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김영삼의 큰 정치…“대도무문(大道無門) 새길 때” [YS 서거 7주기①] 
스크롤 이동 상태바
다시 생각하는 김영삼의 큰 정치…“대도무문(大道無門) 새길 때” [YS 서거 7주기①] 
  • 윤진석 기자,김자영 기자
  • 승인 2022.11.22 18:5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작구 현충관 YS 서거 7주기, 상도동계-정치권 YS 정신 추모 현장
“솔선수범 통합의 정치가 더욱 자랑스럽고 또 그리워” 원로 한목소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김자영 기자]

<br>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故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이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일어나 묵념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br><br>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故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이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일어나 묵념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2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은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김무성 이사, 김현철 상임이사와 함께 서울 동작구 현충원의 YS(김영삼) 묘역에 가서 헌화하고 참배했다. YS가 떠난 지 7년이 지났다. 서거 7주기인 이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동작구부터 찾았다. 정부여당의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뒤를 따랐다. 

“작년에는 매우 추웠는데 말이죠….”

방명록에 “거산(巨山 ‖ YS 호)의 큰 정치, 바른 정치 되새길 때….” 라고 적은 윤 대통령은 지나가는 말로 날씨 얘기를 꺼내며 대선후보 시절 처음으로 YS 묘역을 찾아 묵념했던 때를 상기했다고 한다. 이를 전한 YS 손자 김인규 대통령실 행정관은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취임 첫해 YS 서거일을 대통령이 직접 챙긴 적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라며 의미가 남다르다는 점부터 짚었다. 

지난 5월 취임식에서부터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 체제를 실질적으로 만든 가장 큰 공로자를 꼽으라면 단연 YS다. 좌우를 대표하는 역대 대통령이 ‘DJ(김대중)-박정희’라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지도자는 YS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야당 지도자가 망명 가고 침묵하던 시절, YS는 단식 투쟁을 통해 5‧18 참상을 알리고, 범정치결사체 민주화추진협의회를 출범했다. 신민당을 창당했고 12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여세를 몰아 DJ와 함께 천만인 직선제 개헌 운동을 전개해나갔다. 재야와 종교계, 학생과 시민사회를 하나로 묶어 87년 6월 항쟁을 승리로 이끌며 마침내 오늘날의 민주공화국 체제를 완성했다. 

제도권을 추동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만든 실질적 주역인 만큼 이날 YS 추모부터 챙긴 윤 대통령의 행보는 그 점에서 주시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올해부터 국민의힘은 YS 서거 7주기를 맞아 ‘민주주의 거목 YS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플래카드를 전국 각지에 걸어뒀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시절 처음으로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YS를 추모하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지만 다음 지도부로의 연속성을 갖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그런 시점에 7주기서부터 YS를 기리는 플래카드를 당 차원에서 챙기기 시작한 점은 의미가 컸다.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故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이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일어나 묵념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故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이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오전 10시부터는 현충관 안에서 추모식이 거행됐다. 유족을 대표해 김현철-김인규 부자가 추모객들을 맞았고, 김영삼민주센터와 민주동지회 등 상도동계 원로인사들이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YS를 기렸다. 

홍인길‧이각범‧김기수‧김봉조‧손학규‧이인제‧이성춘‧이성헌‧박재호 등 한솥밥을 먹으며 민주화의 대장정과 문민정부의 역사를 이어갔던 인사들의 면면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들 얼굴 위로 반가움이 가득했다. 코로나 여파가 지나면서 2년 만에 현충관 실내로 모인 거였다. 7년 전 YS 영결식 때 유난히 추웠고 직전 서거일 때도 유독 바람이 매서웠다. 그때와 달리 비교적 푸근한 초겨울 날씨인 점도 분위기를 사뭇 다르게 했다. 
 

상도동계 좌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故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상도동계 좌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故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상도동계 막내 정병국 전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식은 추모위원장인 김덕룡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단상 위 커다란 YS 사진을 뒤로 한 김 이사장의 표정은 여러 회한으로 뒤섞여 있었다. 전날 민추협 미공개 사진전에서 그는 “민주주의는 완성품이 따로 없지만 후퇴하고 있지 않나 싶어 안타깝다”는 말을 해온 바 있다. 같은 연장선에서 민주주의를 이룩한 YS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치는 듯했다.

특히 그는 민주주의 실종 원인으로 큰 정치의 부재를 지목했다. 

“진영논리만으로 극한대립과 투쟁으로 치달아 정치가 실종되는 상황으로 볼 때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솔선수범으로 보여주신 통합의 정치가 더욱 자랑스럽고 또 그리워집니다. 오늘 나는 한 사람으로서 김영삼 대통령을 생각해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는 엄격했으나 타인에게 관대했습니다.”

그러면서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YS 문민정부 개혁은 대통령 자신이 먼저 재산을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됐습니다. 나부터 달라지고 나부터 시작하는 게 YS 문민개혁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개혁을 말하면서 나부터 달라지는 지도자가 없고 나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달라지고, 여당이 달라지고 또 야당이 달라지는 나 하나부터 새롭게 다시 탄생하는 다짐의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문민정부 30주년인 내년에는 달라진 정치권 모습을 영전에 고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며 인사말을 마칩니다.”

현역 정치권에서 들으면 뼈아픈 말이었다. 갈수록 내전 양상인데다 발목잡기를 위한 발목잡기가 판을 치는 정국에서 YS 신조처럼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당부가 숙연함을 안기며 좌중을 파고들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추모사를 통해 YS의 대도무문 정신을 새겼다. “김영삼식 큰 정치가 그립습니다. 통합과 화합을 마지막 유훈으로 남기셨습니다. 뜻을 받들어 통합의 정치, 큰 정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이루겠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YS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끓여준 시래깃 국을 먹었던 때를 잊지 못한다는 말과 함께 대도무문을 떠올렸다. “유신정권, 군부정권 하에서 민주화 투쟁을 이끌 때 그분은 거침없으셨습니다. 휘호로 쓰신 ‘대도무문, 큰 길에는 문이 없다.’ 그 말 그대로였습니다.”

이어 “대통령은 잠깐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나약한 길은 선택하지 않으셨다. 불굴의 의지를 갖고 계신 분이었다”며 “김영삼 대통령께서 신념의 지도자로 역사에 길이 기억되도록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위업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지 못한 관계로 조정식 사무총장이 추모사를 전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는 민주주의자이자 의회주의자로서 평생을 대한민국 발전에 몸 바쳤습니다. 다시 한 번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여정과 정신을 기억하며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되새겨 보겠습니다.” 
 

유족을 대표해 김현철 상임이사가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故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유족을 대표해 김현철 상임이사가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故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민정부 30주년을 앞두고 김영삼재단을 출범한 김현철 상임이사도 유족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큰 정치가 복원되기를 바란다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나아가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사분오열된 이 나라 현실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서 통합과 화합의 길을 열어 가셨던 아버님의 정치적 리더십이 새삼 그립습니다….” 

윤 대통령의 방명록 글귀부터 추모사까지 전반적으로 YS 대도무문의 큰 정치가 일맥상통을 이뤘다. 하지만 뜻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음을 말하고 듣는 이들 모두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어딘지 공허함이 감돌 수밖에 없었다.

의장대의 조총이 울려 퍼지는 사이 상념어린 무대(김무성)와 이수성 전 총리, 권노갑 전 고문, 시종일관 진지하게 경청하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황교안 전 총리,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의 모습이 겹쳐 지나갔다.

식이 끝나고 일행들은 묘역으로 하나둘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 추모 노래만 들어도 YS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는 상도동계 최경순 여사부터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을 보좌한 유영백 고문의 YS 독대 일화가 그나마 조금의 공허함을 메웠다.

뒤돌아보니 현충관에 남은 YS 사진이 유독 큰 존재감을 드리우고 있었다. “남에겐 관대하고 본인에겐 엄격한….” 앞선 김덕룡 이사장의 말처럼 객석을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YS 표정이 떠나는 추모객들을 배웅해 주는 듯도 했다. 

“이 땅에 다시는 정치적 밤이 없게 하겠다”고 했던 YS는 약속을 지켰는데, 오늘의 추모사속 다짐은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까. 

궁금함이 들었던 가운데 한편으로 추모식에 대한 이런 아쉬움도 전해져 씁쓸함을 더했다. 전과 달리 민주당 인사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행사를 지켜본 소회로 “선거 기간 민주세력의 지도자로 YS를 연호했던 때와 비교된다”며 “YS 만큼은 민주주의 지도자 안에서 여야가 따로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ㄹㅇ 2022-11-23 00:04:19
대선자금으로 이조 로비받아갖고 저축은행 위해서 역으로 환율방어하다가 아엠에프 불러와서 서민 다 주기고 중소기업 대기업 임금격차 최대로 벌려서 두번 죽인게 대도무문이가
경부고속도로 닦을적에 대중이랑 나란히 불도저 앞에 누워서 반대한게 대도무문이가
말이가 방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