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집행부 해임했는데’…미아2구역, 또다시 내홍 ‘사업 표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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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집행부 해임했는데’…미아2구역, 또다시 내홍 ‘사업 표류 위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1.04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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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정상화 기대감 높았지만 새 조합장 선출 앞두고 잇단 폭로전
조합 바로잡겠다던 신추위서 내부 갈등 발생…"이전투구에 조합 위태"
신추위 J위원장 "폭로 내용 전부 사실무근, 특정업체 만난 적 없어"
"미아2, 사실상 코마 상태…이권 다툼 지속되면 조합원 피해 눈덩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조감도 ⓒ 서울시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조감도 ⓒ 서울시

올해 초 조합 집행부 해임을 계기로 신속한 사업 추진이 기대됐던 서울 강북구 미아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에 먹구름이 다시 드리웠다. 새 집행부 선출을 앞두고 재차 내부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정비사업 시장 환경이 악화일로인 만큼, 이권 챙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본지에 제보된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조합 내부에선 익명의 투서 문제로 논란이 불거졌다. 자신을 미아2구역 신속한추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이하 신추위) 발의자 중 한 사람이라고 밝힌 해당 서신 작성자는 신추위 J위원장에 대한 부정·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새롭고 신선한 젊은 인물이 조합 집행부로 나서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우편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양심 고백'이라는 제목의 이 서신에는 'J위원장이 신추위 발의자들을 따돌리고 업체를 만나는 일을 목격했다. J위원장은 G□건설사, 호□철거업체, 화□정비업체, 인□컨설팅과 결탁돼 있는 게 사실이다', '(J위원장이) 미아3구역 브로커들을 끌어들여 설계까지 마친 상태다', '(J위원장이) 가장 열심히 도왔던 측근도 내치는 모습에 몹시 실망해 신추위를 탈퇴했다. 나 뿐만 아니라 신추위 발의자 대부분이 J위원장 지지를 철회하고 탈퇴했다' 등 내용이 담겼다.

미아2구역 신추위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꾀하겠다며 기존 조합 집행부를 해임시킨 조직이다. 이들은 기존 집행부가 설계업체 선정 당시 특정업체 기표를 유도하고, 부실한 설계로 건축심의 통과 약속을 미이행하는 등 조합원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지난 1월 해임총회를 열어 전임 조합장인 H씨를 비롯한 조합 집행부 해임을 이룬 바 있다. 이후 미아2구역 조합은 신추위 주도로 사업 정상화에 돌입했다. 기존 조합 집행부의 해임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신추위 측이 승소하고, 법원으로부터 임시 조합장을 추천받아 새 집행부 구성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조합 안팎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신추위 내부에서 또다시 내홍이 격화돼 사업 추진 동력 상실 위기에 놓인 것이다.

자신을 미아2구역 신속한추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이하 신추위) 발의자 중 한 사람이라고 밝힌 신원 미상자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서신 ⓒ 시사오늘
자신을 미아2구역 신속한추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이하 신추위) 발의자 중 한 사람이라고 밝힌 신원 미상자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서신 ⓒ 시사오늘

앞선 서신 작성자는 "지금까지 J위원장을 도와 전(前)집행부 해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일했다. J위원장이 미아2구역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다고 했고,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하지만 전 집행부가 해임되자 J위원장이 돌변했다"며 "J위원장은 신추위에 쓴 사비가 4억 원이라면서, 조합장이 되면 돌려 받겠다고 엄포를 놨고, 급기야 가장 열심히 도왔던 측근도 내쳤다"고 주장했다.

이는 신원 미상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아2구역 단체채팅방에선 신추위 사무장 Y씨의 폭로로 조합원간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J위원장의 측근으로 통하던 Y씨가 단톡방에 "(J위원장이) 개인 사비로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신추위의 모든 비용을 조합원에게 전가하겠다고 했다. 그에 대한 신뢰와 지지, 참여 의사를 철회한다"는 글을 올려서다.

다만, J위원장은 이 같은 의혹과 폭로 내용들을 모두 부인했다. J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투서에서 언급된 사항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G□건설 등 특정 업체를 만난 적이 없으며, 미아3구역 브로커들을 끌어들였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며 "신추위 발의자들 대부분이 탈퇴했다는 것도 거짓이다. 발의자들은 여전히 신추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탈퇴 인원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익명으로 조합원들에게 우편물을 보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우편물을 여러 차례 보내고 있는 상황인데 파악해 보니, 우편물을 발송할 때 이용한 우체국도 매번 다르다. 개인이 아니라 업체 따위에서 조직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 지 의구심이 든다. 투서에 담긴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해당 서신에 대해 고소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한 '투서로 인해 조합원들이 동요하고 있진 않느냐'는 물음에는 "(조합원들은 투서 문제를)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다. 해임된 기존 집행부 체제 때부터 이 같은 투서가 종종 발송된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새 조합 집행부 선출을 앞두고 내부 갈등이 폭발하면서 미아2구역 조합 분위기가 뒤숭숭한 눈치다. 미아2구역 조합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중 일부 캡처 ⓒ 시사오늘
새 조합 집행부 선출을 앞두고 내부 갈등이 폭발하면서 미아2구역 조합 분위기가 뒤숭숭한 눈치다. 미아2구역 조합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중 일부 캡처 ⓒ 시사오늘

의혹과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미아2구역 조합 내에선 불신·불만의 목소리가 분명 커지고 있는 눈치다. 새로운 조합장 선출을 앞두고 기존 집행부에 이어 신추위에서조차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새 조합 집행부가 어떻게 구성돼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목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미아2구역 조합원들로 구성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재 조합장 선거에 J위원장, H 전 조합장, Y 전 신추위 발의자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셋 다 이전투구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 조합원들 70% 이상이 70대, 80대 노령이다. 평생 아파트 입주가 소망인 분들인데, 지금 바로 사업 시작해도 10년이 걸린다"며 "다들 자기가 조합장이 될 거라는 착각 속에 있다. 우리 조합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하는 내용의 글이 지난달 게시된 바 있다.

본지와 통화한 또 다른 조합원은 "신추위가 3개월이면 조합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전 집행부를 해임했지만, 현실은 아직도 새로운 조합 집행부도 꾸리지 못한 채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지난해 신추위의 강성 민원으로 서울시 건축심의에 상정된 안건이 그날 제외되는 전례가 없는 사태가 있었다. 건축심의 재심의를 받았다면 지금쯤 사업시행인가를 마무리하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조합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미아2구역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지역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미아2구역 조합은 이르면 연말에 새로운 집행부 임원진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내분이 발생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갈등이 커지면 사업 자체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조합장이 선출된 이후에도 내홍이 계속되면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미아2구역은 지금 사실상 코마에 빠진 것 같다. 이대로는 사업 정상화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재개발사업이 개개인의 이권 다툼으로 비화되면 안 된다. 조합 내부 사정이 정비사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 보여주는 선례는 너무나 많다"며 "잇단 내홍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그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모두 돌아간다. 조합원들도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할 수 있는 집행부 선출을 위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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