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통’이 ‘박 통’ 묘소를 찾은 까닭은?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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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통’이 ‘박 통’ 묘소를 찾은 까닭은?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0.30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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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박정희 묘역 참배, 보수층 결집 혹은 야당과 전면전 예고”
“수시로 변하는 지지율·비속어 논란 ·검찰권 강화 등 퇴진 근거 안돼”
“정부·여당, 야당과 처신 차별화해야…‘협치’하면 지지율 올라갈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 하루 전인 지난 25일 오후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일정이었다.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신호라는 분석이 많다. 그 분석에 대체로 동의한다. 또 한편으로는, 야당과의 전면전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당분간 정부 여당과 야당과의 협치는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국회는 볼 장 다 봤다

“사과해!” “국회 무시 사과하라!” “이 XX 사과하라”

같은 날 아침 윤 대통령이 국회를 찾기 전 로텐더 홀에 모인 민주당 의원들이 든 피켓과 발언 내용들이다. “이 XX 사과하라”는 대통령의 혼잣말을 빌려 공공연히 대통령을 직격한 내용 같기도 하다. 

정치권의 막말이야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진보·보수 양측은 최근 거리 시위를 통해 이미 강대강 대결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야당 의원들까지 합세한 진보 시위대는 ‘윤석열 퇴진’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보수 측은 ‘주사파 척결’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도 이미 “종북 주사파는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당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겨냥해 “내란 선동”, “반헌법적 세력”, “국가체제 전복 세력”이라고 비난을 쏟아낸다. 

상대 진영을 헐뜯고 비난하는 것까지야 그럴 수 있다 치자. 시위의 속성이 원래 그런 거니까. 그러나 취임한 지 5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더러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는 건 아무리 야당 입장에 서서 생각해 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외교 참사, 검찰권 강화, 김 여사 비리 의혹, 비속어 논란, 야당 탄압 등이 단골 메뉴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다 인정하고 합산하더라도 당장 대통령 직에서 끌어내릴 만큼 결정적 하자는 아닌 것 같다. 지지율? 수시로 변하는 지지율이 퇴진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뿐만이 아니라 ‘국민 상식’에 물어봐도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퇴진 요구가 설득력이 없다고 답할 거다.

그런 저런 점을 고려해서 이제 ‘국회는 볼 장 다 봤다’라고 하는 것이다.

장외 대결의 전망

이제는 장외 대결의 장으로 시선을 돌려볼 때다. 

잠깐 국회 사정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하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 야당이 냉대한 게 낯선 풍경은 아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때 침묵 또는 피켓 시위가 일상이 됐었다. 그러나 이번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아예 의석을 텅 비웠다. 장외에서 욕설 피켓도 들었다. 이로써 야당이 시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셈이 됐다. 그러니 국회에서는 볼 일이 없어진 것이다.

내년 1년간의 나라 살림을 짜야 할 예산 국회도 뻔하다. 정쟁에 몰입하고, 시간에 쫓겨 참한 주부의 가계부만도 못한 나라 살림을 짜놓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연일 ‘대장동 형제들’을 옥죄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 대통령 조기 퇴진은 아직까지 설득력이 없다. 

국회 사정을 되돌아보니 장외 대결의 전망은 더욱 뻔해질 수밖에 없다. 승리는 칼자루 쥔 정부 여당 차지가 될 것이다. 시원찮은 정치평론가들의 전망이나 여당 측 희망 사항이 아니다. 야당 내의 눈치 빠르고 두뇌 회전 빠른 사람들의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더 이상 이 대표 방탄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의원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요설(妖說)로 혹세무민하던 얼치기 좌파 이론가들도 이미 한참 전에 꼬리를 내렸다. 눈치 빠르기로는 ‘월드 스타’급들이니까. 방송에서 무리하게 민주당 편을 들던 패널들도 슬그머니 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죽어라 하고 돌격대 역할을 자임하는 측은 대부분 무뇌증(無腦症) 환자들이다. 

그 무뇌증 환자들과 맹종파들이 빨리 꼬리를 내리도록 하는 게 민주당이 이제부터 ‘건너야 할 강’이다. 

그리고 발 빠르게 ‘문재인 라운드’에 대비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아마추어 티 못 벗는 ‘윤’

협치가 실종된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 장외 싸움은 대선 연장전인 셈이다. 여야의 지지층 결집 행보는 오히려 중도·무당층 이탈을 부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 말해 대선 때처럼 아슬아슬한 대결이 된다는 얘기다.

야당 입장이야 그렇다 치자.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탄압 중지와 대통령 퇴진을 되뇔 수밖에 없겠다. 중도·무당층 이탈 여부까지 생각할 여유도 없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 처신을 차별화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지를 못 하니 구경꾼들 눈에도 참 딱해 보인다. 걸림돌은, 이제까지도 그랬듯이 대통령과 돌격대들이다. 협치가 물 건너 갔다는 속생각을 공공연히 드러낼 필요가 있었나? 종북 주사파는 협치의 대상이 아니라는 하나 마나 한 말을, 그러나 하면 쓸데없는 시빗거리를 낳게 하는 그 말을 구태여 할 필요가 있었나?

‘경험이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나게 하는 최근의 윤 대통령 행보다. 경험 없는 대통령과 맹종파들이 지금처럼만 ‘협치’하면 대통령 지지율 끌어올리기는 더 요원해진다.

이왕 박통 묘소를 찾았으니

지지층 결집 신호도 좋고 야당과의 전면전 선포도 좋다. 그러나 당연한 얘기로, 정부 여당은 야당과 달리 큰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하는 주체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지만 경제의 기반을 다지고 경제를 일으킨 대통령이란 점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박정희식 경제 살리기 작전의 핵심은 수출이다. 자원이 없으니 수출에서 살 길을 찾자며 가발에서부터 완구류 등 거의 가내수공업 수준에서 출발해 오늘의 10위 경제대국 자리로 나라를 끌어올렸다.

수출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국민적 관심 모으기였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으며 당시 상공부 사무관급까지 출석시켰다. 매달 수출실적을 보고하게 하고 수출 작전을 짰다.

자연히 국민적 관심이 수출 분야에 쏠렸다. 지금처럼 자고 나면 정쟁에 함께 매달리는 게 아니었다. 김우중의 와이셔츠 세일즈, 중소기업들의 가발. 완구류 수출, 오퍼상들의 신시장 개척 활동, 중동지역으로의 해외 건설 진출 등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다가오고 있는, 아니 이미 닥쳐온 경제의 복합위기 상황에서 우선 수출에서 탈출구를 찾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박정희식 수출 작전을 흉내 내 볼 만한 시점이다. 지난 27일 오후 윤 통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는 박 통의 ‘수출진흥확대회의’와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아 보인다. 벤치 마킹이 됐든 지지율 작전이 됐든, 어쨌든 윤통도 박통처럼 경제 활성화에 승부를 걸기 바란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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