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영원할 줄 알았던 삐삐의 시대…이동통신의 역사 ①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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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 영원할 줄 알았던 삐삐의 시대…이동통신의 역사 ①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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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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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휩쓸었던 삐삐…개인휴대통신 등장에 위기
'삐삐사랑' 일본선 장례식까지 치러…50년 역사 종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자유기고가)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는 1982년 처음 등장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는 1982년 처음 등장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미래에는 들고 다니는 전화기가 생긴대”

드라마에서나 보던 대사의 일부다. 이제는 전화기를 들고다니는 게 아니라 컴퓨터를 쥐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휴대전화 보유율은 99%, 스마트폰 보유율은 93.4%를 기록했다. 2010년 3.8%에 그쳤던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2년 50%를 넘어서더니 고작 12년 만에 전국민의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일상생활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국민 역시 7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TV를 필수매체로 선택한 응답자가 27.1%에 그친 것에 비하면 스마트폰이 한국인의 삶에 침투한 속도가 굉장하다는 분석이다.

고작 10년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떻게 생활했을까?

편지를 주고받던 낭만의 시절을 지나 일방적인 소통이 가능한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가 등장한 것은 1982년,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일이다.

1982년 12월 1일자 매일경제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82년 12월 1일자 매일경제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무선호출 서비스 실시 

전화 이용자들의 편의도모를 위한 무선호출 서비스제도가 이달 중순경부터 실시된다.

무선호출 서비스란 가입자(사용자)가 일정한 장소에 있지 않은 통화대상자(수신기소지자)를 무선으로 호출, 통화하는 것으로 서울의 경우 을지 전화국에 설치된 무선호출 취급국의 중계를 통해 서비스 받게된다.

1일 전기통신공사에 따르면 무선호출 서비스업무는 이미 선진 외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이웃 일본의 경우 약 1백만 가입자가 이용하는 등 보편화돼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이달 15일경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전기통신공사는 이 제도의 실시를 위해 서울 을지전화국에 무선호출 취급국을 개설, 1만회선 용량의 호출기를 설치완료했으며 이어 시내 각 지역별로 5개 전화국을 선정, 옥상에 중계안테나를 설치하여 수신지역을 최대한 넓힐 계획이다.

전기통신공사는 특히 이 제도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되는 만큼 당분간 서울지역에서만 실시하고 가입자 수도 접수순으로 3백명 정도로 제한한 뒤 이용 결과에 따라 지역 가입자수를 점차적으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월간 사용료는 현재통신공사에서 1만5천원정도로 책정하고 경제기획원과 협의 중이나 가입할 때는 가입금 등을 합쳐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1982년 12월 1일자 <매일경제>

삐삐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금의 스마트폰과 같이 모두의 필수품으로 분류되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 짧게 줄여 말하는 인터넷용어는 사실 삐삐시절 처음 도입됐다. 

전화번호나 간단한 메시지, 한 줄에 20자 정도로 표기되는 메시지만 전달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삐삐 용어’라 불렸고 한 때는 이 용어들을 모은 책이 출간될 만큼 삐삐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8282는 빨리빨리, 2255 이리로와, 8585 바로바로, 8578 바로출발, 2626 출발(이륙이륙), 7676 도착(착륙착륙) 등의 숫자 언어로 소통했다.

삐삐를 받으면 공중전화로 달려가 호출한 사람에게 연락했다. 공중전화를 쓰기 위해 길을 줄게 늘어서던 것도 삐삐 때문이었다. 

첫 등장에서 300명으로 이용을 제한했던 무선호출기 사업은 1983년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1997년에는 가입자가 1500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민이 4500만 명이던 시절이었다.

1997년 9월 25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7년 9월 25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삐삐 가입자 포화 “천만의 말씀”

가장 작고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서비스 무선호출기(삐삐). 한국은 삐삐 가입자가 현재 1천4백만명을 넘어서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무선호출 가입 대국이다. 인구 대비 보급률은 32%로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러한 급속한 삐삐 보급 탓에 “삐삐의 황금기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위기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무선호출업계의 새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작전은 강한 흡인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선 해피텔레콤의 화려한 등장이다. 지난 5월 고속 삐삐 서비스를 간판에 내걸고 무선호출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매일 1천~2천명의 새 가입자를 확보해 눈길을 끌었다. 가입자는 지난 20일 19만4천명을 넘어섰다.

-1997년 9월 25일자 <동아일보>

1997년에는 고속무선호출 서비스가 등장했다. 

고속무선호출 서비스는 단순히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 기능이 스마트폰의 출발이라 볼 수 있다.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이용해 뉴스나 증권금융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이때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자의 삐삐번호에 ‘@netsgo.com'을 붙여 인터넷 전자메일주소를 부여한 것. 메일의 수신 상황을 삐삐로 전달하고, 음성 메시지로도 들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2G 개인휴대통신(PCS)가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삐삐업체 가입자수 급감…생존대책 비상

'가입자 7백80만명선을 사수하라.' 삐삐 (무선호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1천5백만명을 정점으로 개인휴대통신 (PCS) 등장 후 가입자 수가 급전직하 하더니 지난달에는 1천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말이면 손익분기점인 7백80만명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삐삐업체들마다 생존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삐삐업체들은 우선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일반인의 눈길을 끌어모으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가입자 입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이 '미트-미' 서비스. 호출한 사람이 전화를 끊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호출 받은 측이 자신의 삐삐번호로 치고 삐삐업체가 양측을 연결,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서비스를 추진 중인 수도권 무선호출업체 해피텔레콤측은 △삐삐를 건 측이 지방에 떨어져 있어도 삐삐를 받은 측이 시내전화요금으로 통화할 수 있고 △삐삐를 받은 측이 미트-미 서비스로 호출이 오면 즉시 응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겨 응답을 빨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998년 12월 14일 <중앙일보>

사실 이동통신은 급속도로 변화했다. 무선전화기가 등장한 것도 삐삐가 상용화된 지 불과 1년 후인 1983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작동반경이 20~30m 수준에 불과했고, 가정이나 공장 등 동일 건물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사이 삐삐가 전성기를 누린 셈이다. 

그러다 2000년 들어서 개인휴대통신이 급속도로 보급됐고, 가입자 수는 45만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꾸준히 사랑받았고, 그 뒤로도 10년 동안 사용자와 서비스가 이어진다.

‘희귀종’ 무선호출기, 멸종 운명 맞을까

애칭인 `삐삐'로 불리며 개인용 통신기기의 서막을 열었던 무선호출기 서비스.

지난 1982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1997년 가입자 1천500만명에 이르며 현재 휴대전화와 같은 대중 기기로 사랑받았던 삐삐 서비스는 이제 여전히 사용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일반인들에게 놀라움의 대상이 될 정도로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들어 유일한 전국 사업자였던 리얼텔레콤이 자진 폐업에 들어간 뒤 현재에는 수도권 사업자인 서울이동통신 1개 사업자만이 5월말 기준 2만300여명을 대상으로 월정액 1만2천원에 실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된 사업자는 모두 네 곳이지만, 리얼텔레콤처럼 폐업의 길을 걷고 남은 곳은 서울이동통신 한 곳뿐이다.

-2010년 7월 14일자 <연합뉴스>

근 20년간 사랑받았던 아이템인 만큼 삐삐 서비스가 중단되는 과정도 험난했다.

오랫동안 무선호출기를 사용해온 이들이 통신사들의 서비스 중단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통신업자들이 사업을 접으면서 해지를 원치 않는 가입자들에게 수천만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루머까지 나돌 정도였다.

우리보다 일찍 무선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은 2019년이 돼서야 삐삐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1968년 일본에서 호출기 서비스가 시작된지51년 만의 일이었다.

유독 삐삐를 사랑했던 일본인들은 ‘삐삐 장례식’을 열어가며 이별을 맞았다.

'3470(안녕) 포켓벨'...51년 만에 사라진 일본판 '삐삐' 장례식

“3470(사요나라·안녕) 포켓벨.”

지난 29일 전자상가가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역 인근에선 특이한 장례식이 열렸다. ‘모두의 포켓벨장(葬)’.일본에서 간편한 통신수단으로 1990년대를 풍미한 무선호출기 ‘포켈벨(한국명 삐삐)’ 서비스가 30일 종료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모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장례식은 도쿄 장제(葬祭)협동조합이 주최했다. 업무상 급한 연락이 빈번한 장의업자에게 포켓벨은 필수였던 만큼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2시간30분 가까이 진행된 행사에는 아키하바라를 찾은 고객 등을 포함해 약 300명이 참가했다. 영정으로 쓰인 커다란 포켓벨 사진에는 ‘1141064(아이시테루요·사랑해요)’라는 숫자가 표시됐다. 조합이 포켓벨 영정에 가장 어울리는 숫자를 물어본 결과 ‘0840(오하요오·안녕)’, ‘49106(시큐테루·전화해)’ 등이 거론됐지만, 가장 추천이 많았던 게 ‘1141064’였다고 한다.

<중략>

도쿄텔레메시지는 이날 심야부터 포켓벨용 전파를 차례로 중지시킨다. 1968년 일본에서 포켓벨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지 5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도쿄텔레메시지는 포켓벨이 사용하고 있던 전파를 활용해 지방자치단체용 방재무선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2019년 9월 30일자 <경향신문>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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