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플랫폼, 보험업 진출 숨고르기…제도·규제 마련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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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플랫폼, 보험업 진출 숨고르기…제도·규제 마련은 아직
  • 유채리 기자
  • 승인 2022.12.0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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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토스 보험업계 진출
플랫폼 특성 살린 이용자 유치 전략
특기로 보험업계 디지털 혁신 시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네이버, 카카오, 토스. 빅테크 삼대장이 보험업계에 진출했다. 이들의 보험업계 영역 확대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선 상태다. ⓒ시사오늘 유채리 기자
빅테크 삼대장이 보험업계에 진출했다. 이들의 보험업계 영역 확대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선 상태다. 사진은 네이버, 카카오, 토스의 CI이다. ⓒ시사오늘 유채리 기자

빅테크 삼대장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의 보험업 진출 확대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관련 규정이나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를 지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정부가 마련 중인 제도 개선안을 일단 기다려보자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6월 카카오손해보험(주)의 보험업 영위 예비 허가를 받으며 보험업계에서의 플랫폼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자회사인 KP보험서비스가 ‘DIY여행보험’을 출시한 이후, 다른 자체 보험 상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네이버 역시 현재 보험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스의 경우, 최근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설계사에게 유료로 제공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보험업 진출 및 사업 확대를 꾀하는 빅테크 업계가 원하는 제도 마련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21일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심의를 거친 내용을 정리해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개선 사항을 반영해 관련된 법 개정안을 제21대 국회에 제출 및 통과시키는 등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향후 계획이 담겨있다. 

보험은 공적 안전망으로 보호받기 힘든 부분을 맞춤형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사적 안전망이다. 디지털 시대로 변하며 플랫폼은 우리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플랫폼의 보험업계 진출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네카토’도, 금융위도 숨고르기에 들어선 지금, 흐름과 핵심 쟁점에 관해 짚어보려 한다.

 

‘네카토’의 보험업계 진출 기지개


플랫폼의 보험업계 진출은 흔히들 카카오가 포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진출은 토스가 가장 빨랐다. 토스는 2018년 10월 ‘토스인슈어런스’ 설립을 발표하며 보험 시장의 판도를 공급자(상품 판매) 중심에서 수요자(고객)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다음 행보는 삼성화재, 에이스손해보험, 교보라이프 등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 미니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었다. 보험상품은 보험 라이선스를 가진 보험사만 출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지만, 법인보험대리점(Genaral Agency) 역시 보험사와 제휴를 맺어 유통업체의 PB상품처럼 상품 출시가 가능하다. 현재 미니보험은 종료된 상태다.

카카오는 2018년 5월 카카오페이(대표 류영준) 출범 2주년을 맞아 진행한 ‘카카오페이 데이 2019(kakaopay day 2019)’에서 보험 상품을 비교·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연내 출시할 것이라고 처음 밝혔다. 7월에는 인슈어테크 플랫폼 스타트업 ‘인바이유(대표 김영웅)’의 지분을 인수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네이버는 토스, 카카오페이보다 늦게 보험업 진출을 시사했다. 2019년 9월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네이버페이 CIC(사내독립기업)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25일에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 전문 자회사로 입지를 다지고 보험과 대출 등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역시 빅테크 플랫폼의 보험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10월 15일,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해당 회의에서는 새로운 보험서비스 출현 가능성과 보험 가입, 보험금 지급 절차 간소화와 같은 인슈어테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인슈어테크 사례 등이 검토됐다.

 

토스 앱·네이버 부동산·카카오 선물하기…자원 활용해 진입장벽 낮춰


토스와 네이버, 카카오 모두 보험 진출을 선언한 후, 플랫폼을 이용해 각 회사의 보험 서비스 이용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토스의 경우, 캐롯손해보험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을 토스 앱을 통해 선보였다. 미리 보험료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운전한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후불 지급형 상품이다. 불필요한 보험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한 게 기존 자동차보험과의 차별점이다. 토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사용하지 않던 사람도 해당 보험에 메리트를 느껴 앱을 설치하게 만드는 유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대표 최인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제휴를 맺어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을 출시했다. 2012년부터 ‘깡통 주택’, ‘깡통오피스텔’ 등의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될 만큼 전세 사기가 횡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HUG의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요건 완화, 모바일 가입 가능, 전국으로 특례지원 확대가 맞물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폭증했다. 이에 네이버파이낸셜은 자사의 부동산 서비스와 연결성이 높은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역시 기존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자사의 보험 서비스를 인식하게 만든 사례다.

카카오페이 역시 자사 보험 서비스 이용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오픈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를 이용해 어렵게 느껴지는 보험을 보다 쉽고 간편하게 접하고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편리성을 활용한 보험 시장 공략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는 플랫폼의 보험업으로의 사업 확대를 긍정적으로 봤다. 2021년 2월 9일 발표한 ‘보험업 미래전망과 경쟁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의 보험판매·중개서비스 진출이 가속화돼 △보험회사와 플랫폼 간 제휴·협력이 확대되고 △보험회사의 온라인 시장 진입비용을 낮춰 보험산업의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순기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강점 십분 활용…플랫폼 특기로 승부


2021년부터 3사(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는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데이터와 친화적인 UX다.

네이버파이낸셜은 6월 29일 41개 보험사의 마이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흩어진 보험 정보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보험통합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 역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확보 가능하다는 강점을 살렸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주)은 2022년 4월 13일 보험업 영위를 정식으로 허가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자회사 KP보험서비스를 통해 여러 보험상품을 다른 사용자의 후기와 평가에 기반해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토스의 경우, 전화 상담을 통한 보험에 가입할 때, 필수였던 표준상품설명을 모바일 앱으로 대체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토스 앱을 통해 볼 수 있는 시청각 자료로 만들어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IT 기업의 강점인 디지털 이해도와 개발 능력을 활용해 이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네카토’의 보험업 진출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있지는 않다. 본격적으로 자격을 갖추고 시작한 지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았고 뒷받침할만한 제도가 완전히 확충된 상태도 아니다. 알고리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플랫폼이 데이터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험업계에 우월적 지위를 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불완전 판매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생존권과 관련해서도 이견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네카토’ 모두 잠시 멈춤 상태다. 네이버페이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연내 시작이 불투명해졌고 카카오페이 역시 자영업자를 위한 ‘풍수재해보험’ 무료 가입지원 외에 상품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토스의 경우, ‘데이터보호 준법 자문위원회’ 출범과 병원비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 시작을 발표했을 뿐 별다른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모두 보험업 진출 이유로 ‘소비자’를 꼽았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보험이 민원이 가장 많은 금융 분야로 알고 있다”며 “테크 인슈어런스 기반 새로운 트렌드와 혁신을 만들어 보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기 위해” 진출했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 관계자 역시 보험을 소비자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여기기에 등한시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들었다. 토스 관계자도 보험 소비자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진출 목적을 말했다.

‘혁신’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규제 샌드박스’ 역시 함께 언급된다. ‘규제 샌드박스’란 어린아이가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모래사장처럼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 주는 제도다.

플랫폼의 혁신에는 ‘아마존화(Amazoned)’라는 말도 함께 따라다닌다. 미국의 빅테크 ‘아마존’은 플랫폼이 가진 데이터 확보 능력, 디지털 기술,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굳혔다. 아마존이 이미 잠식한 분야에 소규모 기업들이 진출하기는 어려워졌다. 카카오의 택시업계 진출은 ‘한국의 아마존화’ 사례로 언급되고는 한다. 플랫폼이 가진 자원과 자본이 시장에서 혁신으로 작용했지만 점차 해당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은 이제 시작이다. 보험업 생태계에 플랫폼이 진출해 ‘혁신’을 불러올지, ‘황폐화’ 시킬지는 단정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소비자 이익 증대’라는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빅테크의 자체적인 노력은 물론, 금융위원회 등 정부 기관의 제도적·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활동, 보험업 종사자의 근무 환경, 지형 변화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보험·저축은행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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