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이카루스 박철언과 한동훈 대망론 [역사로 보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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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이카루스 박철언과 한동훈 대망론 [역사로 보는 정치]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22.12.0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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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황태자가 아닌 국민의 황태자가 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6공 이카루스 박철언(사진 좌) 박철언 홒페이지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 우) 법무부 홈페이지
6공 이카루스 박철언(사진 좌) ⓒ박철언 홒페이지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 우) ⓒ법무부 홈페이지

비운의 황태자는 이카루스(Icarus)다.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밀랍날개를 달고 태양에 다가가려다 밀랍이 녹아서 추락사했다. 후세 사람들은 이 신화에 빗대 ‘이카루스’를 실패한 비운의 인물로 칭한다.

우리 현대사에도 비운의 황태자들이 즐비하다. 이기붕, 차지철, 장세동 등이다. 87체제에서도 박철언은 6공의 황태자로 자타가 인정했다. 이회창, 정동영 등 대권후보로 선출됐다. 이들은 모두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태양 근처에 다가서려다 다 추락해 정치 생명을 마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6공 이카루스 박철언

6공 황태자 박철언은 ‘이카루스의 날개’를 상징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TK 라는 ‘지(地)’, 노태우 대통령의 사촌처남이라는 인(人)을 갖췄지만 민주화라는 시(時)에게 선택받지 못해 비운의 정치인이 됐다.

박철언은 타고난 수재다. 대한민국 권력 초핵심 학맥인 경북고에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자다. 경기고는 공부로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명문이지만, 대권과는 거리가 멀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있지만 10·26사태가 낳은 징검다리 대통령이다.

반면 경북고는 박정희 정권 18년, 5~6공 12년을 지배한 최고의 권력 학맥이다. 특히 5~6공은 경북고 공화국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5공 육법당(육사와 서울대 법대)의 대다수가 경북고 출신이었다. 박철언은 그 중심에 우뚝 섰던 권력 초실세였다.

집안도 화려하다. 노태우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 하나회 실세 김복동의 고종사촌 동생이자, 영부인 사촌누나 김옥숙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했다. 노태우가 5공 2인자 시절 장세동의 갖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후계자 자리를 꿰찬 것은 책사 박철언의 도움이 컸다. 박철언이 없었다면 노태우도 비운의 황태자가 됐을 공산이 크다.

박철언는 정통 TK 코스를 밟았다. 사시 패스 후 검사로 근무하다가 5공 신군부가 권력을 잡자 1980년 국보위 법사위원으로 5공 헌법 기초 작업에 적극 참여했다. 권력자 전두환도 박철언의 능력을 인정해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으로 데려갔다. 이는 권력 핵심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노태우에게 직보할 수 있는 하늘이 부여한 요직이었다.

박철언 덕분에 노태우는 청와대 속사정을 손바닥 보듯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정권 초기 허화평과 허삼수 숙청을 조정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싶다. 아이러니하게도 5공 황태자 안기부장 장세동은 박철언을 자신의 특별보좌관으로 데려갔다. 이때 박철언은 대북특사 장세동을 보좌하며 남북대화를 맡았고, 후일 6공시절 자신도 대북특사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노태우에게 박철언은 특등공신이었다. 1987년 13대 대선이 개막되자 사조직 '월계수회'를 조직해 대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워 명실상부한 6공 황태자가 됐다.  노태우의 시대가 아닌 박철언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6공은 박철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이제는 시(時)마저 박철언의 편이 된 듯 보였다. 이미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본격 진출해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노태우 6공의 최대 치적인 북방정책도 황태자 박철언의 손을 거쳤다. 대통령 특사로서 동구권 최초로 헝가리와의 수교를 성사시켰다. 내친 김에 공산주의 메카 모스크바로 날아가 소련과의 수교를 성공시켰다. 세계가 경악했다. 소련의 배신에 수세에 몰린 북한도 비밀리에 방문해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이끌어내 남북 관계의 새역사를 썼다. 세상은 박철언을 노태우의 후계자로 인정했다.

호사다마랄까? 뜻밖의 시련이 왔다.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고자 3당 합당을 성사시켰지만  난적 김영삼을 만났다. 신군부 황태자와 민주투사와의 권력투쟁이 시작됐다. 박철언에게 월계수회가 있다면, 김영삼에게는 민주산악회와 국민이 있었다.

민자당 다수는 민정계였지만 황태자 박철언의 독주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킹메이커 김윤환도 박철언이 아닌 김영삼을 선택했다. 김윤환이 누구던가? TK 대부로서 전두환과 노태우의 친구였고, 특히 노태우와는 경북고 동기이자 박철언의 고교 선배였지만 끝내 김영삼을 선택했다.

민심도 6공 황태자 대신 민주투사 김영삼을 원했다. 김영삼이 실질적인 군정 종식을 이끌어낼 인물로 지지했다. 반면 박철언은 신군부 시즌3라는 인상이 고착됐다. 민주정부가 시대 정신이 됐고, 김영삼이 대통령 후보가 됐다.

결국 박철언은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대권 태양에서 스스로 타버려 추락했다. 얼마 안 있어 대권주자 박철언은 슬롯머신 사건으로 감옥에 간다. 검사 출신 황태자가 검찰에 의해 덜미가 잡힌 꼴이 됐다.

누구를 위한 한동훈 대망론?

자중지란에 빠져 인물난에 허덕이는 국민의힘에 한동훈 대망론이 급부상 중이다. 윤석열 황태자 한동훈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강남 8학군을 거쳐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검사 후배다.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 인맥 검사로서 온갖 탄압을 받다가 정권교체 후 법무부장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신데렐라다.

검사 한동훈이 법무부장관이 되자 기성 정치인들은 꼼짝마라가 됐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갖은 의혹과 공세를 펼쳐도 현란한 사이다 답변으로 되받아쳐 각종 명품 ‘짤’들이 온라인을 지배했다.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을 자질론에 휩싸이게 만든 이가 한동훈이다.

보수 지지층도 구태 이미지에 갇힌 기성 국민의힘 정치인보다는 한동훈에 거는 기대가 높다. 온갖 권모술수에 기득권 사수에 고착된 여야 기성 정치인 대신 똑부러진 한동훈을 대권 주자로 여기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비슷한 현란한 말솜씨를 구사하는 신기루 같은 이준석과는 전혀 다른 기대감이다.

문제는 한동훈이 이카루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고 권력자의 총애만 받는 황태자는 이카루스가 된다. 국민의 황태자가 돼야 한다. 경제위기와 국론분열, 양극화, 기후변화 등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북핵도 한반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검사 출신 법무부장관 한동훈과 대권주자 한동훈은 전혀 다르다. 검사 출신들은 통합과 조정보다는 시시비비를 가려 벌주는 데 익숙한 전문가다. 윤석열 대통령도 아직 정치인보다는 검사에 가까운 모습으로 비쳐진다. 한동훈 장관도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국민과 시대가 원하는 역할을 감당할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사실 한동훈 대망론은 본인보다는 한동훈 마케팅에 한몫 챙기려는 기성 정치인들이 만든 왜곡된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한동훈 대망론에 기대 총선 공천이나 얻으려는 저잣거리 셈법은 국민에게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 복합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때다. 민생은 집권 여당 대표가 누구냐보다 더 시급한 과제다. 한동훈 대망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면, 차기 총선은 정권심판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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