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 팬덤언론 만들다…‘악순환 되풀이’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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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정치, 팬덤언론 만들다…‘악순환 되풀이’ [주간필담]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12.0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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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탐사·가세연, 국무위원 집 앞 중계·자녀 근무지 찾아가 촬영 시도까지
김어준 “한동훈 장관 집 들어간 것 아니지 않나”…더탐사 두둔 취지 발언
정치 유튜브 채널, 강성 지지층 기대 수익 얻는 구조…팬덤정치 역기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기자)
지난달 27일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더탐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현관문 앞에서 생중계를 해 논란이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 근무지에 찾아가 촬영을 시도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기자)

‘팬덤 정치’를 바탕으로 한 ‘팬덤 언론’이 도를 넘는 행동을 해 논란이다. 정치권과 강성 지지층, 여기에 유튜브 매체까지 가세하며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더탐사’(이하 더탐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현관문 앞까지 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택배물을 살펴보는 등 전 과정을 실시간 중계했다.

더탐사는 지난 9월 한 장관의 차량 미행, 지난 10월 24일 ‘청담동 술자리’ 오보 의혹을 제기한 매체다. 일련 사건에 대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한 장관에 대한 일련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이름도 함께 언급됐다. 김 의원이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가 더탐사와 협업한 것은 맞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한 장관은 이를 두고 “더탐사 같은 데가 김의겸 같은 주류 정치인과 협업하거나 그 뒷배를 믿고 과거 정치 깡패들이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비난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는 “(한 장관) 집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상대가 힘없는 개인이라고 하면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데, 그 대상이 한동훈 장관이라는 권력자라면 취재 일환으로 용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더탐사 측을 두둔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러한 상황은 불과 몇 개월 전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아가 촬영해 논란을 빚은 것과 유사한 모양새다. 

가세연은 지난 4월 18일 조 씨의 근무지에 사전 동의 없이 찾아가 몰래 촬영한 뒤 인터뷰를 시도했다. 출연자인 강용석 변호사는 해당 영상에서 조 씨에 대해 “떨리더라. 키 크고 예쁘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됐지만, 당시 조회수 25만 회를 넘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페이스북에 “슈퍼챗 받기에 혈안이 된 이들의 패악질에도 끝이 있으리라 믿는다”, “쓰레기 같은 악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등 비판의 글을 올렸다. 

이 외에도 지난 2020년 8월 조 전 장관이 자신의 딸 집에 찾아온 기자의 영상을 공개하며 “딸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처럼 취재 윤리가 문제 됨에도 자극적 방송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강성 지지층의 관심을 받고, 이 관심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데 있다. 

더탐사와 가세연은 2일 현재 각각 44만5000여 명, 84만5000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채널은 각각 한 장관과 조 전 장관 영상으로 같은 진영 강성 지지층으로부터는 관심, 상대 진영 지지층으로부터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유튜브 통계 집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 2일까지 가세연이 국내 1위로 약 22억8600만 원의 슈퍼챗 수입을 얻었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8일 발표한 ‘유튜브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가세연은 제목 및 썸네일에 혐오 표현이 포함된 콘텐츠 43개로 실시간 스트리밍 수입 약 4792만 원을 얻었다. 더탐사의 지난달 27일 하루 동안 슈퍼챗 수입도 약 497만 원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으로 알려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는 ‘국민참여경선제’라는 선거 제도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바람을 타고 대통령 당선에 이르렀을 때, 회원들은 ‘무조건 지지’를 외치지 않았다. ‘비판적 토론’, ‘권력에 대한 견제·감시’ 필요성을 함께 말했다. 

이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를 외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 ’문파’, ‘대깨문’이 나타났고, 정치 유튜버 등장과 함께 이를 이용한 편가르기 행태의 부족 정치,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팬덤 정치’는 정치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지하는 정치인이 무조건 옳다고 보는 ‘확증 편향 강화’의 문제, 반대하는 이들은 조롱하거나 사이버테러, 문자폭탄을 가하는 등 다원주의를 훼손시키는 면이 있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서 지지자들에게 “나는 할 일이 많은데, 여러분은 내가 대통령 되고 나면 뭐하지요?” 묻자 지지자들이 “감시, 감시”라고 대답한 일화가 있다. 이 일화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을 지키는 시민사회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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