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그룹, WCP 흥행 부진에 일단 ‘본전치기’…“결국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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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그룹, WCP 흥행 부진에 일단 ‘본전치기’…“결국 남는 장사”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9.20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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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P에 1000억 원 투자한 HL홀딩스
투자 당시 기업가치 밑도는 공모가 시총
"중장기적으로 꽤 짭짤한 수익 예상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에이치엘 그룹(구 한라그룹) CI ⓒ 에이치엘 그룹
에이치엘 그룹(구 한라그룹) CI ⓒ 에이치엘 그룹

HL그룹(한라그룹)이 1000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는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WCP(더블유씨피)가 IPO(기업공개) 추진 과정에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다. 다만, 업계에선 결국엔 성공한 투자 사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지난 19일 WCP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기존 희망가 하단(8만 원) 대비 25% 낮은 6만 원을 공모가로 최종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수요예측에 나선 기관 759곳 중 669곳이 WCP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보다 싼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앞서 HL그룹 지주사인 HL홀딩스(한라홀딩스)는 2021년 9월 자회사인 위코를 통해 WCP의 재무적투자자인 노앤파트너스가 설립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WCP 지분 1000억 원어치를 취득했다. 당시 WCP의 기업가치는 2조3000억 원 가량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공모가 기준으로 WCP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2조200억 원으로 계산된다. HL그룹 입장에선 본전치기보다도 못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선 HL그룹이 애초에 단기 엑시트(투자자금 회수)를 노리고 WCP 지분을 취득한 게 아닌 데다, WCP의 수요예측 흥행 부진이 해당 업체 내부 사정이 아니라 고금리 등 외부 환경에 따른 것인 만큼, 중장기적으론 HL그룹이 상당한 수익을 거머쥘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HL홀딩스는 지난해 WCP에 투자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성공 사례로 미뤄봤을 때 WCP의 공모 흥행이 예상된다"면서도 "이번 투자를 계기로 WCP와 공동 영업망 구축 등 전략적 협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단기적 투자가 아니며, 나아가 전략적투자자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HL홀딩스의 투자 파트너로 평가되는 노앤파트너스가 이번 수요예측에서 구주를 내놓지 않으며 단기 엑시트를 포기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한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건 WCP뿐만이 아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KB스타리츠 등 IPO 시장에서 흥행이 예상됐던 업체들이 모두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일반청약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WCP라는 기업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발(發) 금리 인상, 주식 시장 침체 등 상장 작업에 부정적인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해 WCP는 전년 대비 314.50% 증가한 404억5798만 원 규모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WCP의 성장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길게 봤을 때 HL그룹은 꽤 짭짤한 수익을 거둘 것이고, 그 자금을 활용해 경기 회복 시점을 따져서 또다시 투자에 나설 거다. 결국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CP 측은 "확정 공모가가 희망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은 있으나 참패로 여기진 않는다. 회사 강점과 주관사의 노력으로 4000억 원 이상 공모에 성공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상장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WCP는 20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코스닥 상장일은 오는 30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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