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소송 4년의 기다림…한화, 마침내 대우조선 인수 [옛날신문보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10년의 소송 4년의 기다림…한화, 마침내 대우조선 인수 [옛날신문보기]
  • 방글 자유기고가
  • 승인 2022.10.10 0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년, 조선 호황에 대우조선해양 몸값 최대 10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됐지만…금융위기로 인수 불발
이행보증금 3000억 두고 10년간 치열한 반환소송
한화, 14년 기다린 대우조선 품을까…마지막 관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자유기고가)

한화그룹은 최근 2조 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경영권 49.3%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한화그룹은 최근 2조 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경영권 49.3%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M&A 승부사로 불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또다시 초대형 빅딜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최근 2조 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경영권 49.3%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김승연 회장은 오랫동안 M&A 귀재로 불렸다. 1982년 취임과 동시에 인수합병 시장에 큰손으로 등장했고, 한화그룹을 경영하는 40년간 크고 작은 M&A를 계속해왔다. M&A를 통해 한화그룹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사세를 확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도 김승연 회장이 오랫동안 눈여겨 본 매물 중 하나다.

<시사오늘>은 2008년부터 이어져온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스토리를 돌아보고, 1982년부터 한화가 진행해온 대표 M&A를 통해 한화그룹의 성장과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2조 원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추진하는 2조 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 원), 한화시스템(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 원), 한화에너지 3개 자회사(1000억 원) 등 6개사다. 다만, 산업은행은 향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난다면 최종인수자는 바뀔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앞서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부문을 인수하고자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왔다. 글로벌 방산부문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잠수함과 함정 생산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부분 분할 인수를 눈독 들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통매각 의지와 김승연 회장의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사업부 인수 의지가 맞물리면서 이같은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화그룹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었다. 당시에는 조선경기가 워낙 호황이었던 만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욕심내는 기업이 많았다. 한화 외에도 포스코와 GS, 현대중공업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었다. 심지어는 국민연금까지 나서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경쟁자가 많으니 대우조선해양의 몸값도 치솟았다. 4조 원 안팎으로 예상되던 인수가격은 최대 10조 원까지 예견됐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인수전이 한창이던 2008년 9월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들이닥친 시기였다. 국내 금융시장 상황이 불확실해진만큼 부담은 커져만 갔다.

강력한 인수의사를 밝혔던 기업들도 부담스러운 마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김승연 회장도 있었다. 

김승연 한화회장 "대우조선 6~8조 비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격 6~8조원이 부담스런 수준이라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김 회장은 1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9월 정례 회장단회의 직후 "대우조선의 가격으로 거론되는 6~8조원은 비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적정가야 파는 사람 마음 아니겠느냐"며 씁쓸한 뒷말을 남겼다.

이는 과열 양상을 띤 M&A 참여자로서 우려감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이른 바 '승자의 저주'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약 6~7조원에 대우조선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9월 11일자 <머니투데이>

그러면서도 자금 마련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김 회장은대우조선해양 인수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생명 보유 지분 67% 중 20%를 IPO 전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수자금 1조5000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당초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던 국민연금이 투자 의사를 철회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한화 내부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인수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인수전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에 거품이 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유시왕 한화 부사장은 직접 인터뷰 전면에 나서 대우조선해양의 적정가격을 3조 원 선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 중 적정가격선을 언급한 것은 유시왕 부사장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 대우조선 우선협상자로 선정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그룹이 선정됐다.

한화가 최종 가격 협상을 거쳐 인수자로 확정되면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을 포함한 자산총액 기준 재계 서열이 현재 12위에서 9위로 올라서게 된다.

대우조선 최대 주주이자 매각 주간사회사인 한국산업은행은 24일 대우조선 지분 매각 본입찰에 참가한 한화와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입찰 가격과 경영 능력, 자금조달 계획, 인수 후 발전계획 등을 기준으로 종합 심사를 한 끝에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의 입찰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6조5000억 원 안팎을 써 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은은 한화 측과 열흘 안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다음 달 초부터 3∼4주간 매수자 상세 실사(實査)를 하고 가격 조정 협상을 벌여 별문제가 없으면 연내에 최종 매매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산은은 이번에 예비 후보를 선정하지 않은 만큼 만약 향후 한화와의 최종 가격 협상이 깨지면 이번 입찰은 자동 유찰된다.

-2008년 10월25일자 <동아일보>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시장이 급변하던 시기였다. 한화라고 예외일리 없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마련에도 문제가 생겼다. MOU를 체결한지 고작 한 달이 지났지만, 명시한 기간 내 인수 자금을 모두 납부하기는 어려워보였다.

한화는 결국 인수대금 지급 일정을 조정해줄 것을 산업은행에 요구한다. 하지만 산은은 물론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리며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은 난항에 봉착한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로 확인실사를 하지 못했다며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로 확인실사를 하지 못했다며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한화는 산업은행과 줄다리기를 계속하다 결국,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한다. 

<대우조선 매각 무산> 산업銀-한화, 대우조선 매각 협상 최종 무산

산업은행과 한화컨소시엄의 대우조선해양 매각협상이 결국 최종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의 자금조달 계획으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최종 확인하고, 이행보증금 3000억 원을 몰취(沒取)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앞서 19일 대우조선 공동매각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의 자격을 박탈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끝에 한화가 새로운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데다 한화의 분할인수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협상 무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09년 1월 21일 <뉴시스>

산업은행은 매각 무산을 발표하면서 한화가 납부한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몰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진행했다. 인수가 무산된 데는 산업은행의 책임도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끝까지 반대하면서 확인실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 점을 이유로 귀책사유가 산은에도 있었다는 논리를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한화의 이행보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됐다. 

한화가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게 된 것은 소송을 제기하고도 6년 8개월이 지난 후였다. 

대법 "산업은행, '한화 이행보증금' 일부 돌려줘야"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낸 3000억원대 이행보증금 전액을 산업은행이 몰취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우조선 인수가 불발돼 이행보증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더라도 전액 몰취는 부당하며, 일부는 한화에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한화케미칼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일부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6년 7월 14일 <아시아경제>

한화가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은 것은 그로부터 또다시 1년 반이 지난 후다.

한화, 대우조선 인수보증금 절반… 1260억원 10년만에 돌려받는다

한화그룹이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냈다가 인수가 무산되면서 떼였던 이행 보증금 3150억원 중 절반가량을 돌려받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부장판사 김시철)는 11일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해지에 따른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산업은행 등이 1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8년 1월 11일자 <한국경제>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또다시 4년이 2022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재인수를 추진한다. <계속>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