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위해 위인설법 하겠다는 정치권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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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위해 위인설법 하겠다는 정치권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9.19 22: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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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 위한 법 개정은 법치 근간 흔들어…사회적 신뢰 지켜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BTS 병역특례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BTS 병역특례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공평하고 올바르다는 뜻이다. 어렵지 않은 단어다. 초등학생도 의미를 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아직까지도 학자들의 논쟁거리가 되는 주제다.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의 공정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을 법치(法治)로 해석한다. 일리 있는 접근이다. 법이 절대선(絕對善)은 아니다. 다만 기준은 될 수 있다.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 짓는 잣대의 유무는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여야 의원들이 BTS 병역 문제에 관한 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논란이 일자 이 장관은 다음 날 “국민의 뜻이 어떤지 보겠다는 취지일 뿐 거기에 따라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9%가 병역특례에 찬성했다는 결과가 9월 18일 발표되면서 BTS 병역특례 문제는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상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법치가 공정의 기본이라고 했다. 법치의 핵심은 안정성이다. 권력자의 자의가 아닌, 예측 가능한 ‘법’에 의해 사회가 움직여야 한다는 게 법치다. 윤 대통령 본인도 “예측 가능한 합리적인 사회가 돼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사회 구성원 역시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상식과 법치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BTS 병역특례는 애초에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문제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병역의무를 진다. 현행법상 BTS는 ‘예외’에 해당할 만한 그 어떤 사유도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게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법치주의 사회다.

그럼에도 여당에서조차 BTS의 병역특례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황스럽다. 법을 개정해 특정인에게 혜택을 주는 건 법치의 핵심인 예측 가능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다. 법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어떤 이유가 있으면 법을 바꿔 특혜를 주는 사회를 과연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물론 대중문화인이 차별 받는다는 문제제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법 개정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할 문제다. 각 멤버의 입대일을 따져가며 후다닥 처리하는 건 위인설법(爲人設法)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하다. 그럼에도 20대 초중반 남성들이 ‘황금기’를 국가에 바치는 건, 그게 원칙이고 그게 법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혜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법을 개정하려 하는 건 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위법은 행한 사람을 처벌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위인설법은 국민이 법 자체를 불신하게 만든다. 부디 BTS를 위해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말라. BTS가 소중하다 한들,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보다 중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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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2022-09-20 00:23:00
오랜만에 정치권과 반대된 자신의 의견내는 기사를 보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