 통한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 '원산도 오섬 아일랜즈'를 조성해 서해안 일대 최대 규모 리조트를 세우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자금 조달이 변수가 될 전망이나 그간 보여준 행보와는 달리 도전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하다.

어렸을 적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여행을 가면 항상 대명콘도를 찾았다. 당시 대명콘도는 최고의 숙박시설이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대명소노그룹이 '낡았다'는 인식을 깨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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