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투자 너무 지나쳤나…유료화 전환 시작됐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마트, 투자 너무 지나쳤나…유료화 전환 시작됐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0.04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조 원 넘게 투입했는데…경영환경 악화로 실적 부진의 늪 빠져
믿었던 쓱닷컴 상장, 증시 불안·물적분할 규제에 내년도 불투명
트레이더스 유료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 자금 조달 난항이 원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오프라인 완성형 에코시스템 구축을 통한 신세계 유니버스 실현에 투입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무료 멤버십·가성비를 내세우던 창고형 할인점에 유료제를 도입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연이은 M&A가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이마트는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이름을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으로 변경하고, 유료 멤버십인 '트레이더스 클럽'을 오는 2023년 1월 본격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레이더스 클럽은 스탠다드(연회비 3만 원), 프리미엄(연회비 7만 원) 등 등급으로 구성됐다. 경쟁사인 코스트코코리아(골드스타 3만8500원, 이그제큐티브 8만 원)의 유료 멤버십을 염두에 둔 가격 책정으로 여겨진다.

이마트 측은 "'넥스트 트레이더스'를 위한 전사적 과제를 진화시키기 위해 지난 1년간 상품, 고객, 점포, 지원체계 등을 전방위적으로 진단해 변화를 추진해 왔다"며 "창고형 할인점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트레이더스를 확실한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눈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유료'가 아닌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한국형 창고형 할인점'임을 줄곧 강조하며 코스트코와 차별성을 뒀기 때문이다. 유료 멤버십 도입 후에도 일반 고객이 현재와 동일하게 자유롭게 쇼핑 가능하도록 '열린 매장'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제시했지만, 온라인에선 '일반회원은 이제 싸게 못 산다는 뜻', '조만간 전면 유료화되겠다' 등 말이 들리고 있다. B2C 유통업체 입장에선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평가들이다.

관련 업계에선 실적 부진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견해다. 유료화 전환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5월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오프라인 유통사업 확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자산 개발, 신규사업 추진 등에 향후 5년 동안 총 2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의 핵심은 이마트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점포 리뉴얼, 트레이더스 출점 가속화 등에 약 11조 원을, 쓱(SSG)닷컴 등 온라인 채널에 약 3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마트는 현재 투자 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분위기다.

이마트는 2022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소폭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83.08% 감소했다. 특히 2분기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123억2109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같은 기간 순손익도 -631억688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122.31%에서 올해 상반기 147.40%로 악화됐고, 동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404억3241만 원에서 5901억5266만 원으로 20.29% 줄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엔 트레이더스도 한몫했다. 지난 1~6월 트레이더스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1% 감소했다. 고환율 등 경영환경도 부정적이다. 올해 반기보고서상 이마트는 원달러 환율 10% 상승 시 순이익이 29억9800만 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투자 재원 확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쓱닷컴의 기업공개(IPO) 역시 불투명해졌다. 당초 이마트와 쓱닷컴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대표주관사 선정 등 절차에 본격 착수했지만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른 국내 증시 하락, 물적분할 자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상장심사 강화 등 영향으로 기업공개 시기를 미룬 실정이다. 쓱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업체로, 지난 6월 기준 이마트는 쓱닷컴(에스에스지닷컴) 지분 45.6%를 보유 중이다.

재계에선 지난해 이마트가 4조3000 원 가량을 투입해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W컨셉,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 스타벅스 등과 M&A를 단행한 게 결과론적으로 독으로 작용한 셈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마트는 매장 리뉴얼과 함께 야구단 인수, 스타벅스 인수,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레저사업 확대 등을 통해 오프라인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베이코리아와 W컨셉 인수합병으로 온라인 사업 역량을 극대화해 고객들이 온-오프라인 일상을 모두 신세계그룹 하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SSG랜더스(신세계야구단)은 순손실 52억6600만 원을 보였고, 신세계건설 레저부문은 영업손실 76억6704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8.83% 확대됐다. 같은 기간 상장 작업이 연기된 쓱닷컴은 516억5900만 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이마트 품에 들어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지마켓은 영업손실 376억 원을 기록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속된 대규모 투자 직후 예기치 못한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가 겹쳤다. 그룹 차원에서 세운 투자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선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 이마트엔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할 만한 자회사가 몇 안 된다. 대형 M&A로 매입한 회사들 실적이 신통치 않고, 쏠쏠한 캐시카우였던 신세계건설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위기에 직면한 실정"이라며 "트레이더스 유료 멤버십 도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유료화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최근 쓱닷컴와 지마켓의 사업영역 조정처럼 사업구조 개편이 이어질 공산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노재악 트레이더스 본부장은 "급변하는 유통환경과 경기 불황, 고물가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실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총체적 혁신을 단행했다"라며, "트레이더스만의 방식으로 고객 관점의 창고형 할인점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유료 멤버십 도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