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잃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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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잃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기자수첩]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9.29 16: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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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우량여신 시중은행 이관’의혹 확산
산은, 부산이전TF 구성했지만 추진동력 상실
부산 이전 강행 안돼…국감서 의혹 해소 먼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29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시사오늘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추진 중이다.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려 한 정책설명회가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추진 의지는 여전하다. 오히려 부산이전 관련 TF를 구성하는 등 ‘강행’ 의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강 회장의 의지와는 다르게 산업은행 부산이전 정책은 최근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책 추진에 필요한 ‘명분’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의 우량자산을 시중은행에 이관하려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게 결정타였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처음엔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관련 문서가 공개되면서 국책은행 죽이기, 시중은행 특혜 논란으로 확산됐다. 해당 문서에는 우량자산 이관을 전제로 시나리오를 작성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서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산업은행의 전체 영업자산은 243.7조원, 이관 대상이 되는 자산규모는 106.5조원 수준이다.

영업자산에 대해 기업 신용등급, 업력 등을 감안해 이관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성숙단계여신 이관에 따른 시나리오별 영향도를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다.

총 3개의 시라니오로 구성돼 있는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시나리오1’은 5.3조원, ‘시나리오2’는 9.7조원, ‘시나리오3’은 18.3조원 규모이다.

금융위 측은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된 아이디어를 담은 문서일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관련 문서가 언급됐다. 오기형 위원은 지난 2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산업은행 자체 실무진이 검토해 본 바에 따르면 영업자산이 243조7000억원, 이관대산이 되는 자산규모는 106조5000원이라고 한다. 실제 시나리오에 포함되는 것은 34억~35억원 쯤”이라면서 “이런 자산 이관에 대해서 담당 사무관이 혼자 했다고 볼 수 없는 거고, 그냥 간 보기 하다가 꼬리 자르기 하는 것 아닌가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용우 위원도 “은행업법상으로 보면 은행업이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경우는 부실자산(을) 매각할 경우나 규정이 돼 있다”면서 “그런데 우량자산을 넘긴다, 그 우량자산을 넘길 때 그 자산의 가치 이런 것들이 다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이 건은 저는 한 번도 들을 일이 없다. 저도 들은 바 없지만 저희 간부들하고 수시로 얘기할 때고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는 아마 실무진 차원에서 지금 상황에서 정책금융 기관들의 역할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를 여러가지로 검토를 했을 거라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이런(자산이관 시나리오) 아이디어가 나와서 얘기를 한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무진 차원의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으로, 금융위 차원에서 정식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는 해명으로 풀이된다.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에는 부족한 해명이었다.

정무위 국감에서 해당 논란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특혜 논란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강행은 의혹만 키울 뿐이다. 부산지역 발전이라는 정책 명분이, 특혜성 시비로 색이 바랬기 때문이다.

강석훈 회장은 정말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필요하고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부산이전 TF 구성을 할 게 아니라 국감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 국감에서 부산 이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소명하고, 명분을 찾은 뒤 재추진해야한다는 말이다.

이번 정무위 국감이 산업은행 부산이전 정책을 둘러싼 불필요한 소모전을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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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온 2022-09-29 17:17:35
명분없는 이전은 세금만 낭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