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인수로 경영권 승계 마지막 퍼즐 맞추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화, 대우조선 인수로 경영권 승계 마지막 퍼즐 맞추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9.27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유상증자를 실시해 인수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선 오너일가 삼형제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이 유증에 대거 참여하는 만큼, 이번 M&A가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6일 KDB산업은행은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2조 원 규모 유증 방안이 담긴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MOU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에 2조 원 규모 유증을 단행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경쟁입찰이 이뤄져 한화그룹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나타나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한화그룹과 논의 끝에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결정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본건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2조 원의 자본 확충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산업은행의 이 같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번 인수는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화그룹(위)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될 전망이다 ⓒ 각 사(社) CI
한화그룹(위)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될 전망이다 ⓒ 각 사(社) CI

다만, 증권가 등 관련 업계에선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배경에 김승연 회장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일부 깔려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들이 이번 유증에 나선다는 게 그 근거다.

대우조선해양의 3자배정 유증에 참여할 예정인 한화그룹 계열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 원), 한화시스템(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임팩트 미국 법인, 4000억 원), 한화에너지 일본 법인(400억 원), 에스아이티(300억 원), 한화에너지 싱가포르 법인(300억 원) 등이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6월 기준 한화에너지가 지분 52.1%(나머지는 한화솔루션)을 확보한 업체이며, 한화에너지 일본·싱가포르 법인과 에스아이티는 한화에너지의 완전자회사(지분 100% 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가 최대주주다. 전체 유증의 절반은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가, 절반은 한화에너지가 맡는 셈이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지분 전체를 소유한 업체다. 지난 6월 기준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50%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25%를 갖고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으로 거론돼 왔다. 그룹 차원에서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승계 활용도를 제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었다. 이번에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완료되면 한화에너지의 덩치는 급격히 커지게 되고,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시에는 짭짤한 수익도 거둘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삼형제의 한화 지분 확보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 6월 기준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22.65%)이며, 2대 주주는 삼형제 업체 한화에너지(9.70%)로 제법 차이가 크다. 삼형제 개개인의 지분율도 미약한 실정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4.44%, 김동원 부사장과 김동선 상무는 각각 1.67%에 그친다. 오너일가 입장에선 한화에너지와 삼형제의 한화 지분율을 높여야만 원활한 경영권 이양이 가능한 상황이다. 나아가 향후 김승연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기 위한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때문에 그간 증권가 안팎에선 한화에너지 기업가치 제고 후 상장, 한화에너지 자회사 처분, 한화-한화에너지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돼 왔다.

이 가운데 한화그룹이 확보하게 될 대우조선해양 지분은 또 다른 시나리오를 낳고 있다. 사업구조 개선, 지배구조 단순화 등을 명분으로 앞세워 한화에너지 자회사들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한화 등이 매입하는 시나리오, 한화에너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한화 지분과 맞교환하는 시나리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 침체된 IPO(기업공개)시장 분위기 아래 한화에너지 상장 타이밍을 고민할 필요도 없고, 자회사 처분에 따른 외형 축소를 우려할 이유도 없으며, 기관·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야기할 무리한 합병을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매입이 상당 기간 멈춘 상태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공표됐다. 경영권 승계 문제와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신의 한 수라고 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훌륭한 명분이 있고, 그룹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는 M&A인 만큼, 앞으로 3형제 경영권 승계 작업에 활용돼도 큰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연말께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은 '일방적 밀실·특혜 매각'이라며 반발 중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